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JD파워 2등 했는데도...소비자들 "못믿어"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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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20 22:26
[기자수첩] JD파워 2등 했는데도...소비자들 "못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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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파워가 내놓은 초기품질조사(IQS)에서 모든 브랜드 중 기아차가 2위, 현대차가 4위에 올라섰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쾌거다. 

믿어지지 않으니 차라리 안믿는건지 자연스레 음모론이 고개를 들었다.

첫째는 초기품질(IQS)만 좋게 나왔을 뿐 내구성조사(VDS)는 형편 없는데도 현대차가 이를 숨긴다는 주장이다. 얼마전 발표된 '2015년 내구성 조사(VDS)' 결과를 보면 현대기아차는 업계 평균인 100대당 147건을 훌쩍 넘는 158건과 188건에 달해 내구 품질 수준은 하위권에 머무른다는 것이다. 

2015 내구성평가조사(VDS) 결과(왼편)와 2015 초기품질평가조사(IQS) 

SNS등을 통해 이런 주장이 나오자 ‘그럼 그렇지’라며 다시 현대차를 비난하는 여론도 생겼다. ‘초기품질이 뭐가 중요하냐, 내구품질이 중요하다’는 식의 논리도 나왔다. 하지만 좀 더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JD파워의 VDS는 신차 품질 조사가 아니다. 3년전의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에게 지난 1년간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를 조사하는 말 그대로 ‘내구품질’을 조사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2015년 VDS는 지금의 자동차가 아니라 2012년형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초기 품질만 좋고 내구품질은 나쁘다’는 가설이 통하려면 2012년 현대기아차 초기 품질이 좋았다가 2015년에 조사한 내구품질이 떨어졌어야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2012년의 현대기아차 IQS는 100대당 107개씩의 문제점을 나타내 업계 평균(102건)을 밑돌았다. 2015 VDS에서 나쁜 결과를 나타냈던 2012년형 차들은 2012년에도 나쁜 결과를 받았다는 얘기다. 

다시말해 이 초기품질(IQS)과 내구품질(VDS) 데이터들을 보면 2012년의 현대기아차는 품질수준이 미흡했고 2015년에 는 큰 폭으로 향상됐다는 것을 명확히 나타낸다. 물론 정확한 내구품질 결과야 3년 후에야 알 수 있지만 그렇다고 2015 내구품질평가가 2015 초기품질 평가를 깎아 내릴 직접적인 근거는 아닌 셈이다. 

2012년 초기품질조사(IQS) 결과. 2015년도 VDS는 이 차들을 대상으로 한다. 

두번째는 심지어 JD파워라는 기관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떠돈다. 

하지만 JD파워의 품질 평가는 권위가 높아 미국 소비자들의 제품 구입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모두가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눈에 불을 켜고 서로 살피기 때문에 음모가 숨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명백한 사안을 가지고도 이처럼 턱없이 깎아 내리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차를 '나쁜 회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모터그래프의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751명의 응답자 중 현대기아차가 ‘비도덕적’이라는 의견은 무려 92%에 달했다. 독일 기업인 BMW가 비도덕적이라는 의견(53%)이나 삼성이 비도덕적이라는 의견(72%)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현대기아차는 실로 거대한 금자탑을 세워올렸지만 신뢰할 수 없는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이미지, 과장을 일삼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그 벽돌 위에 고스란히 새겨지는걸 수수방관했다. 현대차는 ‘품질 경영’을 내세우며 품질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좋은 결과가 나와봤자 이런식으로 불신이 더 커져버리면 그만이다. 지금은 품질이 문제가 아니다. 이제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미움에서 벗어나고 사랑받는게 가장 중요한 경영 목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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