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파일럿…"세상의 모든 레저"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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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19 09:43
[시승기] 혼다 파일럿…"세상의 모든 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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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게 엄청난 미덕일 때가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제조사가 홍보나 마케팅에 적극 사용하기도 했다. 이삼십년 전만 해도 차가 귀했고, 비쌌으니 한대를 사더라도 큰 차를 사야된다는 소비자들의 상황도 딱 맞아떨어졌다. 이제는 다른 이유로 큰 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여가 생활이 보편화되고 있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큰 차가 가지고 있었던 몇몇 불편도 줄어들었다.

‘SUV 돌풍’이라는 바람도 등에 업었다. SUV와 트럭의 천국이라는 미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대형 SUV에 대한 수요가 끊이질 않고, 특히 중국에서 무서운 속도로 큰 차가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볼륨 브랜드, 프리미엄 브랜드를 막론하고 7인승 이상의 대형 SUV를 서둘러 내놓고 있다.

2002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혼다 파일럿은 철저하게 북미 시장을 겨냥해 제작됐다. 전륜구동 플랫폼을 활용했고, 처음부터 8인승으로 만들어졌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차체는 더 커졌고, 완벽한 다인승 모델이 되기 위해 업그레이드 됐다. 시승한 3세대 파일럿도 기본적은 특징은 그대로다. 3열 시트의 거주성과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담겼다.

차체 너비가 1995mm에 달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3열 시트에 3개의 안전벨트를 준비했다. 실상 성인 셋이 앉기엔 부족하지만, 여느 SUV의 3열 공간보다는 꽤 넉넉하다. 전륜구동 플랫폼을 사용하고, 부피가 적은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됐다. 또 마치 미니밴처럼 엔진룸의 공간이 작기 때문에 차체의 대부분을 실내 공간에 할애할 수 있었다.

시트 배치는 영화관처럼 되어 있다. 뒤로 갈수록 높다. 그래서 3열에 앉아도 전방 시야에 대한 답답함이 크지 않고, 옆으로도 꽤 큰 크기의 창이 마련됐다. 넉넉한 수의 컵홀더와 송풍구도 있다. 

3열에 비해 2열 공간은 비지니스 클래스 수준이다. 시트를 앞뒤로 움직일 수 있고, 등받이를 적당히 뒤로 눕힐 수도 있다. 수납공간 역시 부족할게 없고, 공조장치도 별도로 컨트롤 할 수 있다.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부분은 없지만, 저렴한 티를 내는 곳도 없다.

1열의 디자인은 혼다의 여느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간결하고 보편적이다. 마감은 깔끔한 편이고, 화려하게 꾸민 부분없이 단아하다. 정돈된 구획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만큼 직관적이지만, 세련됨은 크지 않다. 북미 모델은 기다란 기어 노브 대신 버튼식 기어 셀렉터가 도입됐는데, 아직 국내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앞좌석의 가장 큰 장점은 수납공간이다. 앞좌석의 모든 수납공간의 부피를 합치면, 미드십 스포츠카의 트렁크 정도가 될 것 같다. 부피만 큰게 아니라, 적재적소에 다양한 크기의 수납공간이 마련됐다.

여전히 ‘큰 차’는 많은 장점을 지닌다. 특히 도심을 벗어났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모든 레저활동이 가능하다. 캠핑 장비나 낚시, 서핑, 스키 등의 용품을 차에 싣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부드러운 가솔린 엔진은 레저를 위해 떠나는 여정을 더욱 상쾌하게 만들고,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은 모험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준다. 또 많은 소비자들이 기다렸던 ‘혼다 센싱’은 운전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때, 모두의 안전을 책임진다.

3.5리터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는 사소한 불만을 야기시키지 않는다. 오랫동안 많은 차에 탑재했던 만큼 잘 가다듬어졌다. 2톤에 가까운, 덩치에 비해 가벼운 파일럿은 예상보다 빠릿하게 움직인다. 꽤 경쾌하다. 디젤 SUV에 비해 엔진의 회전질감도 매끄럽고, 회전수도 쉽게 솟아오른다. 최고출력이 높은 만큼 가속은 꾸준하다. 다만 이미 빠른 속도로 달리는 상황에서, 순간적인 힘을 더 쓰려할 땐 주춤거리는 모습도 있다. 대형 SUV에게 가솔린 엔진은 확실한 장단점이 있다.

엔진 진동이 적고, 소음에서 자유로운 점은 파일럿의 파워트레인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그래서 도심에서도 평온하게 달릴 수 있고, 주행 스트레스도 적다. 정숙성은 고급 대형 세단 수준이다. 또 부드럽게 가속되는 만큼 운전에 대한 부담도 적다. 디젤 엔진에 비해 다소 연비가 떨어지는게 흠인데, 나름 혼다는 가변 실린더 제어 기술과 엔진 내부 및 변속기 클러치 마찰 감소를 위한 기술을 적용됐다.

조향 감각이나 제동성능도 잘 가다듬어져 있기 때문에 큰 차체를 비교적 쉽게 조종할 수 있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앞뒤의 토크를 분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좌우 바퀴의 토크도 제어한다. 주행 모드는 노말, 스노우, 머드, 샌드 등으로 나뉘며, 별도의 기어 노브 조작을 통해 스포츠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대형 SUV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이 세그먼트는 수입차 시장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파일럿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레저 활동이 다양해짐에 따라 더 돋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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