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도요타 프리우스V…”최악의 연비 기록하려 애썼지만...”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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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7 12:27
[시승기] 도요타 프리우스V…”최악의 연비 기록하려 애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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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았다. 프리우스V는 효율이 극대화된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지만, 마치 스포츠카 다루듯 마구 밟았다. 출발과 동시에 파워모드를 눌렀고, 앞머리가 휘날릴 정도로 에어컨을 틀었다. 진정한 기술의 혜택이라면 그것을 의식하지 않고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생김새나 쓰임은 조금 다르지만, 프리우스V는 프리우스의 이름을 쓰고 있는만큼 과도한 운전에도 충분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듬직한 프리우스 집안의 맏형

프리우스V는 지역에 따라 프리우스 뒤에 V, 알파, 플러스, 그랜드, 왜건 등 다양한 이름이 붙는다. 다양한 수식은 대부분은 크기 혹은 실용성 등에 어울리는 단어다. 프리우스의 왜건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가장 이해가 빠르겠다.

 

기존 프리우스에 비해 길이는 165mm, 높이는 95mm, 너비는 25mm, 휠베이스는 80mm 늘었다. 기존 프리우스도 뒷부분이 다소 길쭉한 해치백이었는데, 더 길어지고 높아졌다. 한눈에 봐도 기존 프리우스의 이미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 유행하는 소형 SUV보다 훨씬 크다.

 

세부적인 디자인도 크게 달라졌다. 프리우스보다 아쿠아를 더 닮았다. 약간 험상궂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도요타의 최신 디자인에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이 접목된 결과다. 또 프리우스에선 볼 수 없었던 LED 헤드 및 테일램프도 더해졌다. 

 

실내도 전체적인 디자인은 프리우스와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론 많이 다르다. 더 세련됐다. 또 직관적이고 실용적이다. 단연 미국적인 색채가 강하다. 곳곳의 수납공간은 효율적인 공간활용의 표본이라 할만하다. 차체가 커진만큼 뒷좌석의 활용성도 높아졌다. 슬라이딩과 등받이 각도 조절을 통해 세밀한 시트 배치도 가능하다. 기본적인 왜건의 여러 장점도 결코 잊지 않았다. 

 

# 최악의 연비를 기록할테다

극도의 세심한 연비 운전으로 시승행사에서 우수한 연비를 기록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보통의 운전자들이 매일 같이 손, 발의 신경을 곤두세워 운전할리 만무하다. '진짜 연비'가 좋은 차라면, 가혹한 주행 환경에서도 수준급의 연비를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앞서 다른 팀의 운전자가 20km/l를 훌쩍 뛰어넘는 연비를 기록했다고 포기한 것은 절대 아니다. 노력하면 그 정도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암. 

 

연비가 안나오면 차를 탓하는 운전자가 많지만, 실은 차종보다 운전 습관, 방식이 훨씬 큰 역할을 한다. 또 주행 환경이 미치는 영향도 크다. 이것은 이미 모터그래프가 페라리 캘리포니아와 현대차 구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로 산길을 오르내리며 확인한 바 있다. 물론, 구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프리우스V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종류가 다르고, 프리우스V의 것이 더 최신 기술이니 그렇게까지 맥없이 무너질것 같진 않지만, 적어도 이 차도 과격한 주행에 유리한 차는 아니다.  

 

춘천에서 서울 잠실까지 오는 코스다. 거리는 약 66km. 고속도로 비중이 높은 코스였다. 더욱이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통행량도 많지 않았고, 46번 국도도 한적했다. 그야말로 프리우스V로 최악의 연비를 기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배터리는 결코 죽지 않는다

파워모드는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도심에서는 전기모터의 힘이 비교적 선명하지만, 고속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출발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는 속도가 높아질수록 그 영향력이 줄어든다. 결국 엔진의 힘만으로 달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데,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CVT 변속기는 저속주행이나 정속주행에 특화됐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달리면, 엔진은 연신 힘들다고 숨을 몰아쉰다. 그 신음소리가 너무 커서 심지어 속도를 낮출 수 밖에 없게 된다. 시속 120km를 넘어서면, 본격적으로 엔진 소음이 커진다.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이라지만, 바람 소리도 거세고 노면 소음도 꽤 큰 편이다. 프리우스V는 시속 100km 이하에서 가속페달에 살짝 발만 얹고 달릴 때가 가장 쾌적하다.

 

배터리를 충전할 틈을 주지 않고 온힘을 써버리면 연비가 뚝뚝 떨어지는데, 잠시라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구르는 바퀴가 잽싸게 배터리를 충전한다. 사실 연비를 떨어뜨리는 것보다 배터리의 잔량을 떨어뜨리는게 더 쉽지 않았다. 또 구간단속 구간이나 약간의 정체, 톨게이트 구간에서는 힘겹게 떨어뜨린 연비를 다시 끌어올렸다. 

 

스티어링휠의 무게감은 현대차와 다름없이 가볍지만, 움직임은 다르다. 덩치에 비해 꽤 예민하고 노면의 정보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편이다. 승차감도 탁월했던 부분 중 하나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편이다. 그럼에도 차체의 출렁임은 크지 않다. 한없이 고회전으로 치닫는 엔진과 변속기만 아니라면 고속 크루징도 적합할 정도로 안정성이나 승차감이 좋다.

# 막힐수록 연비는 높아진다

통행량이 많은 강변북로에선 마음껏 속도를 높일 수 없었다. 어렵사리 낮춘 연비는 조금씩 다시 높아졌고, 가다서다를 반복하다보니 배터리 충전도 원활했다. 프리우스V에는 니켈-메탈 하이드라이드 배터리가 탑재됐다. 도요타는 니켈-메탈 하이드라이드 배터리를 오랫동안 고집했는데, 최근들어 리튬이온 배터리를 도입하는 중이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된 프리우스V도 판매되고 있다.

 

막히는 도심에서는 파워모드도 연비를 떨어뜨리는데 큰 힘이 되지 못했다. 출발은 대부분 배터리의 힘만을 쓴다. 시속 30-40km 정도를 넘어서야 비로소 엔진이 돈다. 이런 식이라면 연비는 계속해서 올라갈 것만 같았다. 급출발, 급가속 등 연비에 해로운 행동을 하고 싶어도 도심에서는 쉽지 않았다. 꼼짝없이 연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막히는 도로에서 오히려 연비가 향상 돼버리는 차라니. 졌다. 디젤 승용차의 경우 정속주행에서 유리한 반면 막히는 시내에서 연비가 크게 떨어지는 것과는 반대 성향이라 할 수 있다.   

 

프리우스V는 프리우스에 비해 연비보단 실용성이 더 강조된 차다. 그럼에도 66km를 평균속도 시속 57km로 달리는 동안 계기반 트립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연비는 평균 14.6km/l를 기록했다. 어지간한 운전 실력으로는 이보다 나쁜 연비를 내는게 쉽지 않겠다. 동일한 구간을 달린 아홉명의 기자 평균연비는 21.2km/l였고, 최고 기록은 26km/l였다.  

* 장점

1. 경제적이다. 연료효율은 물론이고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2. 무척 넓다. 화물적재는 웬만한 SUV 뺨친다. 

3. 국내 전용 내비게이션 탑재 및 각종 기기와의 호환이 깔끔하다.

* 단점

1. 고속주행에선 몹시 시끄럽다. 여러 소음이 복합적으로 몰린다.

2. 회생제동시스템 탓인지 브레이크 페달의 반발력과 실제 차가 서는 느낌이 다르다.

3. 계기반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 엔진회전수도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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