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볼보트럭 스웨덴 투베 공장, 까다로운 한국인 취향저격
  • 스웨덴 예테보리=신승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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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25 10:56
[르포] 볼보트럭 스웨덴 투베 공장, 까다로운 한국인 취향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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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한국 고객들의 쏟아지는 불만에 당황한 적도 있었죠. 트럭의 작은 스크래치나 미묘한 소음, 순간적인 주행 이질감 같은, 당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었죠."

스웨덴에서 만난 볼보트럭 관계자 중 상당수가 한국 소비자의 깐깐함을 언급했다. 한국 시장은 최신 기술 변화에 민감히 반응하며, 차량 성능과 품질에 대한 기준도 매우 엄격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볼보트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눈높이를 만족시켰다'는 자부심이 포함됐다. 세계 어느 곳보다 까다로운 한국 시장에서 수입 상용차 1위를 달리는 볼보트럭의 제 1공장을 방문했다.

 

볼보트럭 투베(Tuve) 조립공장은 스웨덴 예테보리 본사에서 차량으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한다. 공장을 방문한 5월 중순의 날씨는 이른 여름을 맞은 한국과 달리 서늘함이 느껴진다. 투베 공장은 볼보트럭 제 1공장답게 생산 라인의 숙련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선진국에 판매되는 유로6 모델을 중심으로, 유럽과 한국 시장에만 공급되는 DCT 차종이 이곳에서 제작된다.

공장 밖 공터에는 섀시와 캡 모듈이 나란히 정렬돼있다. 이곳에서는 연 14만개의 섀시 프레임이 생산돼 해외 각지로 공급된다. 부품 생산과 조립은 다른 곳에서도 이뤄지지만, 차량의 기본인 섀시 프레임은 오직 스웨덴에서만 생산된다.

대시보드 등이 모두 결합된 캡 모듈은 투베 공장 내에서 만들어진 것과 외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함께 섞여있다. 캡 모듈 일부를 외부에서 생산하는 이유는 공장가동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최근 2년 새 글로벌 판매량이 급증함에 따라 투베 공장의 일부 라인을 이전했다.

투베 공장 내부는 셀 생산 방식과 컨베이어벨트 방식이 혼합된 모습이다. 공장 한쪽에서는 셀 방식으로 캡과 액슬 등 모듈 조립이 이뤄지며, 반대편에서는 컨베이어벨트 방식으로 최종 조립 과정이 진행된다. 그 동안 방문했던 완성차 조립 공장과의 차이점은 여성 근로자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물론 모듈 생산 라인에 집중됐지만, 절반에 가까운 비율을 보였다.

#검사로 시작해 검사로 끝나…완벽 품질을 지향하다

 

캡 모듈과 파워트레인 등은 최종 조립 라인에 투입되기 전 별도 검사를 다시 한 번 거친다. 주요 공정마다 품질 검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보다 완벽한 제품이 만들어진다. 윈드실드를 비롯한 일부 과정은 승용차처럼 로봇 조립 방식이 적용됐다. 볼보트럭 관계자는 최신 모델 투입과 함께 로봇 조립 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투베 공장은 생산 라인 바로 옆 부품 창고(warehouse)가 위치한다. 덤프, 트랙터, 카고 등 전 차종 혼류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재고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부품은 15분 단위로 입·출고되며, 협력사의 엄격한 스케줄 관리가 적용된다.

컨베이어벨트 방식의 최종 조립 라인은 승용차 생산 과정과 흡사하다. 다만, 섀시 프레임 조립 과정만큼은 독특하다. 섀시는 최초 뒤집어진 상태로 주변 부품과 체결된다. 섀시를 뒤집어 조립하는 이유는 작업자 편의성을 높이고 불량률을 낮추기 위함이다.

완성된 차체는 벨트를 걸어 띄운 후, 공중에서 뒤집는다. 섀시가 떠있는 동안 아래 컨베이어벨트에서는 액슬과 크로스멤버, 프로펠러샤프트 등이 조립된다. 이후 완성된 하단 구동부과 차체, 그리고 상부의 캡 모듈 등이 샌드위치처럼 결합된다.

#'숙련공의 힘' 전 차종 혼류생산도 여유만만

 

한 라인에서 덤프, 트랙터, 카고 등 다양한 차종이 제작되지만 혼잡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4x2 모델부터 10x6 모델까지 액슬 수와 섀시 길이도 제각각이지만, 작업자 간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여유로움마저 풍긴다.

제품 조립이 끝나면 라인 끝에서 바로 1차 검사가 진행된다. 이어 다이나모미터 장비 위에서 최장 25분의 계측 검사가 진행되고, 또 다시 전수 검사를 통과해야만 출고 승인(sign off)을 받게 된다. 언뜻 생산 물량이 한정적으로 보여지지만, 수 차례 반복된 검사와 꼼꼼한 조립 과정을 보면 이해할 수 밖에 없다.

볼보트럭은 투베 공장의 라인 최적화 작업을 통해 1일 생산량을 기존 64대에서 올 하반기 75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때문에 공장 곳곳에 증산 업무와 관련된 외부 인력도 눈에 띈다.

#'메이드 인 스웨덴' 고객과의 약속

 

 

국내 판매되는 볼보트럭은 투베 공장에서 전량 생산된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일반적인 제품보다 사양이 높고 옵션도 더 많기 때문이다. 방문 당일 둘러본 선적 대기 차량 중 상당수가 한국 수출용 제품이다. 공장 관계자에 따르면 투베 공장 전체 생산량의 15%가 한국으로 판매된다. 최근 한국 수출 물량이 급증함에 따라 벨기에 겐트 공장의 제품 수급도 논의됐으나, 볼보트럭코리아에서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볼보트럭코리아 관계자는 "'메이드 인 스웨덴(Made in Sweden)'은 국내 고객과의 약속이다"며 "품질과 완성도는 투베 공장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에 이곳을 고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볼보트럭의 품질 및 기술 향상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배경으로 자리잡았다"며 "볼보트럭코리아도 고객 중심의 전문 서비스를 적극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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