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24시] 포르쉐 ’극적인 우승 드라마’...도요타 ‘통한의 3분’
  • 프랑스 르망=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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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20 05:30
[르망24시] 포르쉐 ’극적인 우승 드라마’...도요타 ‘통한의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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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가 시작한지 23시간 56분. 다시말해 '르망 24시간' 레이스 종료 4분전까지만 해도 도요타의 우승을 의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 4시간 동안 도요타는 한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았고, 2등인 포르쉐와는 거의 한바퀴까지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포르쉐 919를 탄 마지막 주자 닐야니(Neel Jani)가 끝까지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조금은 불쌍하게 여겨질 지경이었다. 1초씩 거리를 좁혀가며 30초 정도의 근소한 차이까지 따라 잡았지만 도요타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도요타의 꽁무니를 따르던 포르쉐는 57분에 차량 뒷 타이어에 문제가 생겨 갑자기 피트인까지 했다. 해설자는 “마지막랩에서 피트인을 하면 패널티를 받게 되는 규정이 있는데, 피트인을 했다는니 우승은 물 건너 간 상황”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포르쉐가 1등을 포기한걸로 보인다는 설명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도요타 부스 관계자들은 일본인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이 풀리면서 카메라앞에서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포르쉐의 피트는 흡사 초상집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마지막' 한바퀴를 앞두고 선전하던 5번 도요타 레이스카/사진=르망 김한용기자

그 후 30초나 지났을까. 갑자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3시간 57분, 무려 383바퀴를 단 한차례의 문제도 없이 돌았던 도요타의 레이스카가 마지막 단 한랩을 앞두고 급격히 속도가 떨어졌다. 이어 "파워가 없어졌다"고 드라이버는 팀무전을 통해 큰 소리로 소리쳤다. 흡사 울부짖는 듯 했다. 무슨 이유인지 시속 250km 이상으로 달리던 도요타 레이스카의 속도가 시속 120km 정도로 낮아졌고, 잠시 후 다시 출발하는 듯 했다. 그러다 끝내 제대로 출발하지 못하고 차가 영영 멈춰섰다. 

포르쉐 부스에 앉았던 기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포르쉐 드라이버들은 서로를 얼싸안았고 몇명은 서로 껴안은 채 바닥을 딩굴기도 했다. 패배를 준비하던 포르쉐 부스는 갑자기 열광의 도가니로 뒤바뀌었다. 몇몇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마침내 18!(Finally 18!)이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꺼내 흔들고 이를 입는 미케닉들도 있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도요타 쪽 또한 마찬가지였다. 레이스카가 멈추자, 조금 전까지 미소를 짓던 미케닉과 드라이버들은 머리를 부여 잡았다. 일부는 이번에도 표정을 크게 바꾸지 않은 채 눈물만 흘렸다. 

1위로 달리던 이 도요타의 5번 차량은 르망24시의 완주조차 인정 받지 못했고 탈락처리 됐다. 3위로 달리던 도요타 6번 차량은 완주를 하면서 2위를 인정 받았다.

이로서 포르쉐가 1위를 차지하고 도요타가 2위, 큰 차이를 보였던 아우디가 3위를 차지하게 됐다. 도요타로서는 우승을 놓친게 크게 아쉽지만 르망24시 2위라는 사상 최고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 르망24시, 불운의 도요타

르망서킷을 연장시킨 사흐트서킷(Circuit de la Sarthe)에서 개최되는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의 자동차 회사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91년 마쓰다 외에는 단 한대도 없었다.

도요타는 전년도 우승팀인 포르쉐를 상대로 경기 후반까지 막강한 내구성을 바탕으로 꾸준하고 안정적인 레이스를 이어갔으며, 1위부터 4위까지를 오가면서 무리하지 않는 페이스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차량 트러블로 인해 순위권에선 멀어졌던 포르쉐 919 레이싱 머신

반면 아우디와 포르쉐는 2대씩 내놓은 레이스카중 한대씩 파워트레인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1대만으로 레이스를 지속해 나갔다. 특히 차량 정비와 선수교대 회수가 더 많아 기록은 더 벌어졌다.

안쏘니 데이비슨, 세바스티안 부에미, 카주키 나카지마 등 3명이 탄 5번 도요타 차량은 경기 종료 4시간을 앞두고 페이스를 높이면서 포르쉐를 직선로에서 추월했다. 마크리브가 탄 포르쉐의 2번 차량을 추월하는 순간 도요타부스에서는 예견된 일이라는 듯 묵묵히 박수가 터져 나왔다.

도요타의 두대 차량은 그동안 아꼈던 속도를 높이면서 포르쉐를 추월해 나갔다. 5번 차량에 이어 코바야시가 탄 6번 차량도 속도를 높였지만 오버페이스로 인해 코스를 이탈하면서 포르쉐를 추월하는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아우디는 이보다 10바퀴 이상 뒤쳐진 탓에 순위의 변동은 없었다. 

도요타는 객관적으로 우수한 전력과 시종일관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쳤지만 ‘르망의 불운’이 이번에도 반복 되면서 2위에 그쳤다. 

포르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파이터’ 정신으로 이번 레이스를 승리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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