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fully-electric sports car” 포르쉐가 2019년 타이칸을 공개하면서 사용한 첫 번째 문구다. 문장 그대로 타이칸은 스포츠카로 개발됐다. 초점 자체가 달리는 것에 맞춰졌다는 뜻이다. 엔진 대신 배터리와 모터를 쓴다는 차이만 있을 뿐 추구하는 방향은 911 혹은 718과 동일하다.

그런데도 타이칸은 많은 공격을 받고 있다. 뒷좌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전기 세단과 비교되면서 불편하다는 것이 대다수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가 좁고 시끄럽다고 불평불만 내놓는 소비자는 없다. 에르메스나 샤넬 백에 수납공간이 좁다고 불평하는 소비자도 없다. 타이칸도 마찬가지지만 어째서 유독 많은 질타를 받는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타이칸 관련 오해를 하나씩 살펴봤다.

#프런트 트렁크가 작고, 열기 어렵다?

타이칸의 전륜 축은 매우 복잡한 구조로 이뤄졌다. 전기모터, 인버터, DC 컨버터, 3챔버 에어서스펜션,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제이션, 스티어링 시스템 등 각종 기계 종류도 다양하다. 전륜 서스펜션도 공간 확장에 유리한 맥퍼슨 방식 대신 더블 위시본 구조를 사용한다. 모두 타이칸이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처럼 다양한 장비들이 탑재됐음에도 프런트 트렁크까지 갖춘 것이다. 오히려 패키징 부분 기술력을 높이 사야 한다. 일부 브랜드는 공간 부족으로 과감하게 프런트 트렁크를 생략시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센터패시아 터치패널에서 버튼만 누르면 열린다. 내연기관 엔진 후드처럼 허리를 굽혀 페달 근처 레버를 당기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편하면 더 편했지, 불편하지 않다.

#직류/교류 충전구가 따로 있어 불편하다고?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편리한 충전을 위해 AC 충전구가 추가된 것이다. 전기차를 충전해본 소비자는 충전선이 짧아 차를 반대로 돌려 다시 주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타이칸은 이런 불편 없이 충전할 수 있다.

이상적인 전기차 이용은 DC 급속충전 대신 AC 완속 충전을 꾸준히 이용하는 것이다. 배터리 관리를 위해서다. 타이칸은 좌우에 모두 AC 충전구가 있으므로 주차장에 전면 주차를 해도 우리나라처럼 아파트에 후면주차를 해도 편안하게 충전할 수 있다.

#기어 셀렉터 위치가 불편하다?

포르쉐 918 스파이더 인테리어
포르쉐 918 스파이더 인테리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비난이다. 올바른 운전 자세라면 기어 셀렉터 조작을 위해 등을 굽히거나 필요 이상으로 팔을 뻗을 필요 없다. 스티어링휠 넘어에서 간단하게 기어 조작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타이칸의 기어 셀렉터디자인과 위치는 포르쉐의 하이퍼카 918 스파이더부터 이어진 특징이다. 실제로 타이칸의 인테리어 디자인 요소는 많은 부분에서 918 스파이더의 영향을 받았다. 포르쉐의 역사적인 모델과 동일한 디자인 특징이 반영됐다는 점은 오히려 높이 사야 할 부분이다. 포르쉐 전동화 헤리티지가 이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시트포지션이 높아서 불편하다고?

포르쉐 공식 자료에 따르면 타이칸의 시트포지션은 911과 거의 동일하다. 차량에 앉았을때 운전자의 골반, 무릎, 어깨와 손목의 각도 모두 911과 차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전기차의 특성상 배터리로 인해 지면으로부터 엉덩이까지 높이는 911보다 조금 더 높아졌을 뿐이다. 특히, 바닥에 배터리가 있음에도 시트를 최대한 낮게 설계해 전기차 기준으로는 매우 낮은 시트포지션을 갖는다.

#실내가 좁다? 이 차 포르쉐야!

잊지 말자. 이 차는 포르쉐다. 애초에 타이칸은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스포츠카로 개발됐다. 편안하고 넓은 공간을 갖는 전기 세단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다. 빠르면서 안정적으로 달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계적 부품들의 조화가 필요하다.

타이칸의 전륜 축에는 모터, 모터를 제어하는 인버터, 전기차 충전을 위한 컨버터가 자리한다. 성능이 뛰어난 3챔버 에어서스펜션과 더블 위시본 구조도 더해졌다. 여기에 액티브 롤스태빌라이저인 PDCC까지 추가됐다. 후륜에는 모터, 인버터, 토크벡터링 시스템, 후륜 조향 시스템, 2단 변속기까지 탑재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기차는 너무 추워도, 너무 뜨거워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온도 유지 능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1개 라디에이터, 2개의 팬, 3개 냉각수 펌프, 6개 밸브, 10개 온도 센서를 집약시켰다. 폭이 넓고 큰 휠과 타이어 장착은 기본이다.

타이칸은 포르쉐, 그리고 스포츠카의 기준으로 판단해야 된다. 앞으로만 빠르게 달릴 것이었다면 위와 같은 복잡한 기계장치를 추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2열 공조기 디자인이 별로다?

