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 A3 스포트백 e-트론, '이 차를 사야 할 5가지 이유'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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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05 12:15
[시승기] 아우디 A3 스포트백 e-트론, '이 차를 사야 할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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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보다 강력하고, 디젤보다 편안하고, 하이브리드보다 연비좋고, 전기차보다 멀리가고, 수소차보다 저렴하다. 이 쯤 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지금까지 나온 파워트레인 중 가장 완벽해 보인다. 

현재의 내연기관차와 미래의 연료전지차 사이를 잇는 과도기적 역할을 담당한다지만, 어쩌면 굳이 전기차나 수소차까지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의 가치는 이미 훌륭해 보인다.

 

아우디는 디젤 엔진인 TDI와 가솔린 터보 엔진인 TFSI로 유명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개발에도 가장 적극적인 브랜드다. 1989년 콘셉트카 ‘아우디 듀오(Audi Duo)’를 시작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모델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최근 전기를 이용하는 차량(순수전기차 포함)에 ‘e-트론'이란 이름을 붙이고, A3 e-트론과 Q7 e-트론과 A6L e-트론 등 다양한 모델을 쏟아낼 수 있었던 것도 꾸준한 노력의 결과다.

아우디 최초의 양산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A3 스포트백 e-트론을 하반기 국내 출시에 앞서 시승해봤다. 비오는 제주도에서 잠깐 시험 주행을 해본 것에 불과한 만큼 주로 장점 위주로 풀어갈 수 밖에 없겠다. 

◆ 가솔린보다 강력하다

 

A3 스포트백 e-트론의 매력은 이미 검증이 끝난'1.4 TFSI 엔진+6단 S트로닉 변속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전기차와 달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가솔린 파워트레인의 성능도 무척 중요하다. 테슬라 같은 신흥 업체가 좋은 전기차는 만들 수 있지만, 좋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만들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다. 

아무리 전기모터와 배터리 기술이 좋더라도 엔진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으면 좋은 차를 만들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우디는 '연비가 아무리 좋아도 잘 달리지 못하는 차는 만들지 않겠다'는 듯 A3 스포트백 e-트론에 꽤 강력한 엔진을 탑재했다. 주행성능을 제쳐두고 연비만 강조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 아우디 A3 스포트백 e-트론 드라이브트레인.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모터가 장착됐다

국내에선 폭스바겐 골프 1.4 TSI를 통해 우수성을 인정받은 이 엔진은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힘을 낸다. 이 자체로도 A3 스포트백급 소형 해치백 모델을 날렵하게 움직이는데 부족함이 없는데, 여기에 102마력, 33.6kg·m의 꽤 성능 좋은 전기 모터가 추가됐다. 한꺼번에 쏟아낼 수 있는 힘은 204마력, 35.7kg·m로, 한 단계 윗급인 2.0 TFSI 엔진(220마력 35.7kg·m) 못지 않게 강력하다. 등이 파묻힐 정도의 과격함은 아니지만, 가볍고 매끈하게 속도를 올리는 능력은 발군이다. 최고속도는 222km/h,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도 7.6초면 충분하다. 

▲ 아우디 A3 스포트백 e-트론 드라이브트레인. 뒷좌석 아래에 배터리가 장착됐다

A3 스포트백의 날렵한 핸들링과 코너링은 e-트론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기본적인 주행 감각은 비슷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만큼 조금 차이가 있다. 모터와 배터리 추가로 인해 무게가 늘어난 만큼 서스펜션을 조금 단단하게 세팅했고, 트렁크 아래 배치된 배터리가 무게 중심을 낮춰 달리는 맛은 오히려 더 좋아진 듯하다. 급하게 몰아붙여도 힘든 내색 없이 멋진 라인을 그려낸다. 이 정도면 전기모터는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한게 아니라,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 해도 무리가 없겠다. 

◆ 디젤보다 편안하다

 

A3 스포트백 e-트론은 고요하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가솔린 엔진이 개입할 틈 없이 모터와 배터리만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기온이나 배터리 충전 상태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기 동력으로 출발하고, 50km 이내의 거리는 엔진 없이 전기차 모드로 충분히 달리니 시종일관 조용하고 편안했다. 

꽤 빠른 속도로 달리는데도 엔진이 이상할 정도로 잠잠하다. 전기차 모드에서는 킥다운을 하지 않는 이상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데, 이때 모터로만으로도 130km/h까지 낼 수 있다. 국내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훌쩍 넘는 넉넉한 빠르기로, 어떤 도로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여유 있게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전기차 특유의 고주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모터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냈음에도 기분 나쁜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또, 속도를 낼 때와 제동을 할 때 모두 일반 가솔린차 같은 주행감을 유지해 이질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없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초기 모델이 이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가 함께 힘을 내는 부스트 모드는 A3 스포트백 e-트론의 백미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킥다운과 함께 엔진과 모터가 모조리 힘을 쏟아내며 치고 나간다. 전기차 모드만으로도 성능에 여유가 있는데, 엔진의 힘까지 더해지니 너무나 쉽게 속도를 올렸다. 다른 하이브리드카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그저 연비만 좋을 뿐, 조금만 밟아도 시끄러운 엔진음을 내며 힘든 티를 내 미안할 지경이었는데 A3 스포트백 e-트론은 별다른 앙탈 없이 기분 좋은 엔진음을 내면서 잘 달렸다. 엔진의 성능도 성능이지만, 모터가 고속까지 힘을 이어갔으며, 모터와 엔진을 오가는 동력의 이어짐도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 하이브리드보다 연비좋다

 

하이브리드카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하다. 가격은 가솔린차보다 수백~수천만원 이상 비싼 반면, 연비는 디젤차와 비슷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사야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다르다. 배터리 용량을 전기차의 30~40% 수준으로 키운 덕분에 연비가 일반 가솔린차의 5~6배나 좋아졌다. 디젤차나 하이브리드카와 비교해도 3~4배 우수한 수준이다. 

