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기아차 8종 뽑힌 '뭔가 수상한 디자인 어워드'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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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23 19:11
[기자수첩] 현대기아차 8종 뽑힌 '뭔가 수상한 디자인 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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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권위 있는 디자인 어워드라는데 결과가 좀 이상하다. 특정 브랜드에 편중됐을 뿐 아니라, 아직 공개 되지도 않은 차가 렌더링만으로 상을 받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23일, 현대차 5종(제네시스 브랜드 포함)과 기아차 3종 등 총 8개 차종이 미국의 유력한 디자인상인 '2015 굿디자인 어워드'의 운송 디자인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경우 내년 나올 예정인 아이오닉을 비롯해 아반떼와 투싼, EQ900(G90), 싼타크루즈 등이, 기아차는 K5와 쏘렌토, 트레일스터가 수상했다. 

현대기아차 측은 "굿디자인 어워드는 1950년 시작돼 올해로 65회째를 맞은 정통성과 권위를 인정받은 시상식"이라며 "현대기아차의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차량 디자인이 세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굿디자인 어워드의 선정 방식과 수상 이유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현대기아차의 말처럼 정통성이나 권위가 있는지는 몰라도, 제대로된 평가에 의해 수상을 했는지에 대한 공정성은 미지수라는 주장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굿디자인 어워드의 운송 디자인 부문 시상은 특정 브랜드에 편중된 면이 있다"면서 "한 브랜드의 7~8개의 차량이, 그것도 한꺼번에 모두 수상하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운송 디자인 자동차 부문 수상 차종을 살펴보면 현대기아차 8종을 비롯해 BMW(미니, 모토라드 포함) 7종, 닛산(인피니티 포함) 4종 등 3개 업체가 독차지했다. 특히, 미국에서 열린 시상식임에도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다른 디자인 어워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모델들의 이름도 보이지 않았다. 이들 이외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테슬라가 겨우 1종씩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 내년 출시 예정인 현대차 아이노닉.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된 이미지는 렌더링뿐이다.

선정 기준도 의문이다. 이번달 나온 제네시스 EQ900은 그렇다 쳐도 아직 나오지도 않은 아이오닉까지 선정해 특정 업체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았다(참고로 EQ900도 내년 1월 '2016 디트로이트모터쇼'를 통해 미국에 최초로 공개된다). 

또, 2012년에 나온 테슬라 모델 S가 이제서야 수상한 것을 비롯해 기아차 쏘렌토와 BMW X4·X6·미니 쿠퍼 5도어 등 작년에 출시된 과거 모델들이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디자인 업계 한 전문가는 "특정 업체에 너무 많은 상을 주는 디자인 어워드도 문제지만, 이를 과장해 홍보하는 업체도 자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현상은 비단 굿디자인 어워드의 문제만은 아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알려진 iF디자인상과 레드닷 어워드도 상을 남발하기는 마찬가지다. iF는 매년 4000~5000여개 제품을 심사해 이 중 30~35%에 해당하는 1000~1700개 제품에 상을 주며, 레드닷 어워드도 1만1000개 이상의 제품을 심사해 1500여개의 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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