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모터쇼, '관람객 뻥튀기' 그만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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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25 20:19
[기자수첩] 서울모터쇼, '관람객 뻥튀기'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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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모터쇼 조직위가 서울모터쇼의 관람객을 현실적으로 집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모터쇼의 고질병인 '관람객 뻥튀기'가 고쳐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는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5 서울모터쇼' 준비 현황과 참가 업체, 전시 차량 등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조직위 측은 올해 목표 관람객을 65만명 수준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관람객수에 비해 무려 40%나 줄었다. 조직위 관계자는 "지난 모터쇼까지는 관람객수를 발표할 때, 막연한 추정치를 발표했지만 앞으로는 실제 입장객 숫자를 정확하게 집계해 발표할 것"이라 설명했다. 지금까지 관람객을 뻥튀기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지금까지 국내 모터쇼 조직위는 매년 관람객 숫자를 지나치게 과장했다. 격년으로 열리는 서울모터쇼와 부산모터쇼가 경쟁적으로 관람객 숫자를 올려 100만명을 넘은 지 오래다. 

1995년 시작된 서울모터쇼의 경우 1회 69만명, 2회(1997년) 67만명, 3회(1999년) 46만명 등 하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1년 열린 1회 부산모터쇼에 72만7000명이 방문했다고 발표되자 2002년(4회)에는 갑작스레 관람객 숫자를 71만명으로 올렸다. 

이후 2003년(2회) 부산모터쇼에 104만7000명이 들었다는 발표가 있었고, 서울모터쇼는 5회(2005년) 102만5000명으로, 2013년(9회) 105만명까지 5회 연속 100만명 수준을 유지했다. 부산모터쇼 역시 1회를 제외하고 6회 연속(2003~2014년) 100만명을 넘겼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숫자는 한 마디로 뻥이다. 해외 모터쇼와 비교해보면 터무니 없는 숫자라는게 극명히 드러난다.

작년 4월 중국에서 열린 '2014 베이징모터쇼'의 전시장 규모는 23만㎡로, 부산모터쇼(4만3000㎡)보다 5배, 서울모터쇼(9만1141㎡) 2.5배 이상 크다. 모터쇼 기간에는 이 공간이 발디딜틈 없이 꽉찬다. 참가 업체 역시 2000여곳. 부산모터쇼(179개)와 서울모터쇼(170개)보다 11배 이상 많다. 말 그대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런데도 서울모터쇼가 발표한 숫자보다 적은 85만명이 든다. 

세계 각국에서 관람객들이 몰려들고 전시장 규모와 참가업체 숫자가 비교 안되는 세계 4대 주요 모터쇼에도 100만명을 넘는 곳은 파리모터쇼(120만명)가 유일하다. 프랑크푸르트모터쇼와 도쿄모터쇼가 90만명, 디트로이트모터쇼는 80만명, 제네바모터쇼는 70만명 수준이다. 

 

서울모터쇼 조직위가 목표 관람객을 65만명으로 낮춰 잡았지만, 여전히 너무 높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여태까지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지 않아 '진짜 관람객' 숫자를 스스로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부산모터쇼 조직위는 작년에 역대 최대 규모인 115만명의 관람객이 찾았다고 밝혔지만, 근거를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조직위 한 관계자는 "115만명이 순수 관객 숫자는 아니고 업체 관계자와 업체에 나눠준 입장권까지 포함된 자체 추정치"라는 애매한 답변만 하다가 결국 "현장 입장권 수는 30~40만명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얼버무리기도 했다.

관람객이 많아야만 전시가 성공한 것인양 뻥튀기 해온 관행은 사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뢰할 수 없는 허수를 보고 마케팅을 집행하는 메이커도 없을 뿐더러 관람객 수 조차 제대로 집계 못한다는 뻔한 사실은 국제적으로도 망신스런 일이다. 

서울모터쇼 조직위는 "장기적으로 제네바모터쇼 수준의 관람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거나 때로는 "세계 5대 모터쇼로 올라서겠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따라잡아야 할 것은 관람객 숫자가 아니라 참여 브랜드와 출품 차종, 부대 시설, 다양한 프로그램 등 모터쇼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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