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낯선 매력에 끌리다'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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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25 12:30
[시승기]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낯선 매력에 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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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자태다. 키만 좀 큰게 아니라 다부진 근육까지 더해졌다. 방학 동안 훌쩍 커버린 친구를 올려다보는 듯한 위압감도 든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S60과 별반 다를바 없을진대, 풍기는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최근 볼보의 행보는 그 어떤 브랜드 보다 크로스오버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왜건에 SUV를 더한 V60 크로스컨트리, 해치백과 SUV를 결합한 V40 크로스컨트리에 이어 정통 세단과 SUV를 퓨전한 S60 크로스컨트리까지 내놓았다. 지금 당장은 크로스오버가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대안 모델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대세 모델로서 당당하게 자동차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란 확신이 있는 듯하다.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를 시승했다. 시승 차량은 D4 모델로, 가격은 4970만원이다.

 

# 세단은 잊어라, 다부진 외관 디자인

S60 크로스컨트리는 세단인 S60의 지상고를 65mm 높인 모델이다. 지상고가 136mm에서 201mm로 올라간 것인데, 덕분에 운전자 시야가 좋은 편이다. 특히, 일반 세단의 앉은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야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은 세단과 거의 비슷하지만, 느껴지는 이미지는 사뭇 다르다. 전장과 전폭이 각각 48mm, 34mm 늘어나며 차체가 더욱 커졌는데, 특이한 점은 지상고가 65mm 높아졌음에도 전고는 55mm밖에 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순수 차체 높이는 10mm 줄었다는 것으로, S60 크로스컨트리 특유의 다부진 비율을 완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에도 포인트를 줘 세단과의 차별성을 뒀다. 전면부에는 벌집 패턴으로 꾸며진 라디에이터 그릴을 장착했으며, 검정 무광 휠아치를 비롯해 전용 18인치 휠과 리어 디퓨저, 사이드 스커트 등을 적용해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실내는 세단 모델과 큰 차이가 없지만 갈색 우드 트림으로 포인트를 줬으며, 측면 지지대를 강화한 스포츠 가죽 시트를 장착했다. 시트는 베이지색 투톤 색상으로, 스티치로 마무리했다. 볼보에 따르면, 이 시트는 장거리 운행 시 피로도가 적으며, 험로에서 안정적인 포지션을 유지해주도록 만들어졌다.

# 안전하게 잘 달리는 것은 기본

 

국내 출시된 S60 크로스컨트리는 2.0리터 트윈터보 디젤 엔진이 탑재된 D4 단일 모델로,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우수한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선택과 집중에서 매우 좋은 판단이다. 세단의 경우 D3 모델(150마력·32.6kg·m)과 T5 모델(245마력·35.7kg·m)도 있지만, 크로스컨트리라는 차의 성격상 성능이 아쉬운 D3와 연비가 떨어지는 T5보다는 D4를 넣는게 가장 적당한 듯하다. 2박3일 동안 시승하는 내내 성능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으며, 연비도 생각보다 잘 나왔다.

 

볼보가 자랑하는 드라이브-E 엔진은 함께 조합된 8단 자동변속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기본적인 힘이 좋은 만큼, 동력을 무리하게 뽑아 쓰는게 아니라 진중하게 활용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8단이라는 다단 변속기를 탑재한 만큼, 주행이 시종일관 부드럽다. 기어비 세팅도 저속부터 고속에 이르는 전 영역에서 고른 힘을 내도록 만들었다.

 

연비는 스펙에 비해 우수한 편이지만, 세단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진다. S60 크로스컨트리의 복합 연비는 리터당 15.3km(도심 14.0km/l, 고속 17.2km/l)로, 세단(16.3km/l)에 비해 6%가량 나쁘다. 차체가 커지다 보니 아무래도 공기 저항을 많이 받는 데다가, SUV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까지 넣다 보니 차체 무게도 90kg이나 무거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세단을 능가하는 주행 능력

S60 크로스컨트리의 주행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지상고를 높이고 차체를 보강하고 서스펜션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은 오프로드 성능 향상을 위함이었겠지만, 이로 인한 혜택은 오히려 온로드 주행에서 더욱 도드라지게 빛났다. 

 

확실히 세단보다 더 다이내믹한 움직임이다.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 스티어링휠의 굵기와 움직임 등은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해 세팅됐지만, 밸런스는 오히려 더 좋은 듯했다. 특히, 지상고가 65mm나 높아졌음에도 코너에서 별다른 롤링 없이 노면을 끈덕지게 잡으며 매끈하게 빠져나갔다. 세단처럼 날카롭진 않지만 꽤 여유가 있었고, 급가속이나 급제동 시의 움직임도 안정적이었다.

승차감도 세단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지상고만 높을 뿐, 앉았을 때의 느낌은 거의 비슷해 주행하는 동안은 크로스컨트리 모델임을 잊어버릴 정도로 편안하다. 특히, 차체가 높아졌지만 디퓨저 등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를 통해 풍절음을 줄였고, 흡·차음재를 충분히 사용해 엔진음 및 노면 소음의 실내 유입도 잘 막아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완성도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막히는 도심과 뻥 뚫린 고속도로 등 다양한 도로 상황에서 사용해 봤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세팅한 조건에 맞춰 정확하게 달리고 멈춘다. 특히 속도를 올리거나 줄일 때의 부드러움, 갑자기 끼어드는 차에 대응하는 능력,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안정감 등은 능숙한 드라이버에 필적할 정도로 뛰어났다.

# 크로스오버는 애매하다?

 

아직 크로스오버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세단과 SUV를 더했다는 장점은 반대로 어중간하다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세단의 편안함과 고급감을 겸비한 SUV나, 초소형 SUV가 경쟁적으로 쏟아지면서 이런 어중간함은 더욱 부각되는 느낌이다. 나 역시도 크로스오버의 목적이 실용성과 오프로드 주행 능력이라면, 차라리 요즘 나오는 SUV를 사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S60 크로스컨트리를 타보니 이런 생각은 상당 부분 바뀌었다. SUV가 아무리 세단 뺨치는 실내외 디자인과 온로드 주행 능력을 갖춰다 해도, SUV는 어디까지나 SUV였다. 절대 세단을 따라갈 수 없을 뿐 아니라, 도저히 커버할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S60 크로스컨트리처럼 세단을 SUV화 시키는 것은 상당히 경쟁력이 높아 보였다. 지상고가 높아 운전이 편안한 데다가, SUV만큼은 아니지만 공간도 나름 넉넉하다. 특히, 차체 구조 및 서스펜션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행 능력은 오히려 일반 세단보다 스포티해 달리는 재미가 있었다. 어중간하다기 보다는 장점을 더했다는 설명이 적합해 보인다. 낯선 용모를 감당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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