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일기 1편] 전기차 니로EV 구입…나도 '시기상조회'에 가입했다
  • 김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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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14 11:58
[EV 일기 1편] 전기차 니로EV 구입…나도 '시기상조회'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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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듣는 얘기가 있다. 전기차는 너무 시기상조 아니야? 

응 아니야. 아무리 얘기해도 곧이 곧대로 듣질 않는다. 한번 충전으로 100km 남짓 달리는 이른바 1세대 전기차를 타는 운전자라면 ‘그걸 불안해서 어떻게 타느냐’부터 ’인생은 꼭 계획한 길로 가게 되는게 아니다(?)’라는 둥 다양한 오지랍에 시달리게 된다더라. 그래서 전기차 오너들은 구차하게 얘기하는 대신 응 그래 시기상조야. 하고 대화를 끝맺어 왔다고 한다. 또 전기차 혜택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 때문에 남들에게 추천하지 않고 혼자서만 오래 누리고자 괜히 시기상조라고 둘러대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니로EV를 구입했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선 어디서 소문이 새나갔는지 너도나도 전기차를 구입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 나 또한 어쩌다보니 기아차 니로EV를 구입하는 것으로 이 ‘시기상조회’에 가입하게 됐다. 

계약 후 수개월을 기다려 어렵게 만난 니로EV는 좀 당혹스럽기도 했다. '남색'이라고 선택했는데 정작 나온 색을 보니 우리 회사차로 타는 니로 하이브리드와 똑같은 군청색이었다. '그래비티 블루'라는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 못한 한심한 기억력부터, 회사차와 잘 구분이 안되는걸 보고 있자니 이러려고 새 차를 샀나 자괴감마저 든다. 전기차 전용 색상을 하나라도 만들어 주던가, 디자인에 개성을 더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이럴거면 니로EV 콘셉트카는 대체 왜 보여준건가 싶다면서 괜히 엉뚱한 사람들 탓까지 했었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계속 보니 같은 색상에 디자인만 약간 달라졌는데도 새차 느낌이 난다. 

이럴수가! 알고보니 회사차와 똑같은 색상이었다

# 전기차는 왜 갑자기 인기인가

지난해만 해도 전기차 보조금이 남아 돌았다. 예산이 남아 누구나 신청하면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올해 예산은 오히려 좀 줄었지만 서로 눈치 싸움이 일어나고 감정 싸움까지 벌어져 각 지자체에 각종 민원이 쏟아질 정도로 치열했다. 

원인은 여러가지다. 아파트나 대형 시설마다 전기차 전용 충전장소가 늘어난 점도 주효했지만 뭐니뭐니 해도 신차들의 상품성이 우수해진 덕이 크다. 쉐보레 볼트EV, 현대차 코나EV, 기아차 니로EV 같이 한번 충전으로 400km 가까이 달리고,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춘 차들이 등장하면서 전기차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운전자들은 세컨카로서 전기차를 고려하는게 아니라 가족을 태울 단 한대의 차량으로서 전기차를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전기차의 적정 주행 거리에 대해선 많은 논의가 있지만, 휘발유 차량에 익숙한 소비자들이라면 한번 가득 채우고 주행거리 400km 정도 될때야 안심이 된다. 평소 완충 주행 거리와 비슷해야 가늠이 되기 때문이다. 니로는 64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기본 모델(385km주행)과 344만원이나 저렴한 슬림팩(40kWh,246km주행) 모델이 있는데 90% 이상이 기본 모델을 구입한다고 하니 소비자의 요구사항은 분명한 셈이다. 

전기차들이 중고차로 팔때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원인도 있다. 올해까지 정부에서 보조금을 대당 1700만원(서울 기준)이나 쏟아부어 주는데, 내년에는 1300~1500만원 정도로 떨어지고 2-3년쯤 후는 대폭 줄어들거라는게 보편적인 생각이다. 중고차를 팔 때가 되면 전기차 신차 구입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중고차 가격이 어느 정도 방어 될 것으로 보는 상황이다. 

실제로 앞서 등장한 아이오닉EV 같은 경우는 이미 2년이 지나고 전매 제한이 해제돼 중고차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는데, 지금 판매 가격이 초기 보조금 받고 구입한 가격과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제한 돼 있기 때문이다. 

유지비가 월등히 낮은 것도 한 몫한다. 내가 타는 벨로스터N에 휘발유를 가득 채우면 8만원 정도 들어가지만 니로EV는 가득 채우면 3000원 정도(50% 감면시) 든다. 지금은 운영비가 10배 이상 저렴한 셈인데 이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싸다. 심지어 전기 충전이 무료인 건물도 꽤 있고, 현대차는 전기차를 팔면서 2년 무료 충전 카드를 제공한다. 이런 카드를 가진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충전 골든벨'을 울리기도 한다. 전기차 커뮤니티는 인심이 너무나 좋아 서로 위하는 분위기가 있다.

