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때문에 울고 웃는 4월이었다. 쏘렌토와 카니발 '원-투 펀치'를 앞세운 기아차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으며, 세단이 부진했던 현대차는 신형 투싼을 9000대나 팔아치운 덕분에 실적 하락을 줄일 수 있었다. 티볼리를 앞세운 쌍용차와 QM3를 내세운 르노삼성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만, 한국GM은 트랙스 디젤 같이 이렇다할 반전 카드를 꺼내지 못해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수입차 시장은 아우디에 덕분에 주춤했다. 상반기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부은 아우디가 재고 소진 및 물량 부족으로 인해 전월 3895대에서 1010대로 75%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매월 30~40%대를 기록하던 수입차 시장 성장률은 8.9%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가 41.4%로 전년 대비 3.5%p 감소했으며, 기아차는 28.3%로 1.8%p 늘었다. 한국GM은 0.6%p 줄어든 8.3%를 기록했으며, 쌍용차는 5.4%, 르노삼성은 4.6%로 각각 1.3%p, 0.4%p 증가했다. 수입차는 작년 11.4%에서 12.0%로 0.6%p 올라갔다. 

◆ 국산차 브랜드별 판매량…SUV에 울고 웃고

지난달 국산차 판매량은 총 13만3935대로 전년(13만145대)보다 2.9% 증가했다. 현대차는 6만3050대로 4.3% 감소했지만, 기아차는 4만3050대로 10.4%나 늘었다. 또, 한국GM은 1만2687대로 3% 줄었으나 쌍용차는 8130대, 르노삼성은 7018대로 각각 35.3%, 14.1% 증가했다.

현대차는 엑센트와 벨로스터, i30, i40, 에쿠스 등 승용 모델(3만1102대)이 15.4% 감소했지만, 투싼과 싼타페 등 RV(1만5838대)가 28.0% 늘어 전체 하락 폭을 4.3%로 줄일 수 있었다. 다행인 점은 신차 출시를 앞둔 아반떼가 전년 대비 13% 늘었고, 쏘나타가 월 8000대 수준을 유지했으며, 제네시스가 꾸준하게 3000대 이상 판매되는 등 주력 세단의 실적이 좋다는 것이다. RV는 싼타페가 5000대 수준으로 다소 줄었지만, 새롭게 출시된 투싼이 9255대(구형 618대 포함)나 팔려 큰 걱정은 없어 보인다.

기아차의 경우 하반기 K5와 스포티지 신차가 나올 예정이어서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달은 오히려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모닝부터 K9까지 승용 모델(2만773대)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작년 출시된 쏘렌토와 카니발을 앞세운 RV(1만6633대)가 무려 78.1%나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승용과 SUV 비율이 66:34 수준이지만, 기아차는 55:45까지 좁아졌다.

 

한국GM은 다소 어려운 분위기다.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올해 10종의 신차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진행 상황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상반기 나올 것으로 알려졌던 신형 스파크는 하반기로 미뤄졌고, 알페온을 대신한다던 임팔라와 트랙스 디젤도 소식이 없다. 신차를 앞둔 스파크는 20% 줄었으며, 아베오와 말리부, 알페온, 캡티바도 각각 37.4%, 25.2%, 31.1%, 22.3% 감소했다.  

쌍용차가 티볼리의 활약으로 전년 대비 35.3%나 성장했다. 내달 디젤 모델 출시를 앞둔 티볼리는 지난달 가솔린 모델 만으로도 3420대를 팔아치웠다. 다만, 티볼리를 제외한 코란도C, 렉스턴, 코란도 스포츠, 코란도투리스모의 판매량은 모두 줄었다. 티볼리가 잘 팔리는 것은 다행이지만, 수익성이 큰 모델은 아니어서 쌍용차에게는 고민일 듯하다. 

