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가다] MBCC, 벤츠 클래식카에 숨결을 불어넣는 곳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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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24 08:36
[현장에 가다] MBCC, 벤츠 클래식카에 숨결을 불어넣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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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집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삼성동에 '한국판 아우토슈타트'를 짓는다고 발표하기도 했지요. 어떤 테마파크, 혹은 어떤 박물관이 지어지면 좋을까요. 제조사나 마니아들도 많은 곳을 돌아다녀 봐야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흔히 가보기 어렵지만 모터그래프 기자들이 다녀온 자동차 명소를 한곳씩 소개 해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센터의 전경

벤츠는 1993년 본사가 위치한 슈투트가르트에서 가까운 펠바흐(Fellbach)에 오래된 자동차를 복원하는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센터(MBCC)’를 지었다. 굳이 건물을 따로 지었던 이유는 그로부터 몇년이 지난후에야 밝혀졌다. 바로 2006년 독일 최대 규모의 자동차 박물관인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이 오픈되면서였다. 

당시 이 초대형 박물관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없는 클래식카들을 비롯해 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까지 모두 복원돼 있어 관람객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다. 더 놀라운건 모든 차들이 단 하나의 티도 없는 완벽한 보존 상태를 갖춘건 물론이고, 하나 같이 즉시 시동을 걸고 주행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졌다는 점이었다. 그 배경에는 바로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 센터의 엔지니어들이 있었다.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것만 같은 레이스카가 수없이 많이 쌓여있다. 하나에 수십억이다. 

# 자동차를 복원하고 부품을 제공하는 곳

처음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센터를 마주하고는 그 명성에 비해 규모가 너무 작아 좀 놀랐다. 알고보니 전면에 드러난 건물은 작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통로가 미로처럼 이어져 뒤로 공장이 펼쳐지는 구조였다. 공장은 2층 구조에 엔진부 섀시부 등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사진속에서나 봤음직한 클래식카들의 보닛을 열고 수리에 열중하는 엔지니어들도 여럿 있었다.

 100억대 클래식카도 복원 되고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센터의 가장 큰 목적은 이렇듯 클래식카를 복원하는 것이다. 망가진 차라도 뼈대만 구하면 거기에 맞춰서 나머지를 모두 만들어 붙인다. 단순히 복원하는데서 그치는게 아니라 제대로 달릴 수 있도록 하는게 주 목적이다.

비교적 젊은 시승차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센터장 피터 슈피츠는 최초의 자동차부터 지금까지 모든 벤츠 자동차들의 설계도를 부품 단위까지 완벽하게 보유하고 있어 어떤 차의 부품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무엇이건 보존하는 독일인들의 성향에 새삼 감탄한다. 또 그는 “클래식카를 올드타이머라고 부르는데 원래의 부품이 얼마나 남아있는지가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벤츠의 ‘순정 부품’이어야 제대로 된 복원이라는 것인데, 클래식센터가 만든 부품은 오리지널 부품이니 클래식카를 제대로 복원하려면 여기서 해야만 한다는 의미도 된다. 

거창하고 로맨틱한 디자인의 메르세데스 벤츠

클래식센터는 모든 벤츠 올드카의 부품을 보유하거나 찾아주거나 혹은 생산한다. 클래식카까지는 아니어도 20-30년 정도 된 자동차의 부품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서 오래된 차를 수리하기 위해 이곳에서 부품을 구할 수 있다. 

# 전시, 판매, 시승까지 겸하는 장소

입구에는 작은 박물관이 마련 돼 있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처럼 웅장한 것은 아니고 20여대 정도가 전시 돼 있을 뿐이다. 창고에 가면 또 백여대의 차들이 주차돼 있는데, 빈틈없이 주차된 모습은 좀 옹색하지만 각 차들을 자세히 보면 각각이 따로 박물관을 열어도 좋을것 같은 차들이다. 더구나 이들은 모두 돈만 있다면 구입까지 가능한 차들이다. 판매 가격은 의외로 저렴한 편이어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매우 희귀한 차들이거나 특별한 대회에서 우승을 한 차의 경우 백억원이 넘기도 한다.

클래식카 시승을 하다보면 마치 옛 영화속에 들어온 것만 같은 느낌이다. 
엔진룸에서 얼마나 많은 부품이 원래 그대로 들어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가치다. 

비록 전시 공간은 작은 편이지만 클래식한 차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넘친다. 일부 차들은 앉아볼 수도 있고, 심지어 운전까지 해볼 수 있는 자동차들도 10대 정도 마련돼 있다.

 커다란 핸들을 돌리자면 과연 운전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의외로 벤츠는 벤츠의 느낌이었다. 핸들 안쪽 동그란 링이 경적이다. 

1900년대 초반의 클래식카를 운전한다는건 아주 묘한 느낌이다. 오토매틱은 커녕 안전벨트가 개발되기도 전에 만들어진 차들이어서 밸트를 매려야 맬수 없었고 라디오도 개발되기 전이어서 음악도 들을 수 없었다. 와이퍼 작동 같은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엔진소리나 핸들, 서스펜션 같은 주행 감각은 믿어지지 않을만큼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창고에는 수없이 많은 클래식카들이 최상의 상태로 세워져 있었다. 

차를 바꿔가며 1950년대 차까지 타보니 초현대식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실내가 무척 화려할 뿐 아니라 비록 2점식이지만 안전벨트도 나타났고 라디오도 들을 수 있었다. 변속 느낌이나 작동 방식이 매우 경쾌했다. 여러 차들을 타보면서 벤츠의 주행 특성이 수십년이 지나도록 크게 변화되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지향점을 만들어 놓고 그에 맞춰 차를 개발해 온 것 같았다. 과거 우리 할아버지들이 이래서 벤츠, 벤츠 했던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3륜차를 몰아 보이는 에릭슈미츠 관장

피터슈피츠 센터장은 “내가 어릴적 탔던 차를 내손으로 복원한 것이 가장 보람됐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옛것을 소중히 해야 더 나은 미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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