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네시스 EQ900는 현대차 혼자 만들지 않았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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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10 12:41
[기자수첩] 제네시스 EQ900는 현대차 혼자 만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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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보도자료는 적어도 하루에 한개씩은 받아보게 된다. 또 연식 변경 혹은 에디션을 포함한 신차 출시 자료는 일년에 20-30개 정도 받아본다. 그 신차 출시 자료에서 현대차의 부품 업체나 협력 업체의 이름을 본 기억은 거의 없다. 아니다, 단 한번도 없다. 

 

하지만 제네시스 EQ900 출시와 관련된 보도자료에는 파수비오, 복스마크, 독일척추건강협회, 서울대 의대 등 특정 업체나 단체를 언급한 부분이 눈에 띈다. 특히 이 언급은 유독 EQ900의 시트를 설명하는데 집중됐다.

파수비오(Pasubio)가 어떤 회사인가. 페라리, 벤틀리, 포르쉐, 재규어, 랜드로버 등 최고급 브랜드의 가죽 시트를 담당하는 이탈리아의 브랜드다. 그들의 가죽은 가격이 비싼 것은 물론이며, 품질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 뛰어난 품질 덕택에 200여명의 직원이 창출하는 연간 수익만 1억유로(약 1290억원)에 달한다. 이런 파수비오와 현대차의 협업으로 탄생한 가죽이 제네시스 EQ900의 시트에 씌워졌다. 

 

최고급 가죽에 어울리는 마무리도 잊지 않았다. 가죽 시트의 정교한 스티치는 오스트리아의 복스마크(Boxmark)와 공동으로 작업했다. 복스마크는 가죽 시트에 관한 포괄적인 제작 기술을 갖고 있다. 그들의 가죽 시트 제작 능력은 자동차 산업은 물론, 고급 선박, 비행기, 철도 등에 폭넓게 쓰인다.

복스마크의 가죽 시트 및 제작 기술은 부가티, 람보르기니, 벤틀리, 마이바흐, 맥라렌,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AMG 등이 사용한다. 여기에 이제 현대차도 추가된 셈이다. EQ900의 가죽 시트 스티치는 현대차와 복스마크가 공동으로 작업했다.

 

다소 생소한 독일척추건강협회의 이름도 보도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최고급 소재와 기술력으로 제작된 시트가 독일척추건강협회(AGR, Action Gesunder Ruecken)로부터 공인을 받았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서울대 의대와는 산학합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은 운전자의 키, 앉은키, 몸무게 등 신체 체형 정보를 입력하면 이를 분석해 자동으로 시트, 스티어링휠, 아웃사이드 미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을 조절한다. 

 

시트를 비롯해 스티어링휠이나 도어 패널 등에 사용된 가죽의 질감이나 마감, 이를 통해 느껴지는 안락함과 편안함은 어쩌면 대형 플래그십 세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포르쉐 등도 고급스러움을 설명할때 자신들이 사용한 가죽에 대한 소개를 가장 먼저 한다.

현대차도 이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셈이다. 외관 디자인이나 성능도 중요하지만 실내의 고급스러움을 인정받지 못하면 진정한 럭셔리 세단으로 거듭나기 힘들어서다. 그래서 유독 EQ900에 적용된 최초의 기술은 시트와 관련된 것이 많고, 제네시스 브랜드의 이름만 내세우기 보단 이미 이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파수비오, 복스마크, 독일척추건강협회 등을 앞세웠다.

 

분명 지금까지의 현대차 행보와는 다르다. 그동안 현대차는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에도 용감히 홀로 뛰어들었다. 특히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 8단 자동변속기, DCT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과 관련된 부분은 물론이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등 첨단 안전 장비에 있어서도 현대차는 유독 독자 개발을 강조했다. 

 

그랬던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차이자 플래그십 모델인 EQ900에서는 이례적으로 공신력 있는 브랜드와 단체를 곁들였다. 명품 브랜드로 새롭게 도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건 물론 안팎의 힘까지 보태야만 한다는 인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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