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뻥마력·뻥연비? "독일선 환불해 드립니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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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16 12:30
[스케치북] 뻥마력·뻥연비? "독일선 환불해 드립니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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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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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속칭 '뻥연비, 뻥마력' 차량에 대한 환불이 소송을 통해 가능하다. 제조사가 제시한 연비와 마력이 같은 조건에서 테스트해 10% 이상 차이가 나는게 증명되면 소비자는 환불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독일에서는 자동차를 환불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가 있는데,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살펴보자.

 

# 재떨이에 조명등 없어서 환불

약 1년전, 독일에서 인상적인 판결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한 소비자가 조명등 달린 재털이 옵션이 주문대로 장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량 환불을 요구하며 소송을 했는데, 이를 올덴부르크(Oldenburg) 고등법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낸 것이다.

▲ 렉서스 LS600h

이 소비자는 렉서스의 최상급 모델인 LS600h를 주문하며 중앙 콘솔 쪽에 조명등이 달린 재떨이를 추가했다. 그런데 이 옵션이 제대로 장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이 출고된 것이다. 이에 소비자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딜러가 거부해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1심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지만, 고등법원은 고객의 요구가 정당하다며 이를 뒤집고 환불 명령을 내렸다.

# 연비 출력 과장도 환불 

이미 1997년 독일연방법원은 연비가 10% 이상 차이가 나면 환불해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여러 운전자들이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고, 꽤 많은 승소를 기록했다.

▲ 르노 세닉

2009년 하반기 르노 세닉을 구입한 한 운전자는 르노가 밝힌 7.7ℓ/100km(약 13.0km/l)가 과장됐다며 공인 기관에 제조사 연비측정과 같은 조건으로 시험해달라고 요청했다. 테스트 결과 연비는 8.5ℓ/100km로 10.3%나 부족했다. 운전자는 환불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한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리했다. 

뉘른베르크 법정에서도 출력이 과장됐는 소비자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한 소비자는 163마력의 자동차를 구매했지만, 주행 결과 제조사가 밝힌 출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공인 기관에 의뢰했다. 이 역시 10% 이상 차이가 났고, 법원은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환불을 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 차량 가격의 5% 이상 수리비 발생 시에도 환불 가능

이밖에도 환불 관련한 몇 가지 판례들이 있다. 3만유로를 주고 자동차를 구매한 한 운전자는 주차보조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수리했는데, 비용이 2천유로(한화 약 270만 원)나 나왔다. 그런데 이 문제로 운전자는 차량 구입비용을 전액 환불받았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독일연방대법원은 심각한 수리가 필요한 신차의 경우, 그 수리비가 차량 가격의 5%를 초과하게 되면 운전자가 환불받을 수 있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소비자가 주문한 컬러대로 도장이 되지 않고 출고됐다면 이 역시 환불이 가능하다. 물론 모든 도장 문제가 환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 무리한 소송은 조심해야. 비용부담 대비 보험도 들어

하지만 이런 환불 소송에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패소 시 소송비용과 공인기관에 의뢰한 테스트비용 등을 모두 패소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변호사들은 이런 소송을 위한 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앞서 소개한 르노 세닉 오너의 경우도 3년 이상의 법정 다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 포르쉐 박스터

환불이 가능한지를 전문가나 지인들을 통해, 또는 검색으로 먼저 확인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한 소비자는 포르쉐 박스터가 제동 시 이질감이 있다며 차량 결함이라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이런 현상이 박스터 특유의 특징이어서 결함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연료필터가 막혀 소송을 건 운전자도 패소한 경우가 있다. 이 운전자는 디젤차를 구입한 후 주로 짧은 거리의 도심에서만 차량을 운행했는데, 법원은 디젤차는 고속 주행 및 장거리 주행을 해줘야 하는 특징이 있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에 따라 소송의 결과는 다르게 나타나지만,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소비자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부러운 점이다. 게다가 환불 판결이 이어질수록 제조사나 딜러들은 다양한 형태의 환불소송을 피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도 이런 시스템의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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