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로6 때문에 연비하락?…폭스바겐· BMW의 '속 사정'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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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17 12:26
[기자수첩] 유로6 때문에 연비하락?…폭스바겐· BMW의 '속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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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좋다던 독일차들의 연비가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일부 국산차보다도 떨어지는 상황이다. 유로6를 적용하면서 연비가 하락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실은 '눈치 싸움'의 결과다.

 

◆ 유로6 적용하면 연비 떨어져?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로6와 연비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는게 중론이다. 에너지관리공단 연비 측정 관계자도 "제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유로6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소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직접적 관계는 없다"면서 "제조사 입장에서 연비가 떨어지는 신형 엔진을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에 유로6로 인해 연비가 하락하는 일은 없을것"이라 설명했다.

▲ 유로6 배출가스 기준. 유로5보다 질소산화물배출량을 1/9로, 분진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연비가 하락해선 안된다. 

실제 유로6는 업계에서 도달하기 힘든 목표다. 유로5보다 질소산화물배출량을 1/9로, 분진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연비가 하락해선 도달하기 어렵다.

유럽의 경우 유로6 도입 후에도 연비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국내선 15% 하락한 폭스바겐 골프 1.6 TDI 유로6 모델이 이전(26.3km/l)과 같고 국내선 7% 하락한 BMW 118d도 이전엔 22.7km/l던 것이, 유로6로 바뀌고 오히려 향상(25.0km/l) 됐다. 푸조 308 역시 신형으로 바뀌면서 18.4km/l에서 16.2km/l로 11% 줄었지만, 유럽에서는 더 좋은 연비를 낸다.

◆ 수입차 연비, 왜 떨어졌나

대부분의 수입차는 해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자체 연비 측정 결과 값을 신고 해왔다. 심지어 연비 측정때 가속페달을 잘 밟는 재주가 있는 '연비 기술자'까지 있었다.

 

그런데 최근 국토부와 산업부가 앞다퉈 '사후 검증' 제도의 칼을 빼들면서 '부적합' 판정을 받는 사례가 생기자 상황이 바뀌었다. 정부가 중립적인 입장에서 연비를 측정 했을 때와 5% 이상 차이가 나면 과징금과 함께 해당 차종의 판매 중단까지 명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업체들은 국내 기준에 맞게 엄격한 측정을 하기 시작했다. 문제를 피하기 위해 다소 보수적인 측정 결과 값을 내놓기도 한다. 

 

수입차 업체 한 관계자는 "작년 산업부로부터 연비 부적격 판정을 받은 후, 본사 차원에서 국내 기준에 맞춰 보다 엄격하게 연비를 측정해 신고하고 있다"면서 "사후 검증이 두려울 정도로 좋은 연비를 받기보다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부적격 판정을 받지 않도록 안전한 연비를 받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수입 브랜드다보니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정부 시책에 민감하게 몸을 사리고 있다"면서 "숫자상으론 연비가 다소 떨어졌더라도, 실제로는 연비가 좋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 폭스바겐 골프 1.6 TDI의 연비가 유로6 적용 후 18.9km/l에서 16.1km/l로 15%가량 떨어졌다

또 앞으로는 작년 11월 국토부·산업부·환경부가 발표한 공동 고시에 의해 '주행저항값'과 '길들이기' 조건을 국내 판매 모델 및 국내 도로 상황에 맞춰 보다 엄격하게 시행 해야 한다. 신차(완전 신차, 풀체인지)는 올해 11월20일까지, 기존 모델은 2017년 5월20일까지 재측정해 신고해야 한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공동고시 기준에 맞춰 연비를 측정한 모델은 따로 신고하도록 했는데, 최근 논란이된 폭스바겐 골프와 BMW 118d 등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최근 출시된 볼보 S60 T6와 한국GM 쉐보레 크루즈 2.0 디젤 등이 공동고시를 만족시키는 모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이들 차종의 연비는 한번 더 하락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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