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BMW 최고를 꿈꾸던 남자, 폭스바겐그룹 정점에 서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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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16 04:10
[이완 칼럼] BMW 최고를 꿈꾸던 남자, 폭스바겐그룹 정점에 서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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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16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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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목요일(현지시각),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그룹 폭스바겐 AG의 새 회장이 선출됐습니다. 헤르베르트 디스(Herbert Diess) 폭스바겐 브랜드 사장이 그 주인공으로, 그동안 그룹을 이끌던 마티아스 뮐러의 뒤를 잇게 됐죠. 또 회장 교체뿐만 아니라 그룹의 경영구조를 새롭게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요. 헤르베르트 디스는 어떤 인물일까요?

# BMW그룹 회장을 꿈꾸던 남자

헤르베르트 디스는 1958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국적은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의장이 그랬던 것처럼 오스트리아인데요. 뮌헨 응용학문대학에서 자동차 공학을, 그리고 뮌헨 기술 대학원에서 각각 기계 공학을 공부했죠. 전임 마티아스 뮐러 회장 역시 뮌헨 응용학문대학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전공했으니, 이공계 엔지니어 출신들이 경영을 한다는 독일 자동차 기업의 전통이 이번에도 이어졌습니다.

▲ 폭스바겐그룹의 새로운 회장 헤르베르트 디스 / 사진=VW

보쉬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1996년 BMW에서 장기적인 생산 구조계획을 수립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승승장구했습니다. 오토바이를 좋아했던 그는 BMW 모터라트(모터바이크) 사업부를 이끌기도 했고, 그룹 전체의 개발 분야를 주도하며 동시에 전기 자동차 계획도 잘 수행했습니다. . BMW i 브랜드가 자리 잡기까지 그의 역할은 매우 컸죠.

개발 파트를 이끌고, 생산라인의 효율을 끌어올렸으며, i 브랜드가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등, 헤르베르트 디스의 BMW 내 입지는 탄탄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BMW 대주주 크반트 가문은 헤르베르트 디스의 후배 격이던 젊은 하랄트 크뤼거를 선택하죠. 헤르베르트 디스의 꿈은 그렇게 수포가 됐습니다.

▲ 2013년 BMW에 있을 당시 헤르베르트 디스 / 사진=BMW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폭스바겐 그룹의 절대적 존재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감독 위원회 의장이었습니다. 피에히 의장이 내민 손을 잡은 그는 2015년 7월 폭스바겐 자동차 브랜드의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죠.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디젤게이트가 터지고 맙니다.

# 디젤게이트, 그에겐 기회였다?

자신을 이끌어 줄 것이라 믿었던 피에히 의장이 경영/감독 그룹의 반란(?)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헤르베르트 디스의 위치는 모호해졌습니다. 그런데 디젤게이트로 피에히를 밀어낸 그룹 2인자 마틴 빈터코른 회장 또한 자리를 떠나게 되죠. 그리고 포르쉐를 이끌던 마티아스 뮐러가 새 회장이 됩니다. 그는 빈터코른 전 회장이 이끌던 아우디 쪽 인맥이기도 했습니다.

▲ 전임 회장 마티아스 뮐러. 그는 최대 270억에 이르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 사진=VW

마티아스 뮐러는 그룹 문제가 비효율적이고 경직된 수직 구조에 있다고 보고 개혁 의지를 밝힙니다. 또한 전기차에 엄청난 투자를 결정하는 등,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죠. 그렇게 새 회장이 안팎에서 2년 넘게 위기를 극복하는 동안 헤르베르트 디스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조용히 현실화하고 있었습니다.

폭스바겐 내부 인물이 아니었기에 디젤게이트의 폭풍에서 그는 한 발 비껴나 있을 수 있었고, 이미 BMW에서 전기차 분야를 이끈 경험이 있는 그에겐 그룹의 전기차 총력전은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폭스바겐의 이익을 이전보다 2배 이상 끌어 올리며 경영자로서 역량을 보여준 것이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결정적 요인이 됐습니다.

# 마지막 장벽 노조위원회와의 갈등

하지만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를 향한 불신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노조평의회를 이끌며 동시에 감독위원회 이사인 베른트 오스터로와의 갈등이 대표적이었는데요. 헤르베르트 디스는 원가 절감을 위한 핵심 방향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들고 나왔고, 실제로 폭스바겐의 많이 노동자가 그가 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회사를 떠났습니다.

▲ 헤르베르트 디스 / 사진=VW

독일 정론지 슈피겔에 따르면 헤르베르트 디스는 노조와 노동조합을 이끌던 간부들에게 ‘가장 싫어하는 임원’으로 불렸는데, 이런 분위기는 회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헤르베르트 디스는 연령이 높은 노동자들을 파트타임으로 돌리고 업무 효율화 등을 통해 해고를 줄여나가기로 타협합니다.

노조평의회 사무총장 군나 킬리안을 인사담당 이사로 앉힘으로 베른트 오스터로와의 화해를 이뤄낸 것이 컸습니다. (군나 킬리안은 오스터로 감독위원회 이사의 핵심 측근) 피에히와 포르쉐 가문의 확실한 지지, 거기에 노조를 이끄는 베른트 오스터로와의 합의 등으로 헤르베르트 디스의 자리는 보장받게 됐습니다.

# 잠재적 위험, 디젤게이트

BMW에 이루지 못한 꿈을 폭스바겐 그룹에서 이룬 헤르베르트 디스는 전동화 전략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디젤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밝힌 바 있죠. 한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의 디젤 기술은 최고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전동화 사업과 함께 디젤에 대한 투자 역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가 완전히 자유롭기 위해서는 마지막 관문을 넘어야 합니다. 바로 디젤게이트죠. 비록 BMW에서 건너왔지만 사장 자리에 올랐을 때 이미 사기 프로그램이 장착된 것을 알고 있었을 거라는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독일 검찰 또한 이 부분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죠.

만약 디젤게이트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헤르베르트 디스 신임 회장은 5년 임기 동안 세계 최대 자동차 그룹을 마음껏 이끌 수 있게 됩니다. 성과급 포함 연봉 130억 수준에 1년에 1천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팔고, 최고의 브랜드 10여 개를 이끌어가게 될 헤르베르트 디스. 차분한 전략가로 평가받는 그가 과연 이 거대한 자동차 그룹의 새 선장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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