르노삼성은 QM3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덕분에 숨통이 조금 튀었다. 지난달부터 매달 4000대 수준을 들여오기로 프랑스 본사와의 협의한 덕분이다. 그러나 다른 모델은 문제다. 주력 모델인 SM5가 전년 대비 13.4% 늘었지만, 전월보다는 15.5% 줄어 흐름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또, SM3와 QM5도 각각 11.9%, 45.9% 감소했다. SM7이 24.3% 늘었지만, 판매량은 292대에 불과해 전체적인 실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 국산차 차급별 판매량-세단…아반떼, 신차 앞두고도 판매 증가

지난달 경차 판매량은 1만4661대로 전년 대비 15.5% 감소했다. 최근 출시되는 경차의 가격이 크게 올라 돈을 더 주고 준중형차로 넘어가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모닝은 7818대로 3.3% 감소했지만, 2위인 스파크와의 격차를 3000대 수준을 유지했다. 하반기 풀체인지를 앞둔 스파크는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판매량 수성에 나섰지만 4479대로 20.0% 하락했다. 기아차 레이는 2384대로 35.6%나 줄었다. 

소형차 시장은 국내에서 가장 소외 당하는 세그먼트로, 지난달 판매량은 2276대에 불과했다. 7단 DCT 모델을 출시한 엑센트는 1476대로 27.9% 줄었고, 프라이드도 584대로 32.1% 감소했다. 아베오 역시 전 모델에 1.4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펀드라이빙'을 강조했지만, 판매량은 216대로 37.4%나 하락했다. 워낙 잘 팔리는 경차와 준중형차 사이에 끼어 프로모션도 효과가 없다. 파격적 신차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신차 출시를 앞둔 아반떼 판매량이 7775대로 13%나 늘었다. 100만원 할인을 비롯해 다양한 할부를 진행한 것이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K3는 3688대, SM3는 1430대로 11.9% 감소했지만, 크루즈는 1689대로 4.2% 증가했다. 

 

중형차 1위인 쏘나타는 8446대로 전년 대비 45.1% 감소했다. 작년 신차 효과로 1만5392대를 팔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하락세로 보인다. 택시 투입 이후 꾸준하게 8000대를 넘기고 있는 만큼 분위기도 그리 나쁘지 않다. 3분기 풀체인지를 앞둔 K5는 100만원 할인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4291대를 판매했다.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SM5는 13.4% 늘어난 2053대가 판매돼 말리부(1289대, 25.2%↓)을 제치고 중형차 3위에 올랐다. 

준대형차의 경우 K7이 1628대로 22.3% 줄었지만, 그랜저가 전년 대비 6.7% 늘어난 7911대 팔려 전체적으로 전년과 비슷하다. SM7은 363대로 24.3% 늘고, 알페온은 344대로 31.1% 줄었지만, 워낙 판매량이 적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작년 10월 추가된 아슬란은 965대가 판매됐다. 

대형차는 제네시스가 전년 대비 13.5% 늘어난 3365대 판매돼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한 단계 윗급인 에쿠스 판매량은 537대로 42.1%나 감소했다. K9은 400대로 전년과 비슷했으며, 체어맨은 123대로 6.1% 감소했지만 판매량 자체는 미미했다. 

◆ 국산차 차급별 판매량-RV…티볼리, 3달 연속 'QM3·트랙스 압도'

지난달 B세그먼트 초소형 SUV 판매량은 7081대로 전년 대비 3배나 늘었다. 전체적으로 시장이 커진 데다가 티볼리와 QM3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경쟁적으로 판매량을 늘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1위는 3420대 판매된 티볼리로, 아직도 4000여대의 대기 물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달 디젤 모델을 추가한다는 계획이어서 당분간 잘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QM3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기반으로 2628대를 팔았다. 트랙스는 18.5% 늘어난 1033대 판매됐지만, 티볼리와 QM3에 비해서는 매우 적어 디젤 모델 추가가 시급한 형편이다.

