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i8, 법규 문제로 '반쪽 출시'…첨단 사양·연비 '해외와는 다르다'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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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27 10:12
BMW i8, 법규 문제로 '반쪽 출시'…첨단 사양·연비 '해외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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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모았던 BMW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이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출시됐다. 그러나 국내 법규 문제로 레이저 헤드램프와 스마트키 등이 적용되지 않았고, 연비 인증도 제대로 받지 못한 ‘반쪽짜리 차’로 나와 아쉬움을 남겼다. 

 

BMW코리아는 2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i8 미디어 프리뷰 행사를 열고, 내달 2일 '2015 서울모터쇼’ 공개에 앞서 i8에 적용된 다양한 신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BMW코리아 측은, i8의 올해 판매 목표는 185대로 출시 전에 이미 100여대 계약이 완료됐다면서, 당초 작년 10월로 예정됐던 일정이 조금 늦어졌지만, 시장 반응이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에 출시되는 i8에는 BMW가 자랑했던 레이저 헤드램프와 스마트키 등 일부 첨단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다. 레이저 헤드램프는 '자동차관리법시행령 제20조 제3항' 등 자동차 안전 법규를 통과하지 못했고, 스마트키는 '허용 주파수 규정'과 '소출력 기기 무선설비규칙' 등 전파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BMW에 따르면 i8에 탑재된 레이저 헤드램프는 발열 문제뿐 아니라 사람이 레이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까지 고려해 제작됐다. 3개의 토출구에서 반사판을 향해 레이저를 쏘고 그 빛을 하나로 모아 전방에 쏘는 방식이다. 

 

로우빔은 전방 100m, 하이빔은 전방 300m까지 빛을 비추지만, 레이저 라이트가 추가되면 최대 600m까지 빛이 도달한다. BMW는 이 램프가 넓은 시야 확보를 통해 더 안전하며, LED 램프에 비해 전력소모가 적어 효율성도 높다고 밝혔지만, 법규가 바뀌지 않는 이상 국내에 들여오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스마트폰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키도 국내엔 나오지 않는다. 스마트키가 현행 전파법을 통과하지 못해 i3처럼 일반키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i8의 스마트키는 아주까리 오일(castor bean oil)과 유리섬유를 이용한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고해상도의 LCD 화면이 장착돼 차량의 배터리팩 충전 상태와 주행 가능 거리를 알려주며, 에어컨 등을 미리 켤 수 있는 등 다양한 기능이 내장됐다. 또, 아이폰과 비슷한 인터페이스로 하단부에 홈 버튼이 있으며, 터치 방식으로 각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레이저 램프의 경우 생산 초기 단계여서 물량이 부족하지만, 국내에는 법규 때문에 더 들여오기 힘들게 됐다"면서 "스마트키도 이제 막 생산을 시작해 i8 국내 출시 일정에 맞춰 가져오기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지만, 전파법이 바뀌지 않으면 당분간 판매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대를 모았던 i8의 연비도 고작 13.9km/l에 불과했다. 이는 유럽 기준인 47.6km/l의 30% 수준으로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국내에 친환경 차에 대한 측정 및 표기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측정법이 아닌 '하이브리드' 측정법으로 인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방식은 배터리가 '통상적인 충전상태'에서만 연비를 측정하기 때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에게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i8의 경우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연비를 측정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3g/km에 달했다. 정부가 97g/km 이하의 친환경차에 제공하는 보조금 등 여러 해택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산업부와 국토부는 최근 '배터리 완전 충전'과 '배터리 완전 방전' 상태의 연비를 조합하는 내용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연비 측정법을 만들었지만, 일부 업체들이 측정 방식에 대해 의의를 제기해 개정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미국은 배터리 충전상태와 방전상태를 따로 표기하는 방식을, 유럽은 충전상태와 방전상태를 조합해 하나로 표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i8은 전기모터로만 최대 120km/h의 속도로 최대 37km까지 주행이 가능해 일상적인 도심 주행에서는 기름값이 거의 들지 않는다"면서 "i8이 받은 13.9km/l의 연비는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지만, 국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측정법이 완성되면 다시 인증을 받을 계획"이라며 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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