A3 스포트백 e-트론의 유럽 기준 연비는 무려 66.6km/l. 에너지 회생시스템이 끊임없이 작동하면서 8.8kWh의 리튬-이온 배터리의 능력을 바닥까지 끌어낸다. 측정 방법상 국내에 출시될 때는 연비 수치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충분히 40~50km/l는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A3 스포트백 e-트론의 연비 비결은 주행 상황에 따라 전기차 모드(EV), 하이브리드 오토, 하이브리드 홀드, 하이브리드 차징 등 4가지 모드로 최적화시킨 주행모드 덕분이다. 

전기차 모드는 킥다운을 제외하고는 엔진이 개입하지 않고, 모터와 배터리의 힘으로만 주행한다. 이때 주행 가능 거리는 50km, 최고속도는 130km/h다. 도심 출퇴근 등 짧은 거리를 다닐 때는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전기차 모드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아우디가 엔진을 오래 사용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엔진 주요 부위를 코팅해 내구성을 높였을 정도다. 

 

하이브리드 오토는 운전자가 각 주행 모드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 맘 편히 주행하도록 엔진과 모터·배터리 사용을 알아서 최적화하는 것이고, 하이브리드 홀드는 배터리 잔량을 유지하면서 배터리 충·방전에 따라 하이브리드 모드로 주행한다. 기어봉을 D(드라이브) 모드에서 한 단계 아래로 내리면 S(스포트) 모드로 바뀌는데, 주행 모드는 저절로 하이브리드 홀드가 된다. 하이브리드 차징은 배터리 충전을 위해 제동력뿐 아니라 엔진의 힘까지 적극 이용하는 모드다.

◆ 전기차보다 멀리간다

전기차의 가장 큰 문제는 주행 가능 거리가 짧은 데다가, 충전 시간도 오래 걸려 장거리 주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A3 스포트백 e-트론은 무려 940km나 달릴 수 있다.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다. 무엇보다 전기차와 달리 배터리와 기름이 다 떨어졌을 경우, 주유소에서 쉽게 연료를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이다. 배터리가 언제 바닥날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충전소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도 얼마든지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완충 시간은 가정용 충전기로 3시간45분으로 전기차보다 절반 이하로 짧다.

 

배터리가 다 떨어졌을 때는 기름을 넣은 후 하이브리드 차지 모드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이 모드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콘센트를 이용할 때보다 3~4배가량 빠르게 충전시킨다. 시승 중 배터리 주행 가능 거리가 5km로 떨어졌을 때 하이브리드 차지 모드로 충전을 시켜봤는데, 불과 30여분 만에 40km로 늘어났다. 이렇게 충전된 배터리는 다시 또 주행에 사용돼 주행 거리를 늘린다. 

 

또, 저속 및 중속 주행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동력을 차단시키는 '글라이딩(활주)' 모드가 돼 연비를 늘렸고, 고속에서는 기어를 중립에 놓은 '코스팅(타력주행) 회생' 모드가 돼 배터리를 충전시키도록 세팅됐다. 글라이딩 모드에서는 미끄러지듯 매끄럽게 속도를 유지하고, 코스팅 모드에서는 부드럽게 속도를 줄인다. 다만, 수동 변속 모드거나, 하이브리드 차지 모드에서 발을 뗄 때는 보다 적극적인 감속으로 배터리를 충전시키는데, 전기차처럼 극단적으로 속도를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거부감도 적다.  

◆ 수소차보다 저렴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1억원이 훌쩍 넘는(보조금 제외) 수소차보다 훨씬 저렴하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A3 스포트백 e-트론의 가격은 3만7900유로로, 일반 모델인 A3 스포트백(2만3350유로)보다 1.62배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투싼 수소연료차(약 1억5000만원)가 일반 투싼(약 2500~3000만원)보다 5~6배나 비싼 것을 감안하면 가격 상승폭이 매우 낮은 것이다. 전기차의 경우도 일반 모델보다 2~3배가량 비싸다.

특히, A3 스포트백 e-트론은 폭스바겐그룹의 MQB(가로배치 엔진용 모듈) 플랫폼으로 만들어 공정이 간편하면서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전기 모터와 배터리 등 일부 부품이 추가됐을 뿐, 대부분은 일반 A3와 같기 때문에 하나의 조립 라인에서 가솔린차와 디젤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까지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가 절감뿐 아니라 대량 생산에도 유리한 시스템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아우디에서 시작했지만, 사실 A3 스포트백 e-트론의 탄생에는 폭스바겐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 골프를 통해 쌓인 소형 해치백에 대한 폭스바겐의 경험치는 같은 그룹의 계열사인 아우디 A3로 이어지며 업그레이드 됐다. A3 스포트백 e-트론 역시 골프 GTE를 통해 검증받은 동력계와 플랫폼을 통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면서 저렴한 가격에 높은 완성도를 갖출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과연 A3 스포트백 e-트론과 골프 GTE는 무엇이 다른가. 이번 시승 행사에서 가장 쏟아진 질문도 바로 이것이었다. 두 차는 같은 차급에 같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돼 동력 성능과 연비, 주행 가능 거리 등의 제원이 모두 똑같기 때문이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차이, 프리미엄과 논프리미엄의 차이, A3 스포트백과 골프의 차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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