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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칼럼] 폭스바겐 회장 "디젤차 보조금 없애자"…그 속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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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8  14: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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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디젤게이트가 터지면서 폭스바겐그룹은 최고경영자 자리에 포르쉐 회장인 마티아스 뮐러를 앉혔습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아우디에서 일을 시작했던 그는 전임 회장 마르틴 빈터코른이 아우디에서 폭스바겐그룹으로 자리를 옮길 때 직접 데려가기도 했던 인물이죠.

 

그는 디젤게이트로 쑥대밭이 된 그룹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독일 자동차 업계를 이끄는 새로운 리더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그런데 마티아스 뮐러가 최근 업계를 당혹하게 하는 발언을 해서 독일이 지금 시끌시끌합니다.

# 디젤 보조금 정책을 없애자는 디젤차 회사 회장

문제의 발언은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는데요. "이제는 우리가 디젤 보조금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전기자동차로 전환이 성공하려면 디젤차 보조금 지급은 해서는 안 됩니다. 이 돈(세금)은 친환경적인 기술 발전을 위해 더 의미 있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보조금 삭감, 전기차 인센티브는 올바른 신호가 될 겁니다. 우리는 견딜 수 있으니 현실적 두려움은 가질 필요 없습니다"

▲ 마티아스 뮐러 회장 / 사진=VW

마티아스 뮐러는 독일 정부가 디젤차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보조금 지급을 단계적으로 줄여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것인데요. 디젤게이트를 일으킨 장본인이자 여전히 디젤차가 중요한 판매원인 자동차 회사 회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독일에서 지금 꽤 신선하게, 혹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업계에 대한 비판으로 명성이 높은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교수의 경우 독일 통신사 DPA와의 인터뷰에서 "경의를 표합니다."라며 그의 발언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독일 자동차 회사가 이런 발언을 먼저 했다는 것은 예상 못 했다며 "정말 인상적이네요."라고까지 했죠.

# 당황스러운 업계와 정부

헬무트 콜 전 수상 시절인 80년대 중반 독일에서 승용차와 화물차 운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시된 독일 디젤차 보조금 제도는 매년 우리 돈으로 10조 이상의 세금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휘발유의 경우 세금이 리터당 65.45센트이지만 경유는 47.04센트로 리터당 18.4센트가 더 저렴하며 이 차액을 세금으로 채우고 있죠. 이 돈을 기술 개발하는 데 쓰거나 전기차 보조금 등을 위해 사용하자는 것이 그의 주장인데요.

일단 정부는 당혹감 속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난 10월 새롭게 교통부 장관으로 임명된 크리스티안 슈미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금 체계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또 제1야당 몫인 환경부도 환경 균형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디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맞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차원에서 휘발유 차보다 경유 차가 낫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 도로를 달리며 배출가스 자체 테스트 중인 아테온 / 사진=VW

그러나 녹색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뮐러 발언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지만 질소산화물에 따른 위협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특히 뮐러 회장은 독일 도시 곳곳에서 논의 중인 디젤차 도심 진입 금지도 찬성한다고 밝히기까지 했죠. '디젤차 도심 진입 금지'를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연방 정부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마티아스 뮐러는 뚜렷한 질소산화물 기준을 마련한 뒤에 이에 못 미치는 디젤차에 한해서만 금지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죠. 폭스바겐그룹의 최신 디젤 엔진은 여러 자료를 통해 드러난 것처럼 상당히 낮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보이기 때문에 이런 자신감에서 나온 발언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사의 디젤차를 구입한 수많은 고객을 생각하지 않은 무책임한 말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죠.

# 발언 속셈 따로 있는 걸까?

마티아스 뮐러 회장의 파격적인 이 같은 발언에 다임러나 BMW 등은 공식적으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당황하고 놀라는 눈치라는 게 쥐트도이체차이퉁 같은 신문이 전한 분위기였는데요. 그렇다면 어떤 의도가 이 말 속에 담겨 있는 것일까요?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우선 업계에선 디젤게이트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폭스바겐이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분석했죠. 저는 이 두 가지가 다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티아스 뮐러 / 사진=VW

디젤게이트를 일으켰다는 꼬리표를 아예 뗄 수는 없겠지만 친환경 정책을 드러내며 이미지 개선을 노리는 의도가 분명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미 이런 의도는 연일 이 소식을 전하고 있는 언론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한 가지는 전기차인데요. 폭스바겐은그룹 차원에서 90조 이상의 천문학적 투자(700억 유로)를 통해 10년 동안 300종의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습니다. 2016년 언론과의 연례회의 때 전한 것보다 더 큰 규모죠. 이처럼 엄청난 액수를 투자했는데 전기차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커다란 손실을 겪게 됩니다.

전기차의 빠른 보급을 통해 수익을 이른 시간 안에 만들어 내어야 하는 고민이 있기 때문에 그는 디젤이 아닌 전기차로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의견을 낸 것일 수 있습니다. 물론 디젤에 대한 자신감이나 투자가 없는 게 아닙니다. 지금도 수준급의 디젤 엔진을 만들고 있고 수천억을 들여 계속 디젤 엔진 개발하겠다는 발표 또한 한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또 요소수 없이 간단하게 질소산화물을 잡는 장치가 독일에서 개발돼 3년 안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프랑스나 그 외 유럽 여러 곳에서 깨끗한 디젤을 위한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독일 자동차 협회나 보쉬 그룹 회장도 당분간은 과도기 기술로 디젤의 가치는 분명히 있다고까지 얘기했습니다.

이렇게 디젤을 전략적으로 계속 밀고 나가려는 분위기에서 그는 어떻게 보면 과감하게 디젤을 내던진 것인데요. 그의 이런 선택에는 놀라운 독일 내 분위기 변화도 한몫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최근 독일에서 디젤차의 판매율 감소는 눈에 띄는 상황입니다. 디젤을 계속 붙잡고 가기에는 위험할 정도로 그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독일 신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지난 7월 40.5%였던 디젤차 점유율은 8월 37.7%, 9월 36.3%, 10월 34.9% 11월 34.0%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불과 4개월 사이에 무려 6.5%나 떨어진 것이죠(독일연방자동차청). 

▲ 2020년 양산 예정인 콘셉트 전기차 I.D. CROZZ를 보고 있는 메르켈 총리. 왼쪽 두 번째가 마티아스 뮐러 회장 / 사진=VW

실로 엄청난 변화입니다. 휘발유 자동차는 계속 증가하고 디젤차는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빠른 변화와는 거리가 먼 독일에서 이런 변화는 놀라운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성장세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2020년 안에 디젤차의 점유율은 20%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어 보입니다.

마티아스 뮐러 회장은 디젤차의 마지막 보루인 유럽, 그리고 그 안에서도 핵심인 독일 시장의 이런 변화를 읽고 발 빠르게 디젤 이후 시대를 선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느닷없이 터져 나온 그의 디젤 보조금 폐지 발언은 우발적인 것이 아닌, 치밀하게 계산이 된 발언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문제는 투표권을 쥐고 있는 국민(운전자)이 그의 이런 발언에 얼마나 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요.

뮐러 회장의 발언으로 당장 어떤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 그리고 소비자 모두에게 수면 아래에 있던 디젤 보조금 문제를 물 밖으로 끄집어낸 것이 누구인지, 그리고 전기차 시대를 누가 가장 강력하게 대비하고 있는지를 각인시킨 효과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이게 역효과를 낼지 긍정적 효과를 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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