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렉서스보다 낫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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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07 16:19
[시승기]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렉서스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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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누가 뭐래도, 하이브리드 장르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기술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렉서스를 지목하며 “우리가 더 낫다”고 강조했다. 자신감의 근원은 ‘숫자’였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미디어 시승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맡은 현대차 중대형 총괄 PM 박상현 이사는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렉서스 ES300h의 크기, 연비, 정숙성, 가격 등을 따지며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우수성을 강력하게 어필했다. 하지만 정작,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우수성을 단번에 보여줄 수 있는 EV 모드에서의 주행거리나, 속도 등에 관한 ‘숫자’는 언급이 없었다.

이런 현대차의 ‘숫자’ 자랑이 하루이틀은 아니지만, 이번엔 유독 유난스럽게 느껴졌다. 후발주자의 ‘컴플렉스’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이런 제원의 우위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완성도는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병렬형 하이브리드’를 발전시키고 있다. 전기모터의 성능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 리튬 이온 배터리의 용량도 커지고 있다. 배터리의 충방전 효율도 개선되고 있고, 엔진 출력, 전력 사용 등에 대한 실시간 감지 시스템도 발전하고 있다.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주행감각은 더 경쾌하고, 산뜻해졌다.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폭발력이 부족한데, 이를 51마력의 전기모터가 열심히 보완했다. 최고속도로 향하는 과정, 계속되는 고속 주행에서는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전기모터 모두 크게 힘을 내진 못했지만, 일상적인 속도에서는 문제될게 없었다.

2.4리터 세타II MPI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은 상당히 조용했고, 얌전했다.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변속기 또한 엔진의 특성에 맞게 잘 세팅됐고, 기어 설정, 기어 변속 타이밍 등도 매끄럽고, 똑똑해졌다. CVT 변속기를 사용하는 여느 하이브리드 만큼이나 아주 온순했고, 부드러웠다. 스포츠 모드와 수동모드를 통해 하이브리드의 성격을 조금 바꿀 순 있다.

줄곧 고속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조금 답답한 느낌도 든다.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현대차도 물론 표면적인 것이지만, 연비가 ES300h보다 더 우수하다고 자랑하긴 했어도, ES300h보다 강력하다고 말하진 않았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더 높아지고 있고, 요구사항도 많아지고 있다.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추가된, 가격도 더 높은 하이브리드가 연비도 좋고, 달리기도 잘했으면 하는게 소비자들의 마음이다. 렉서스, 인피니티, 혼다 등은 그래서 오래전부터 연비와 성능의 양립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도 이런 소비자들의 요구를 분석하고 있지만, 그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특성상 두가지를 모두 만족시키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살펴봐도, 모터쇼의 월드프리미어를 장식할 정도로 특별함은 크지 않았다. 최근 혼다가 오랫동안 고집했던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버리고, 새로운 구조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부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소유하고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오랜 기간 다양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랜저 하이브리드엔 그에 대한 결과가 대거 반영됐다. 

현대차는 많은 고객들은 의외로 일반 모델과 하이브리드의 디자인 차별성이 거의 없길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라고 생색내는 디자인 요소가 많이 사라졌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17인치 에어로 다이나믹 휠을 제외하면 겉모습은 가솔린 그랜저와 다를게 없다. 라디에이터 그릴 속에는 액티브 에어플랩이 적용돼 공기 저항을 최소화시킨다. 참고로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공기저항계수는 0.27Cd다.

실내 역시 신형 그랜저의 세련된 디자인이 그대로 반영됐다. 단, 최고급 트림의 경우 코르크를 이용한 도어 트림이 적용됐고, 도어 3중 실링, 이중접합 차음유리 등으로 정숙성도 높였다. 

굳이 돋보이지 않으려는 노력은 주행 감각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에너지 회생 제동 시스템은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이 부분은 렉서스보다 괜찮았다. 렉서스가 더 많은 에너지를 회수할진 몰라도, 현대차처럼 자연스럽진 않다. 렉서스가 독보적이었던 부분은 엔진 혹은 전기모터의 개입 등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유연하고, 부드럽다는 것인데, 이부분은 현대차가 꽤 많이 따라잡았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도 이질감이 크게 줄어들었다. 엔진이 순간적으로 작동을 시작했을 때의 진동이나 소음을 아주 잘 잡아냈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2009년 현대차가 최초의 하이브리드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획기적인 발명품처럼 설명하던 때가 엊그제가 같다. 발상은 참신하나, 기술적 완성도도 높지 않았고, 대중적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현대차는 오히려 이를 더 특별하게 포장하려고 안간힘을 쓰던 시절도 있었다. 여전히 렉서스를 지목하며 ‘숫자’의 유리함을 내세우는 것은 불편했지만,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타고 달린 80여km는 굉장히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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