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자동차] 존윅, 머슬카를 사랑한 남자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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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02 18:35
[영화 속 자동차] 존윅, 머슬카를 사랑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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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존윅의 유일한 즐거움은 활주로에서 그의 머스탱을 타고 드리프트를 하는 것이었다. 킬러 잡는 킬러에서 머슬카 마니아로 살던 그에게 새파란 러시아 불량배들은 그의 모든 것인 머스탱을 훔쳐간다. 아내가 남긴 애완견의 죽음은 무차별적인 살생을 자행하는 존윅에게 휴머니즘이란 감투를 씌워줄 뿐 그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한다.

애완견을 담담하게 마당에 묻은 존윅은 피묻은 옷을 입고 버스를 탈 정도로 급박하게 자동차를 찾으러 간다. 또 존윅이 요세프를 찾다 그의 ‘절친’ 빅터를 처리할 때도 강아지를 죽인 얘기보다는 ‘너흰 내 차를 훔쳐갔어’란 말을 먼저 내뱉는다.

# 진짜 머스탱, 진짜 머슬카

자동차에 대한 존윅의 편력은 온동네 사람들이 다 알 정도다. 사실 그가 끌고 다니는 차도 보통 머스탱이 아니다. 1969년 제작된 머스탱의 고성능 버전인 ‘머스탱 보스 429’다. 포드는 나스카 레이스에서 승승장구하던 크라이슬러를 겨냥해 새로운 레이스카를 제작했다. 픽업 트럭에 사용되는 V8 엔진의 배기량을 늘리고 부품을 개조했다. 이 엔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호몰로게이션 규정에 따라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는 도로용 차를 500대 이상 만들어야 했다.

 

레이스를 위해 제작된 7.0리터 V8 엔진은 머스탱 보닛에 들어가기엔 너무 컸다. 포드는 서스펜션 구조를 변경하고, 배터리까지 트렁크 쪽으로 옮기며 겨우 엔진을 장착했다. 보스 429는 총 859대가 만들어졌다. 포드가 직접 만든 고성능 모델, 회소가치 등으로 보스 429는 머스탱 수집가들에게 최고의 차로 꼽힌다.

 

2008년 진행된 미국의 ‘바렛-잭슨’ 경매에서 보스 429는 37만5000달러(약 4억1350만원)에 낙찰된 바 있으며, 2013년 진행된 ‘메컴’ 경매에서는 41만7000달러(약 4억6천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 존윅의 두번째 차, 쉐보레 쉐빌 SS

마릴린맨슨의 신곡 ‘킬링 스트레인저스’가 울려퍼지면서 존윅의 본격적인 살생이 시작된다. 그는 닥치는대로 러시아 마피아들을 제거하기 시작한다. 

 

업타운으로 떠나는 존윅은 조난차량을 취급하는 불법카센터에서 1970 쉐보레 쉐빌 SS를 얻는다. 그곳엔 포드 GT40이나 쉘비 코브라, 닷지 차저 RT, 메르세데스-벤츠의 신차가 있었음에도, 그는 쉐빌 SS를 선택했다. 특정 브랜드에 대한 고집보단 머슬카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함을 알 수 있다.

쉐빌 SS는 카마로, 콜벳과 함께 쉐보레의 머슬카 라인을 책임지던 모델이다. 카마로와 콜벳은 지금까지 이름을 이어오고 있지만 쉐빌은 말리부로 대체된다. 그리고 그 성격까지 바뀌게 된다. 오일쇼크가 닥치기 전까지 쉐빌은 전성기를 지냈다. 거대한 V8 엔진은 배기량이 무려 7.5리터에 달했다.

 

쉐빌은 풍요롭던 미국 1960-70년대의 낭만을 담고 있다. 머슬카 마니아인 영화감독 쿠엔틴타란티노는 ‘펄프픽션’에 자신의 1964년형 쉐빌을 출연시키기도 했고, 영화 ‘포룸’에서는 직접적인 언급까지 한다. 

# 최신 머슬카를 타다

결국 애타게 찾던 머스탱 보스 429는 찾지 못했다. 그가 업타운으로 타고 왔던 쉐빌 SS의 행방도 묘연하다. 대신 그는 새로운 차를 얻게 된다. 

 

포드와 쉐보레를 거친 그에게 남은 것은 바로 닷지. 단, 이번엔 올드 머슬카가 아닌 최신 버전이다. 존윅의 새로운 차인 닷지 차저는 머슬카의 기운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세단이다. 강렬하고, 난폭하며, 힘이 넘친다. 최근엔 현대적인 디자인까지 가미됐다.

미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크라이슬러의 5.7리터 V8 헤미 엔진은 최고출력 375마력, 최대토크 54.6kg.m의 막강한 힘을 낸다. 더욱이 신형 차저엔 연료효율을 위한 실린더 휴지 기술까지 더해졌다.

 

존윅은 차저로 신들린 드리프트를 선사한다. 마치 중세기사가 말을 타고 적에게 창을 찌르듯 차저를 타고 총을 쏴댄다. 문명인을 거부한 존윅은 결국 러시아 마피아 조직을 말살한다.

 

# 존윅의 생사

존윅은 주인공 이름이 곧 영화 제목인 만큼 존윅의 캐릭터가 생명이다. 하지만 설명은 생략됐다. 그래서 원작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지만 원작도 없다. 내용은 프랭크밀러의 하드보일드한 그래픽 노블을 연상시키고, 영상은 매트릭스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판 ‘아저씨’라고도 불린다는데 이런 류의 영화는 원래 많았다. 뻔하디 뻔해 큰 의미를 담을 영화는 아니지만 여전히 멋있는 키아누리브스를 보고 싶다면, 또 머슬카 마니아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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