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주행거리와 오랜 충전시간, 부족한 충전소 그리고 부담스러운 가격 등은 전기차 시대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벽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 장벽은 두텁고 높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쉐보레 볼트(Bolt) EV가 등장하며, 이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제 전기차 기사에서 '아직'이란 단어를 조심스레 지워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사실 볼트 EV의 외관은 파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모습과는 살짝 거리가 있다. 오히려 다양한 고객층이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디자인이다. 언뜻 쉐보레 스파크의 느낌이 여기저기 묻어난다. 한국GM 측에 따르면, 스파크 디자인을 주도한 국내 디자인센터에서 볼트 EV 디자인을 총괄했다. 

꼼꼼히 살펴보면 볼트 EV만의 특별함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측면 사이드미러부터 차체 숄더 라인 전체를 감싸는 크롬 장식부터 입체적인 형태로 조형미와 기능성을 동시에 만족시킨 전후 램프는 볼트 EV만의 감각적인 디자인을 제시한다.

실내는 기대 이상으로 넓다. 2열 헤드룸 공간은 다소 좁게 느껴지지만, 레그룸이나 좌우 폭은 충분히 여유롭다. 1열도 전자식 정밀 기어 시프트와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등을 통해 다양한 수납 공간을 갖췄다. 

8인치 스마트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10.2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우수하다. 계기판은 속도와 주행가능거리, 차량 동력 및 충전 상태 등 다양한 주행정보를 전달한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쉐보레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연동해 애플 카플레이 등을 지원한다. 

또한 스마트 폰 앱을 통해 배터리 충전 상태와 타이어 공기압은 물론, 도어 잠금 및 해제와 공조 장치 등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볼트 EV의 핵심은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주행거리와 합리적인 가격대이다. 

신차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383km로,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191km)이나 BMW i3 94Ah(184km·미국 EPA 기준)보다 두 배나 더 달릴 수 있다. 이는 국내 출시 가격이 1억원을 훌적 넘긴 테슬라 모델S 90D(378km)보다도 길다. 

80%가량 충전된 볼트 EV로 자유로 111km를 주행한 결과, 배터리 잔량이 절반 이상 남았다. 에어컨과 스포츠 모드를 적극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배터리로 223km를 더 달릴 수 있었다. 실제로 한국GM은 서울에서 제주까지 총 470km를 추가 충전없이 주행한 바 있다.

볼트 EV는 주행 성능도 강점이다. 출발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할 수 있는 전기차답게 평균 90kg에 육박하는 성인 남성 4명을 태우고도 경쾌한 움직임을 구현했다.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이질감이 없는 주행 감성도 매력적이다.

신차는 최대 2600만원의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할 경우, 2179만원(세이프티 패키지 포함 2284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동급 가솔린 차량과 사실상 차이가 없다. 유류비와 세금 혜택 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더 경제적이다.

문제는 공급이다. 미국 미시간주 오리온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볼트 EV는 현지에서도 물량이 부족하다. 전기차 시대 개막을 선언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생산량에 발목을 잡혔다. 주요 핵심 부품의 수급 문제로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도 제한적이다. 

올 한해 국내 수입될 볼트 EV는 600여대에 불과하다. 이마저 카쉐어링 등 법인 판매를 제외하면, 개인 공급 물량은 400여대 남짓이다. 한국GM 측은 내년부터 수천대 물량을 들여올 수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미지수다. 쉐보레 볼트 EV가 진정한 전기차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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