한편으론 이렇게 흥청망청 전기를 써도 되나 싶기도 하고, 세금 혜택을 왜 내게 이렇게 몰아주는가 싶을 정도로 미안한 마음도 있다.

실내는 기어 노브 등 조금 달라졌다

엔진오일, 오일필터, 에어클리너(엔진용)는 당연히 교체 할 필요가 없는데, 의외로 브레이크와 브레이크액도 거의 교체하지 않는다. 값비싼 고압 배터리(부품값 2200만원)를 언젠간 교체해야 할 것으로 우려하는 소비자들도 있다지만 평생 보증을 해주는 만큼 그런 우려는 접어두기로 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니 차량 운영비가 낮은건 물론, 팔때는 제 값을 그대로 쳐서 받으니 돈을 아끼는게 아니라 숫제 돈을 버는 기분이 든다. 

각 제조사들은 어차피 올해 모델별로 1000대 정도씩만 생산 할 계획이면서도 7000대 이상의 예약을 받아 줄세우는 것으로 엄청난 성공을 자축하기도 했다. 워낙 인기가 높아지자 각 지자체들도 앞다퉈 추경예산을 집행하며 좀 더 많은 전기차를 투입하려 노력하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 "사자마자 효자네 효자"

번쩍이는 니로EV 외관은 앞서 말했듯 하이브리드와 잘 구별되지 않았다. 특히 니로EV는 외관 어디에도 EV라는 표기가 없고 작은 뱃지에 [eco/electric] 이라는 내용이 적혀있을 뿐이다. 잘 보면 덩치가 좀 더 크다. 높이는 30mm 가량 높고 범퍼도 조금 더 튀어나와서 약간 더 수려해(혹은 덜 못생겨) 보인다. 

다만 전기차라면 앞유리에 덕지덕지 붙여야 할 온갖 스티커들이 존재한. 보통은 스티커를 싫어하지만, 주차장을 50% 감면해주고, 혼잡 통행료를 내지 않고, 고속도로에서 50%를 내도록 해준다니 군말없이 스티커 3종을 재빠르게 붙였다. 다만 여러 스티커를 하나로 합칠 방법은 없을까 궁금해진다. 

차를 등록하기 위해 구청을 찾았다. 구청에서는 취등록세 번호판 비용 등 100만원 남짓의 비용이 들었다. 전기차라고 해서 취등록세를 또 감면 받았다. 3000만원짜리 벨로스터N의 취등록세는 300만원이 넘게 들었는데, 5000만원짜리 니로EV는 100만원 정도만 내면 됐다.

구청에서 차를 등록할 때 세금은 신용카드로 내는게 좋겠다. PC에서 납부하면 무이자 할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인트적립이나 연말 소득공제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몰라서 현금을 그냥 냈는데, 일단 내고나니 '낙장불입' 같은 논리로 돌려주지 않았다. 미리 기억하자. 세금은 카드로. 

붐비는 아파트 주차장에도 전기차 전용 충전 자리는 항상 남아있다 

전기차 번호판은 파란색이다. 차량 등록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미리 화면에 띄워준 번호 20개 중에 한개를 고르는 방식이다. 가솔린 차량의 경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 후 다시 돌아와 원하는 번호군을 또 살필 수 있다. 딱 맞는 번호는 못 구해도 한참을 기다리면 원하는 번호 언저리까지는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전기차는 전국적으로 등록 대수가 얼마 없다 보니 번호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한참 지나 번호를 다시 열어봐도 아까 그 번호 그대로라고 한다. 순순히 등록했다. 29다2199. 나름대로 번호 좋다. 

구청에선 번호판과 번호판 가드를 함께 파는데, 번호판 가드가 필요 없다고 안사겠다고 하니 “전기차는 번호판 가드 없이 붙일 수 없어요”란다. '그럴리가'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번호판 가드를 보니 수긍이 됐다. 번호판에 아예 나사 구멍이 없고 번호판 가드가 가장자리를 붙잡는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충전기 화면 디자인은 개선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가만 보니 구청에도 전기차충전기가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도 된다. 한참을 충전했는데, 1000원 남짓. 매우 싸다. 더군다나 여기서 충전한 영수증을 지참하면 구청주차비 1시간(3000원)이 무료라고 했다. 충전도 싸게 하고 주차비까지 면제 받고 나오려는데, 뭐 이런 혜택이 다 있나 싶었다. 어제까지 내가 타고 다닌 차는 뭐란 말인가. 나쁜 전기차 오너들, 그동안 이 혜택을 자기들끼리만 누려왔다니!

발끈은 잠시, 이내 헤하고 기분이 좋아져 버렸다. 몇푼 안되는 돈이지만 혜택을 받으니 마치 길에서 돈 주운 것 같은 기분이 되고 만다. 

이번엔 경제적인 관점만 강조했는데, 다음편에선 전기차를 타면서 어떤 편리함을 얻게 됐는지 정리 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전기차에 관한 다양한 얘기들을 전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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