"콘셉트카는 곧 양산된다" 현대차의 콘셉트카로 살펴본 트렌드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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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18 17:57
"콘셉트카는 곧 양산된다" 현대차의 콘셉트카로 살펴본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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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중형 스포츠 세단 콘셉트카의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다. 현대차는 “뉴욕 콘셉트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미래 디자인 버전을 담고 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단 한장의 사진이지만, 뉴욕 콘셉트는 당장 양산된다고 해도 무리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브랜드의 먼 미래나 구체적이지 않은 이상을 보여주는 콘셉트카가 아니다. 철저하게 양산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콘셉트카다. 신차 출시 시기를 봤을 때, 제네시스의 중형 세단 'G70'은 뉴욕 콘셉트의 디자인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제네시스 뉴욕 콘셉트.

뉴욕 콘셉트와 제네시스 G70의 디자인 유사성을 예상할 수 있는 근거는 제네시스 EQ900와 ‘비전 G 콘셉트’의 공통된 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다. 

# 비전 G 콘셉트와 EQ900

비전 G 콘셉트는 지난해 8월 미국에서 LA카운티미술관에서 공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 센터에서 개발을 주도한 16번째 콘셉트다.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이 강조된 대형 쿠페다. 제네시스 엠블럼이 붙었고, 현대차 특유의 헥사고날 그릴과 헤드램프 디자인이 부각됐다. 최고급 쿠페를 지향하는 만큼 실내는 원목과 가죽, 금속 등으로 구성됐다. 

▲ 현대차 비전 G 콘셉트.

이런 비전 G 콘셉트의 디자인 특징은 넉달 후 공개된 제네시스 EQ900에 고스란히 담겼다. 둘은 세부적인 디자인, 차체 비율 등 수많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 제네시스 EQ900.

# 콘셉트카와 양산차

최근들어 대다수의 브랜드는 콘셉트카를 그저 콘셉트에 머물게 하지 않고 있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은 있지만 콘셉트카에 그것을 굳이 담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콘셉트카는 매우 자유로웠다. 브랜드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보단, 미래 사회와 이동수단에 대한 상상이나 이상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래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자신들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 현대차 HCD-6 콘셉트.

하지만 2000년대를 지나 자동차 디자인은 브랜드 별로 획일화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패밀리룩’이 강조돼기 시작했다. 패밀리룩은 콘셉트카 제작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 헥사고날 그릴도 콘셉트카에서 시작

그동안 현대차에 특별한 디자인 마케팅 용어가 없었을 뿐이지, 현대차 또한 2000년대 중후반부터 패밀리룩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었다. 

특히 유럽에서 판매되던 i시리즈는 현재 현대차 패밀리룩에 근간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또 현대차 북미 디자인센터에서 제작한 2004 HCD-8 콘셉트나 2006 HCD-9 콘셉트 등도 현재 현대차 디자인의 뿌리라 할만하다.

▲ 현대차 벨로스터 콘셉트.

커다란 그릴은 조금씩 각이 잡히기 시작했다. 2007년 남양연구소에서 개발을 주도한 3번째 콘셉트카 ‘벨로스터 콘셉트(HND-3)’부터 선명한 육각형 그릴이 등장했다. 그리고 2009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ix-오닉 콘셉트’의 앞모습에서도 육각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후 몇몇 콘셉트카를 거쳐 현대차의 패밀리룩은 더 견고해졌다. 또 ‘플루이딕 스컬프쳐’란 현대차만의 디자인 철학이 생겨나면서 현대차의 디자인은 더 확고해졌다.

# 양산의 위한 콘셉트카

비단 현대차만의 일은 아니다. 콘셉트카 마저 원가절감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양산차를 제작하기 위한 디자인 스터디를 콘셉트카로 발전시키는 일이 많아졌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2010년대 들어서 양산형 콘셉트카가 절대적으로 늘었다. 이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발칙한 상상을 보는 것은 어려워졌지만, 당장 다가올 신차에 대한 디자인은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게 됐다.

▲ 현대차 HCD-10 헬리온 콘셉트.

1세대 제네시스 쿠페의 근간된 ‘2007 제네시스 쿠페 콘셉트’, 2세대 제네시스의 파격을 알렸던 ‘2013 HCD-14 제네시스 콘셉트’, 3세대 투싼의 디자인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었던 ‘인트라도 콘셉트’ 등 현대차가 콘셉트카를 제작하고 공개하는 것은 목표가 명확해졌다.

▲ 제네시스 쿠페 콘셉트, 아이오닉 콘셉트, HCD-14 콘셉트, 인트라도 콘셉트(좌측 상단에서부터 시계 방향)

# 무엇이 남았나

사실 지난해 현대차가 내놓은 콘셉트카 중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모델은 비전 G 콘셉트가 아니라 ‘싼타크루즈 콘셉트’였다. 싼타크루즈 콘셉트는 그동안 현대차가 내놓은 여러 콘셉트카보다 더 완성도가 높았다. 현대차가 처음 시도하는 픽업 트럭이지만 생산 시설만 갖춰지면 당장 양산하는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 현대차 싼타크루즈 콘셉트.

특히 픽업 트럭은 현대차의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그 필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기도 했다. 데이브 주코브스키 현대차 미국 법인 사장는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픽업트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힌바있으며, 마이크 오브라이언 현대차 북미법인 상품담당 부사장은 "현대차의 라인업 확대를 위해 꼭 필요한 모델로, 기술적인 부분에서 이미 검토는 끝난 상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양산에 대한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초 열린 2016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주코브스키 사장은 “현대차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양산을 한다 안한다에 대한 승인이 아닌, 싼타크루즈 양산에 대한 공식 발표를 언제 하느냐에 대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차 싼타크루즈 콘셉트.

현대차는 이런 결정을 공공연히 드러낸 적이 없다. 그리고 나중엔 항상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콘셉트카를 그냥 버리지 않는 최근 추세를 살펴봐도 싼타크루즈 양산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현대차 본사보단 현대차미국법인의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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