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SUV가 뜨는 이유…"SUV=디젤 공식 끝났나"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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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31 19:34
하이브리드 SUV가 뜨는 이유…"SUV=디젤 공식 끝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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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는 SUV를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 과거엔 큰 차를 위해선 토크가 좋은 디젤이 제격이었지만, 앞으론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이를 대신 할 수도 있다. 더 조용하고 깨끗한 환경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기 때문이다. 

▲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SUV RX450h

최근 잇따라 발생한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 때문인지 요즘 SUV 시장의 무게 중심은 친환경차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바로 전기차(또는 수소차)로 건너뛸 수는 없는 노릇. 우선은 하이브리드, 그 다음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GM과 포드뿐 아니라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인 포르쉐까지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다. 

특히, 도요타와 렉서스는 이런 변화의 흐름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비했다. 미래 자동차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체계적으로 준비한 것. 간단히 말하면 '근거리-전기차, 중거리-하이브리드(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장거리-수소차'라는 확고한 계획을 갖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

▲ 한국도요타는 매년 수차례의 하이브리드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등 하이브리드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교육이 끝나면 일본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체험하는 심층적인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 SUV에 하이브리드가 필요한 이유..."나는 디젤이 싫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환경차 기술도 단연 최고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판매하는 회사가 맘먹고 덤비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우리에겐 좀 생소하지만 도요타는 애초부터 하이브리드 SUV에 집중했다. 특히, 프리우스로 하이브리드 시대를 연 도요타(렉서스)는 오래지 않아 SUV인 RX400h를 만들었다. 이어 LS600h 같은 고급차에까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하면서 최근엔 '전 차종의 하이브리드화'를 이뤄가고 있다.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SUV의 경우 초반 가속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토크가 높은 디젤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연비도 좋고 기름값까지 저렴해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이유가 뒤를 잇는다. 반면 불만 사항으로는 특유의 소음·진동을 꼽는다. 최근엔 환경 오염에 대한 죄책감도 상대적으로 커진 것으로 나타난다. 디젤이 여러가지로 불편하지만 힘과 연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때문에 미국 포드, GM 등 대형 SUV를 만드는 회사들은 일찌감치 SUV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 해왔다. 포르쉐를 비롯한 다양한 스포츠카 메이커들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지원했다. 

전기모터는 출발 하자마자 최대토크를 지원해주니 초반부터 경쾌하게 달릴 수 있다. 또, 배터리가 충전과 방전을 번갈아 하면서 주행을 도와줘 디젤 뺨치는 연비를 낸다. 도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렉서스 NX300h와 RX450h 등을 시승해보면, 하이브리드 시스템 자체가 애당초 세단보다 SUV에 더 적합한 기술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특히, 세단의 경우 배터리와 모터를 추가하면 실내 공간이 부족한 경우도 있는데, SUV는 이런 걱정이 없다. 오히려 배터리가 뒷좌석 바닥에 장착돼 차의 무게 중심을 낮추면서 앞·뒤 무게 배분까지 맞춰주는 효과가 있다. 롤링이나 요잉 등 차체 흔들림을 억제시켜줘 주행 성능에도 이익이다. 

# 도요타·렉서스의 하이브리드 SUV의 특별함

 

도요타·렉서스의 하이브리드 SUV의 장점은 직·병렬 혼합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해 충전과 방전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병렬형을 쓰는 현대기아차와 달리 모터를 2개 장착해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작동하게 만들었다. 특히, 2개의 모터 사이에 '모터 일체형 무단변속기(e-CVT)'를 장착하는 기술을 통해 모터의 크기를 최대로 키웠다.

저속에서는 모터를, 중속 이상에서는 엔진과 모터를 함께 사용해 시종일관 여유 있게 달린다. 배기량에 비해 출력과 토크를 낮춘 후, 이를 전기모터가 보완해주는 방식을 적용해 보다 넉넉한 성능을 내도록 했다. 특히, 포트분사와 직분사를 함께 사용하는 D-4S 연료분사를 통해 연료 효율도 향상시켰다. 저회전식 크루징에서는 포트분사를, 고회전식 가속에서는 직분사를 사용한다.

 

주행 중에는 끊임없이 충전·방전이 이뤄진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회생 제동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작동하는데, 도요타·렉서스에 따르면 저속에서는 3~4%의 에너지가 저장되며, 60km/h 이상에서는 5%의 에너지가 저장된다. 꽤 우수한 수치로, 그만큼 전기모터 사용량이 늘어나 운전자의 능력에 따라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 효율 높은 전기식 사륜구동 시스템 e-4(e-Four)

아무리 하이브리드여도 SUV인 만큼 사륜구동 시스템은 필수다. 그런데 도요타·렉서스에는 'e-4'라 부르는 매우 특별한 전기식 사륜구동 시스템이 장착됐다. 프로펠러 샤프트를 통해 엔진의 힘을 배분하는 일반 사륜구동과 달리, 뒷바퀴 사이에 달린 전기모터가 상황에 따라 후륜에 구동력을 더해주는 방식이다.

 

다이내믹 토크 컨트롤 시스템이 바퀴 속도와 회전 각도 등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해 후륜에 토크를 자동으로 배분한다. 차의 흔들림이나 노면 상태를 감지해 후륜의 토크를 제어할뿐 아니라 서스펜션 댐퍼와 스프링의 하중 감쇄까지 제어한다. 승차감뿐 아니라 조향 성능과 접지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

 

모터와 배터리의 한계로 사륜구동 사용이 제한적인 것은 다소 아쉽지만,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장점은 분명하다. 순간적으로 최대토크를 낼 수 있는 데다가, 미세한 토크 조절이 가능해 정확한 구동력 배분 능력은 오히려 더 뛰어나다.

특히, 프로펠러 샤프트가 없어 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으며, 미끄러운 노면을 비롯해 출발, 급회전, 언덕길 가속, 내리막길 감속 등 필요에 따라 모터가 자동으로 작동돼 효율도 뛰어나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 앞으로 나오는 하이브리드 SUV의 사륜구동 방식은 e-4 시스템과 비슷한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SUV NX300h

# 친환경차 시대를 앞당기는 도요타…적극적인 하이브리드 알리기

도요타·렉서스는 하이브리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 선택과 집중은 꽤 성공적인듯 디젤 SUV가 지배하는 시대에 슬그머니 하이브리드 SUV의 자리를 만들어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얻은 경쟁력은 앞으로 도요타·렉서스가 한 발짝 더 앞설 수 있는 힘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 등 앞으로 나올 친환경차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도요타·렉서스는 자신들이 만든 하이브리드 기술을 대중에게 알리는데 매우 적극적이다. 미래의 친환경차 시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놓고, 이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본받을만 하다. 

▲ 국내 교육뿐 아니라 교육 이수자들을 대상으로 일본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체험하는 심층적인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했다

특히, 한국도요타의 경우 매년 '도요타 하이브리드 스페셜리스트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있다. 전문가 교육 및 시승을 통해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으로, 이론뿐 아니라 실제 주행을 통해 하이브리드 차량을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상적인 것은 하이브리드카라고 해서 특별히 연비 주행을 하는게 아니라 300km 이상의 장거리를 각자의 스타일대로 맘껏 운전하게 놔둔다는 점이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한국도요타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국내 교육이 끝나면 일본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체험하는 심층적인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올해 역시 도요타 본사를 방문해 친환경 전략에 대한 설명을 듣고, 수소차 미라이를 시승하고, 배터리 생산공장을 견학하고, 4세대 신형 프리우스를 심층 취재 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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