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 달 TV, 극장,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신형 쏘나타 '뉴라이즈'의 광고는 매 편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 했다. 이전에 비해 개선된 부분을 부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차체의 깔끔한 선을 강조하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매끈하게 처리 된 배경과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그런데 음악 선정이 좀 이상하다. 이 음악은 2004년 개봉한 영화 킬빌(Kill Bill)에서 미녀 살인마 대릴한나가 주인공 우마서먼을 살해하기 위해 병원으로 서서히 걸어 들어가며 부는 불길한 휘파람 소리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 휘파람은 이후 쿠엔틴타란티노 감독의 다음 영화인 데쓰프루프(Death Proof, 2007)에도 나온다. 이 영화는 한 남성이 '데쓰 프루프'라는 자동차 조수석에 여성을 태워 교통사고로 위장, 묻지마식 연쇄 살인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반쯤엔 이 음악을 전화 벨소리로 지정한 여성을 포함, 차에 탔던 모든 여성이 데스프루프와 충돌해 몰살 당하기도 한다. 

 

이 곡은 쿠엔틴타란티노의 영화로 국내에 유명해졌지만 실은 68년 호러 영화 트위스티드너브(Twisted Nerve)에서 처음 사용 됐다. 이 때도 미소년 살인마가 살인 대상을 향해 걸어가며 부는 휘파람이다. 

음울하고 기괴한 분위기는 뮤지션에게도 영감을 줬는지 지난해 미국 랩퍼 롭스톤(Rob Stone)은 칠빌(Chill Bill)이라는 랩을 통해 마약과 방탕한 삶에 좌절하는 내용의 노래를 불렀고, 시종일관 피로 물든 미국 공포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스토리(American Horror Story)의 주제가로도 사용됐다. 

어디서 이 음악을 발견하고 광고에 삽입하기로 했는지 몰라도 배경을 알고는 차마 선택할 수 없었을 것 같다. 더구나 이 멜로디는 영화 킬빌이 국내 상영 됐을 당시 너무나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젊은 담당자들이라면 대부분 이 음악이 무엇인지 알았을게 분명하다.

어색한 광고 음악 하나로 조직의 문화까지 재단하는건 좀 지나친 면이 있지만 젊은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회사라면 과연 이런 광고 음악이 선택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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