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액티브 투어러…'모든 면에서 새로운 BMW'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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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26 16:35
[시승기] BMW 액티브 투어러…'모든 면에서 새로운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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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최초의 전륜구동 모델인 액티브 투어러가 국내에 출시됐다. 아무리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BMW'와 '전륜구동'은 뭔가 어색하다. BMW 특유의 핸들링과 주행 감성이 사라진 것은 아닌지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BMW라면 뭔가 다를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액티브 투어러를 시승했다.

 

◆ 액티브 투어러…실용성에 대한 목마름의 결정체 

달리는 맛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BMW지만, 항상 '실용적인 차'에 대한 추구도 강했다. 1999년 BMW 최초의 SUV 모델인 X5를 시작으로 X1부터 X6에 이르는 SUV 풀라인업을 갖추고, 2009년 이후에는 투어링과 GT 등 기존 세단에 실용성을 더한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들을 적극적으로 추가했다. 

 

이번에 출시된 액티브 투어러 역시 실용성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차지만, BMW 입장에서는 조금 더 특별한 모델이다. BMW 역사상 최초로 전륜구동 방식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전륜구동은 후륜구동과 달리 엔진을 가로로 배치하고, 변속기를 소형화할 수 있어 공간이 절약되는데, 이 공간을 객실에 배분한 것이다.

◆ 기아차 카렌스도 연상되지만, BMW의 DNA는 그대로

액티브 투어러는 신형 미니 쿠퍼에 사용된 UKL1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5인승 모델로, BMW에게는 미안하지만 얼핏 키드니 그릴을 단 기아차 카렌스 느낌이 들기도 했다. 둘 다 소형 MPV 모델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다.

 

멀리서 보면 차가 그리 커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BMW 특유의 '넓고 낮은(wide & low)' 디자인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차체 크기는 길이 4342mm, 너비 1800mm, 높이 1555mm로, 경쟁 모델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5~7인승을 염두에 두고 만든 카렌스(4525mm, 1805mm, 1610mm)보다는 작다. 액티브 투어러의 형님뻘인 7인승 모델 '그란 투어러'가 카렌스와 비슷한 크기다. 

◆ 전륜구동 채택하니 넉넉한 실내 공간

 

직접 타보면 실내도 생각보다 넉넉하다. 느낌은 기존 BMW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시트 디자인과 곳곳에 위치한 각종 수납공간 등 조금 더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클러스터를 비롯해 센터페시아 레이아웃은 2시리즈 쿠페와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구성과 각종 조작 버튼의 배치는 조금씩 다르다. 특히, 2시리즈 쿠페와 달리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장착됐다. 

 

제원상 차체 크기에 비해 뒷좌석은 놀랄 정도로 넓다. "뒷좌석 무릎 공간은 7시리즈 리무진과 비슷하고, 트렁크 공간은 SUV인 X3와 비슷한 정도로 크다"는 BMW코리아의 말이 사실이었다. 휠베이스는 2670mm에 불과하지만, 뒷좌석에 슬라이딩 기능이 적용돼 앞뒤로 130mm나 움직인다. 최대한 뒤로 밀고 앉아보니 한 뼘 정도의 여유 공간이 남았으며, 다리를 꼬고 앉아도 넉넉했다. 등받이도 다른 차보다 더 기울어져 있어 장거리 여행에도 불편할 일이 없겠다. 

트렁크 공간도 평소 468리터에서 뒷좌석을 접으면(40:20:40) 최대 1510리터까지 늘어나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으며, 컴포트 액세스 및 전동식 트렁크 기능도 기본으로 탑재돼 사용도 편리하다. 차 이름에 '투어러(Tourer, 여행자)'를 붙이기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 BMW가 만든 전륜구동의 주행 성능은?

액티브 투어러는 BMW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도전이다. 언제나 후륜구동이 우월하다 광고하고, 전·후 50:50의 완벽한 무게 배분을 자랑하던 BMW가 이 둘을 모두 포기하면서까지 만든 전륜구동 모델이기 때문이다.

 

파워트레인은 2.0리터급 4기통 트윈파워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최고출력은 150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33.7kg·m(1750rpm)로 일단 1410kg의 차체를 움직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수치다. 관건은 BMW 후륜구동의 빠릿빠릿한 핸들링을 얼마만큼 구현해낼 수 있느냐다.

 

우려와 달리 일단 합격점을 줘도 좋을 듯하다. BMW 드라이빙 서킷을 수차례 돌아봐도 전륜구동 차라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다. 거칠게 다뤄봐도 언더스티어가 크지 않다. 최근 나온 BMW는 예전보다 극단적인 핸들링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덕분에 전륜구동 모델인 액티브 투어러와 후륜구동 모델의 핸들링 격차도 크게 좁혀진 면이 있다. 

물론, 후륜구동 모델들처럼 날카롭거나 매끈하게 코너를 빠져나가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만큼 차가 능숙하게 움직이니 서킷에서도 자신감 있게 스티어링휠을 돌릴 수 있었다. 첫 전륜구동 모델인 만큼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고 여러모로 세심하게 신경 쓴 듯하다.

 

세단에 비해 차체와 시트포지션이 높지만, 주행 안정성은 만족스럽다. 새롭게 개발한 섀시와 전륜 구동방식에 맞춰 서스펜션과 차량 제어시스템 세팅을 바꿨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하체가 단단해 출렁거림이 적었고, 코너에서도 롤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핸들 감각은 다소 무거운 듯했지만, 정직하게 차에 그대로 전달됐고, 제동력도 우수해 시속 150km 정도에서 급제동을 해도 차체가 흔들림 없이 정확하게 멈춰 서는 느낌이다.

다만, 가속력이 생각보다 부족했고, 주행 모드(에코, 노멀, 스포트)에 따른 변화가 크지 않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이마저도 다른 BMW와 비교했을 때 얘기지, 일상생활에선 모자람이 없겠다.

◆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결과는 '모 아니면 도'

BMW코리아는 액티브 투어러를 통해 수입 소형 MPV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목표다. 이 차의 이름은 원래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지만, BMW코리아는 국내에 출시하며 '2시리즈'를 뺐다. 굳이 차급에 구애받지 않고 실용성과 성능, 연비, 편의성 등 다양한 매력을 겸비한 팔방미인 모델로 어필하겠다는 판단이다. 또, 액티브 투어러의 7인승 버전인 그란 투어러도 국내에 출시해 시장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액티브 투어러는 옵션에 따라 2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기본 모델인 조이(JOY)는 4190만원이며, DMB과 내비게이션이 추가된 럭셔리(LUXURY) 모델은 4590만원이다. BMW코리아 측은 "처음 도전하는 세그먼트의 모델인 만큼 다양한 안전·편의 사양을 기본으로 적용했으며, 가격도 최대한 합리적인 수준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모 아니면 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액티브 투어러의 상품성과 상관없이 국내 소형 MPV 시장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판매되는 모델 종류가 적을뿐더러 판매량도 적다. BMW코리아가 경쟁 모델로 꼽은 B클래스는 지난달 14대 판매됐다. 15대 팔면 B클래스 판매량을 넘는 셈. 비슷한 세그먼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기아차 카렌스도 고작 313대 팔렸을 뿐이다. 액티브투어러가 소형 MPV 시장을 새롭게 정의하고 키워낼 수 있을지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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