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당신은 자녀에게 몇 점짜리 운전자입니까?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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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01 12:21
[스케치북] 당신은 자녀에게 몇 점짜리 운전자입니까?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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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0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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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독일의 유력 주간지인 '슈피겔'에 인상 깊은 기사 한 편이 올라왔다. 프랑스의 교통 조사 기관인 '벵시 오토루츠(VINCI AUTOROUTES)'라는 곳의 설문조사 내용이었는데, 상당수의 프랑스 부모들이 자녀를 태운 자동차 안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자동차에 올랐을 때 어떻게 운전을 해야 하는지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응답자의 70%는 안전운전을 위해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운전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벵시 오토루츠의 조사를 보면 실제 행동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많은 부모들은 욱하는 상황을 참지 못해 욕설을 내뱉는다거나, 거친 운전으로 아이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운전 중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확인하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고백했다. 

응답자의 77%는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고 과속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고, 59%는 가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행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거나, 혹은 보행자 보호를 소홀히 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38%나 됐다. 또, 22%는 뒷좌석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맸는지 확인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11%는 비교적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는 어린 자녀에게 아예 안전벨트를 채우지 않았다고 말했다(중복 응답). 

 

이를 전한 슈피겔은 자녀의 안전을 위해 특히 주의해야 할 점 두 가지를 언급했다. 우선, 안전벨트를 꼭 착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의 34%가 안전벨트 미착용에 의한 것이었다. 독일 내 교통사고 사망자의 20~30% 역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서였다. 

참고로 독일은 안전벨트 착용률이 97%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고, 프랑스 역시 95% 전후로 높다. 결국, 3~5%의 미착용 탑승자들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안전벨트 미착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반면, 우리나라의 안전벨트 착용률은 이들 나라보다 한참 낮다. 특히, 뒷좌석은 20%대에 불과하다. 사고가 나면 소중한 자녀들이 더 큰 부상을 당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자녀들의 안전벨트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돌이켜보고, 이제부터라도 아이들 동승 시 반드시 안전벨트를 체크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도 위험하다. 물론, 자녀와 함께 타지 않았을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조사에 따르면 44%의 프랑스 부모들은 자녀를 태운 상태에서 운전 중 전화를 받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는 스피커폰이나 블루투스 등이 아닌, 직접 손으로 전화기를 들고 운전하며 통화하는 비율이다.

특히, 33%의 부모들은 자녀들 태우고 가는 도중 전화로 업무를 보는 것을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생각했다. 바쁜 오전,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 시간에 이런 일이 더 많이 발생할 듯히다. 게다가 35세 이하의 젊은 부모들 중 42%는 자녀를 태운 상태에서도 운전하며 문자를 주고받는다 답했다.

 

이에 대해 아동심리 상담사인 다니엘 마르첼리(DANIEL MARCELLI)는 "아이들에게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각되는 장소"라며 "부모의 나쁜 운전태도가 아이들에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녀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법을 어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나중에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굳이 아동심리상담사의 말을 인용하지 않아도 운전대를 잡은 부모의 모습은 자녀들에게 본보기가 된다. 내가 어떻게 운전을 하는지가 그대로 아이들 교육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신과 자녀의 안전을 위해서도, 특히, 자녀들이 미래의 좋은 운전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도 우리가 먼저 더 좋은 운전자가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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