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S클래스보다 안 팔리는 국산차들…"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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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30 19:13
벤츠 S클래스보다 안 팔리는 국산차들…"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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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가 수입 대형 세단 중 최초로 연간 1만대 판매를 넘어섰다. 대당 수억원에 다하는 최고급 모델이 웬만한 국산차보다 많이 팔린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올해 1월부터 이달 29일까지 국내에서 총 1만228대의 S클래스가 판매됐다고 30일 밝혔다(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포함). 전년(4630대) 대비 120.9%나 늘어난 것으로, 월평균 853대가 팔린 셈이다.

# S클래스의 상상초월 매출액…르노삼성 전체와 맞먹는 수준

판매량도 대단하지만, S클래스가 거둔 매출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직 이번달 판매 실적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이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올해 1~11월 S클래스로만 1조547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차량 가격×판매량 단순 계산). 이는 평균 1억6077만원짜리 차량이 9623대나 팔린 것으로, 쉽게 말해 915만원짜리 기아차 모닝을 17만대나 살 수 있는 액수다.

 

게다가 이 숫자는 같은 기간 7만여대를 판매한 르노삼성의 국내 매출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력 모델인 E클래스와 C클래스 등 다른 모델까지 포함하면 9만대를 판 쌍용차는 물론, 14만대를 판 한국GM까지 가뿐하게 넘어선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측은 "우리나라는 S클래스가 세계에서 3번째, 고급 버전인 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2번째로 많이 팔리는 시장"이라며 "현재 세단뿐 아니라 쿠페와 고성능 AMG, 사륜구동 4매틱 등 총 14종의 라인업 구축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라인업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국산 고급차의 굴욕…S클래스≒에쿠스+K9+체어맨W

 

S클래스 판매량은 국산차와 합산한 순위를 봐도 30위에 오른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국산 플래그십 모델에게 굴욕을 선사했는데, 현대차 에쿠스(4679대)와 기아차 K9(3881대), 쌍용차 체어맨(1145대)의 판매량을 모두 더해야 겨우 S클래스(9623)와 비슷할 정도다. 대당 가격을 고려하면 매출액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

다만, 이 숫자는 조만간 바뀔 전망이다. 에쿠스의 후속 모델인 제네시스 EQ900이 한 달 만에 1만5000대의 계약이 진행되는 등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K9과 체어맨W의 미래는 꽤 암울하다. K9의 경우 작년 11월 상품성을 개선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음에도 판매량이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체어맨W는 아직까지 판매하고 있는게 신기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데, 쌍용차는 후속 모델도 내놓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대형차뿐 아니라 준대형차 세그먼트의 여러 모델들도 S클래스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가 수입차를 잡겠다고 출시한 아슬란(8061대)과 LPG 모델을 추가한 르노삼성 SM7(6351대), 알페온+임팔라(7658대) 등도 S클래스보다 적게 팔렸다. 

# 웬만한 SUV도 S클래스 아래

웬만한 SUV도 S클래스의 적수는 되지 않았다. 싼타페의 롱바디 모델인 현대차 맥스크루즈(9071대)는 물론, 유로5 재고 소진으로 판매량을 끌어올린 쉐보레 캡티바(8511대)와 르노삼성 QM5(6438대), 유로6로 체질 개선한 렉스턴W(5172대)와 코란도 투리스모(4896대)보다도 S클래스 판매량이 많았다.

이 중 맥스크루즈는 지난 9월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한 이후 판매량이 월 1400대 수준으로 늘어 이번달이 지나면 S클래스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나머지 모델들은 심각하다. 캡티바는 내년 상반기 유로6를 적용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10년전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해 '사골'이란 오명을 벗기는 어려워 보인다. QM5는 내년 완전 풀체인지된 후속 모델이 나오지만, 일정이 하반기로 잡혀있어 당장 실적 향상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전망이다.

렉스턴W와 코란도 투리스모의 경우 올해 초 배기량을 키운 유로6 엔진을 장착했지만, 판매량은 시원찮다. 렉스턴W는 유로6 적용 후 판매량이 소폭 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감소 추세다. 올해 하반기 나오는 후속 모델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겠다. 게다가 코란도 투리스모는 유로6 도입 후 판매량이 더욱 줄어들었다. 경쟁 모델인 기아차 카니발의 7.8%에 불과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밖에 기아차 프라이드(6505대)와 기아차 쏘울(3601대), 기아차 카렌스(3280대), 현대차 i30(2961대), 쉐보레 아베오(2379대), 현대차 i40(1846대) 등의 국산차가 S클래스보다 적게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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