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프리우스 플러그인…전기차? 플러그인이 답이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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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30 18:55
[시승기] 프리우스 플러그인…전기차? 플러그인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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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절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몇개월 전, '순수 전기차'를 시승할 기회가 있었다. 100km를 넘게 달린다는 차여서 회사에서 집까지 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지하철역까지 후배들을 데려다주고 새로 문열었다는 광명시 이케아에 들렸다 오니 상황이 달라졌다. 고속도로는 정체되고 집은 한참 남았는데 주행 가능거리가 40km 남았다고 계기에 나타났다. 진땀이 흘렀다. 휘발유 차를 탈때는 남은 주행거리가 80km만 남아도 주유경고등이 뜨니 40km라니 당연히 긴장할 수 밖에. 얼른 집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가속페달은 깻잎처럼 얄팍하게 밟게 됐다. 언제 차가 설지 몰라 공포에 빠졌다. 

어디까지나 전기차는 세컨드카의 개념이지 단 한대의 자동차로 전기차를 구입하라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처럼 불안한데다 급한 상황에선 사용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너무나 높아서 보급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이래서 필요하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전기를 꽂아 충전하고, 전기만으로 주행하지만 전기가 모두 방전되면 즉시 하이브리드자동차로 전환되는 자동차다. 10km가 남았대도 걱정이 없으니 충전된 전기를 모두 사용할 수 있고, 만약 부득이 충전하지 못했어도 그대로 몰고 다니면 그만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기차와 유사한 전기 충전소가 있으면 연비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 되기 때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가 보급된다면 전기차 인프라 수요와 활용도 또한 급격히 높아진다.

 

이같은 이유에서 현대자동차도 올 상반기에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내놓는다고 한다. 정부도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출시에 맞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특정 업체와 스케줄이 지나치게 들어맞는 점은 아쉽지만 결정 자체는 매우 다행스럽고 올바른 길이라 생각된다. 

현대차 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출시에 앞서 한창 무르익은 도요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도요타는 이 차의 정식 시판에 앞서 공공기업 등에 차를 시범 공급하며 차를 업그레이드 시켜왔다. 이미 3차례의 업그레이드를 거쳤으며 이전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성능과 이질감 없는 주행 감각을 갖추게 됐다고 알려져 있다. 

 

# 프리우스 플러그인, ‘전기차의 즐거움’ 느낄 수 있어

아파트 주차장 220볼트 플러그에 코드를 꽂았다. 가정용 ‘돼지코’ 콘센트에 꽂으면 그만이다. 사실 불과 1시간 반이면 충전 끝이지만, 지켜보고 있기는 긴 시간이라 그대로 놓고 집에 들어갔다. 아침에 나와 보니 문제 없이 충전이 잘 끝나 있었다. 계기반에도 ‘충전이 성공적으로 100% 완료됐다’는 문구가 나타났다. 

▲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EV모드 전환스위치./ 자그마한 기어노브 위로 100MPG 넘는 그래프가 나타나 보인다./ 엔진 위쪽에 새겨져 있는 플러그인 시스템 문구 / 작동 상황을 보여주는 그래픽 모니터에 21miles를 달릴 수 있다고 적혀있다.

시동 버튼을 눌렀지만 역시 침묵. ‘레디(Ready)’라고 쓰여진 파란 불이 나오고 그만이다. 스으윽, 소리만 나면서 차는 출발한다. 지하주차장에는 삐빅삐빅하는 타이어 구르는 소리만 날 뿐이다. 전기모터만으로 가속하는데도 꽤 강력하다. 적어도 일반 하이브리드카의 EV 모드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역삼동 아파트에서 출발, 홍대입구에 위치한 회사까지 거리는 24km나 되지만 뭐 상관없다. 프리우스 플러그인의 경우 전기만으로 18km를 달린다는데, 이는 전기차와는 달리 ‘안심할 수 있는 18km’여서다. 이후 플러그인 모드로 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출발하고 보니 이상하다. 생각보다 전기모드 주행 가능 거리가 길다. 처음 출발부터 계기반에는 남은 거리가 20km가 넘는 걸로 나오더니 점차 길어져 25km 떨어진 회사까지 엔진 한번 켜지 않고 도착했다. 연비를 가리키는 그래프는 가득 채워져 100mpg(42km/l)가 넘는 연비를 기록했다고 나타났다. 올림픽대로가 생각보다 막히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는 23.5km. 주행중엔 한번도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연비를 높여놓고 나니 여유가 생긴다. 충전을 하지 않고 하이브리드 모드로 집에 돌아간다고 해도 평균 연비가 30km/l가 넘는 셈이다. 

충전으로 달리는 EV모드라고 해도 엔진은 가끔 개입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그때 그때 엔진이 잠시 가동됐다가 다시 정지했다. 프리우스가 대략 시속 60km부터 시동이 걸린다면 플러그인은 페달을 아껴 밟으면 시속 100km에서도 시동이 걸리지 않는게 인상적이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바로 엔진이 개입하는데, 매우 부드러워서 운전자는 쉽게 눈치채기 어렵다. 히터를 틀어야 하는 경우도 가끔 약간씩 동작한다. 배터리 있는데 괜히 기름을 낭비하는 건가 하는 느낌에 나무랄 요량이었지만, 감속할 때마다 야금야금 다시 충전하는 알뜰함도 보여줘 너그러운 마음이 생겼다. 

# 주행감각 ‘조금 특이하다’

원래 도요타 프리우스는 외관 뿐 아니라 주행 감각도 좀 특이하다. 플러그인도 프리우스의 느낌을 그대로 갖고 있다. 여전히 통통 거리는 차체에 외부와 벽없이 통해 있는 느낌도 있다. 타이어가 얇고 친환경 타이어여서 그립감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프리우스의 실내는 고급차와는 거리가 멀다. 특이한 기계를 타고 있는 느낌이다.

반면 가볍게 달리고 산뜻하게 회전하는 느낌에 오히려 경쾌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손가락 두마디 남짓 크기의 기어노브를 조작하고 달리다보면 자동차가 아니라 전자제품이나 장난감을 몰고 달리는 느낌도 든다. CVT도 다른 차에 달려있을때는 ‘좀 이색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차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진다. 

장난감을 탄 기분이지만, 가속페달을 밟아보면 차가 생각보다 빠르게 치고 나가서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어쨌건 이 차를 몰면 기존 자동차를 몰던 것과는 전혀 달라 색다른 기분이 든다. 이걸 좋은 쪽으로 받아들일지 그 반대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적어도 답답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 친환경차, 플러그인이 답이다

친환경, 저 탄소 사회를 꿈꾼다면 더 많은 자동차가 연료를 적게 태우도록 만들어야 한다. 가정마다 석탄 연료 자동차를 구입하고, 추가로 전기차를 몇대 더 구입하게 해서는 전체 환경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어쩌면 전체 탄소량을 오히려 늘리게 될지도 모른다.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그저 EV의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릴 수 있는 시스템, 배터리 방전 걱정 없이 탈 수 있는 전기차로 볼 수 있다. 더구나 ‘배터리의 진화’라는 쾌적한 전기차 구현에 필수적인 숙제를 가속화하는 중요한 단계다. 자동차에서 석탄 연료의 소비를 줄인다는 최종 목표를 위해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보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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