 

C·D 세그먼트 소·중형 SUV 시장에서는 새롭게 출시된 투싼이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달 판매량은 무려 9255대로, 구형 모델 618대를 제외해도 8637대가 팔린 것이다. 다만, 수출 물량 확보로 인해 국내 물량이 줄어 판매량이 다소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쏘렌토는 6159대로 싼타페(5679대)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9월 풀체인지를 앞둔 스포티지 3024대를 비롯해 코란도C 1489대, 모하비 1158대, 맥스크루즈 667대, 캡티바 638대, QM5 529대 등이 판매됐다. 

MPV 시장에서는 여전히 카니발과 올란도가 강세다. 카니발은 5622대로 경쟁 모델인 코란도투리스모(556대)보다 10배나 넘게 팔렸으며, 올란도는 1679대로 카렌스(340대)보다 5배가량 많이 판매됐다.

◆ 수입차 브랜드별 판매량…힘 빠진 아우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판매량은 1만8202대로, 전년(1만6712대) 대비 8.9% 늘었다. 올해 1~4월 누적 판매량은 7만7171대로 전년(6만1146대)보다 26.2% 증가했다. 

아우디 판매량이 크게 줄면서 독일 빅4의 점유율은 63.5%로 전월(66.4%)보다 2.9%p줄었다. 포르쉐(1.6%)를 포함한 독일차 점유율은 65.1%다. 줄어든 독일차 점유율은 유럽 브랜드와 미국 브랜드가 골고루 가져갔다. 유럽차는 15.2%로 1%p 늘었으며, 미국차는 8.9%로 1.7%p 증가했다. 일본차는 12.4%로 전월(12.3%)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 이번달 출시 예정인 아우디 A6 페이스리프트

올해 들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1위 다툼은 매우 흥미롭다. 1~2월에 1위 자리를 차지했던 메르세데스-벤츠는 3월에 BMW에게 선두를 넘겨줬지만, 지난달에 4136대를 판매하며 BMW(3798대)를 제치고 1위로 복귀했다. 3월에 역대 최고 판매 기록(3895대)을 세운 아우디는 지난달 1010대를 파는데 그쳤으며, 폭스바겐은 20% 줄어든 2612대를 판매했다. 

이밖에 포드·링컨 1044대, 미니 725대, 도요타 647대, 렉서스 573대, 크라이슬러·지프 530대, 푸조 493대, 닛산 481대, 랜드로버 432대, 볼보 345대, 포르쉐 343대, 혼다 322대, 재규어 280대, 인피니티 232대, 피아트 55대, 캐딜락 53대, 벤틀리 42대, 시트로엥 42대, 롤스로이스 7대 순으로 나타났다. 

◆ 수입차 베스트셀링카…S클래스, 1900억원어치 팔렸다

아우디 A6가 부진한 틈에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전월(1197대) 대비 28.2%나 늘어난 1535대가 판매돼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올라섰다. 트림별로는 E220 블루텍이 441대로 가장 많았고, E250 블루텍 4매틱(308대)과 E300 4매틱(263대)의 인기도 높았다. BMW 5시리즈도 전월과 비슷한 1429대를 판매해 2위를 차지했다. 

불황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판매량은 매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S클래스 판매량은 1229대로, 전월(973대)보다 26.3%나 늘었다. 각 트림별 판매량과 가격을 단순 계산해도 1900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도 추가됐는데, 2억3300만원의 S500 트림은 91대, 2억9400만원의 S600은 13대가 판매됐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847대, 골프는 813대로 각각 19.0%, 7.6%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판매량으로 상위권을 튼튼히 지켰다. 특히, 티구안은 단일 트림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기도 하다.

이밖에 BMW 3시리즈가 11.2% 증가한 803대로 6위를 차지했으며,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는 519대로 14.8% 올랐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35.2% 늘어난 407대로, 비 독일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으며, 폭스바겐 제타는 65.8% 성장한 403대로 9위, 미니 쿠퍼 5도어는 19.2% 감소한 372대로 10에 올랐다.

올해 1~4월 누적 판매 순위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5627대로 1위, BMW 5시리즈가 4600대로 2위, 아우디 A6가 4490대로 3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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