자동차에서 디스플레이와 그래픽 디자인의 비중이 커지면서 제조사들이 한가지 실수한 부분이 있다. 바로 공조장치의 생략이다. 소비자 불만은 바로 터졌다.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었던 공조장치를 몇 단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거치지 않고 화려한 그래픽에 가려져 버튼을 쉽게 찾지 못하는 문제도 나왔다. 이에 공조장치 조작 버튼이 부활하는가 하면 그래픽 디자인도 단순화되기 시작했다. 타이칸의 공조장치 디자인은 직관성에 초점을 맞춘 좋은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즐길 거리가 없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게임 혹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한다. 타이칸은 2019년 출시됐다. 일반적으로 신차 개발 기간이 5년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10년 중반대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전기차는 없었다. 무엇보다 게임보다 운전이 더 즐거운 차다. 굳이? 

#가상 사운드가 이상하다?

타이칸의 가상 사운드는 2015년부터 개발이 이뤄졌다. 초점은 ‘사실적’이라는데 맞춰졌다. 인위적인 소리로 타이칸을 덮는 것이 아니라 타이칸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도록 개발한 것이다.

가상 사운드의 또 한 가지 역할은 운전자에게 명확한 피드백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포르쉐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시험에서 명확한 피드백을 전달하는 사운드는 그렇지 않은 사운드보다 랩타임이 더 단축되기도 했다. 가상 사운드조차 포르쉐가 스포츠카를 만들기 위한 접근법으로 탄생했다. 그럼에도 듣기 싫을 수 있다. 그래서 포르쉐는 타이칸을 처음 시동 켰을 때 가상 사운드가 꺼지도록 설정해 놨다. 스포츠 모드에서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포르쉐 특유의 스포츠 리스폰스 버튼이 없다?

내연기관에서 스포츠 리스폰스 버튼은 엔진 스로틀 반응과 터보차저 스풀-업, 변속 시간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타이칸은 이 역할을 2단 변속기가 담당한다.

스포츠 혹은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설정하면 타이칸의 2단 변속기는 1단 사용 비중을 높인다. 극단적으로 빠른 가속 성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가속페달 반응도 격할 정도로 빠르게 설정되는데, 이를 통해 스포츠 리스폰스 버튼이 있는 것과 같은 빠른 반응과 가속 성능이 나올 수 있도록 개발됐다.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부족하다?

빠르게 달리기 위한 소프트웨어부터 만들었다. 차량의 모든 동역학적인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일종의 소프트웨어 커맨드센터를 만든 것이다. 포르쉐에서는 이걸 4D 섀시 컨트롤이라고 부른다.

과거의 내연기관 자동차였다면 트랙션 컨트롤, 주행모드, 댐핑 컨트롤 모두가 따로 작동했다. 하지만 타이칸은 자동차의 X축, Y축, 심지어 Z축으로 움직이는 모든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각각의 부품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탑재됐다. 달리는 부분의 타협은 없는 것이 바로 포르쉐다.

#모터 기술력이 부족하다?

일단 종감속비부터 보자.

리막 네베라는엄청난 롱기어비를 갖고 있다. 반면 테슬라 모델 S 플래드와 타이칸 터보 S의 2단 기어비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숏기어비인 1단을 추가해서 초반 가속 성능을 높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모터 회전수를 높이면 기어 없어도 되지 않냐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타이칸의 모터 가용 회전수는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숫자만 본다면 낮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엔지니어링 적으로 모터가 빨리 회전하면 부하가 많이 걸리고 열이 많이 발생한다. 모터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열적 부하다. 실제로 모델 S 플래드의 모터는 엄청난 성능을 발휘하지만 금방 지치는 문제가 나오고 있다. 포르쉐의 개발 방향은 지치지 않는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터 세팅이 다른 것이다. 한번 최고의 성능 쫙 뽑느냐, 아니면 성능을 언제든 끌어 쓰고 지치지 않게 만드느냐는 제조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에너지 회수 능력이 부족하다?

대부분 전기차 회사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에너지 회수를 한다. 이를 리프트 오프 리제너레이션(Lift of Regeneration)이라고 한다. 반면 포르쉐는 기본저그로 이 방식을 이용해 에너지를 회수하지 않는다. 타이칸을 운전하보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에너지 회수 없이 관성 주행을 하는 느낌을 받는 이유다. 

타이칸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만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회수한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회생제동이 이뤄지면 순간순간 울컥거리면서 주행 감성을 떨어트린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칸에는 리프트 오프 리제너레이션 기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이때의 제동 중력가속도는 0.39g 정도로, 일반적인 엔진브레이크보다 조금 더 강한 수준이다. 

포뮬러 E Gen2. 2018~2021년까지 활동했다.
포뮬러 E Gen2. 2018~2021년까지 활동했다.

에너지 회수량도 265kW로 결코 적지 않다. 타이칸이 등장했던 2019년에 이 정도 에너지 회수가 가능했던 전기차는 없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활동한 1세대 포뮬러 E의 최대 에너지 회수가 100kW에 불과했고,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활동한 2세대 포뮬러 E는 250kW 수준이었다. 타이칸이 등장한 2019년 기준으로 당시 포뮬러 E보다 높은 에너지 회수 능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브레이크 시스템은 왜 이렇게 강력한 것을 썼을까? 포르쉐는 어떤 차종이라도 차량 출력의 3배 강력한 브레이크를 쓰는 것이 내부적인 약속이다. 때문에 어떤 차를 타도 포르쉐 브레이크 좋다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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