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출시되는 쌍용차 티볼리의 가세로 국내 초소형 SUV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최근 세계적으로 아반떼보다 작은 크기의 B세그먼트 SUV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른데, 이는 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쉐보레 트랙스를 시작으로 르노삼성 QM3, 푸조 2008, 닛산 쥬크 등이 잇따라 출시돼 높은 인기를 모으며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현대기아차는 유독 잠잠하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65%(상용차 제외)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발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됐는데, 오히려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는 말만 할 뿐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한 발짝 물러나 지켜보는 상황이다.  

◆ 현대기아차, 트랙스·QM3·티볼리급 SUV 출시 미루는 까닭은?

▲ 현대차 신형 투싼 스파이샷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출시를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트랙스·QM3·티볼리보다 한 단계 윗급인 투싼ix와 스포티지R이 워낙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포티지R은 올해 1~11월까지 4만4229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11.8%나 늘었을 정도다. 투싼ix의 경우 3만8768대로 1.9% 줄었지만, 출시 5년이 지난 노후 모델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판매량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투싼ix와 스포티지R의 후속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어서 B세그먼트 SUV 출시 일정은 내후년 이후로 밀려날 전망이다. 신형 투싼은 상반기, 신형 스포티지는 하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차 신형 투싼 실내 스파이샷

시장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아무리 세계적으로 B세그먼트 SUV의 인기가 높더라도, 아직 국내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또, 출시하더라도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낼지, 기존 SUV 시장의 점유율을 뺏을지 불확실해 조금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가격에 대한 고민도 크다. 트랙스(1953~2302만원)와 QM3(2280~2495만원), 티볼리(1630~2370만원)의 고급 모델들의 가격은 투싼ix(1955~2600만원)나 스포티지R(2068~2785만원)과 상당 부분 겹친다.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초소형 SUV를 출시하더라도 투싼ix·스포티지R과 가격이 비슷해 자칫 카니발리제이션(서로 잡아먹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 현대차 신형 투싼 스파이샷

국내 시장에 맞는 적절한 상품 구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대기아차가 해외에서 공개한 ix25와 KX3의 경우 중국을 겨냥해 만든 모델이다 보니, 당장 국내에 출시하기에는 성능·사양·옵션 등에 무리가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아직 국내에 판매하지 않는 새로운 모델인 만큼,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느라 출시가 늦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 다운사이징 엔진과 DCT(듀얼클러치)를 적극 사용한다는 계획"이라며 "B세그먼트 SUV가 내후년 이후 출시된다면 주행 성능과 연비, 사양 등 상품성이 매우 뛰어난 모델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중국 판매를 시작했다고 해서 바로 국내에 출시하기는 어렵다"면서 "중국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판매 지역을 늘려갈 계획이며, 국내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현대차 ix25, i20 CUV는 어떤 차?

현대차는 10월, 아슬란 출시회에서 국내 시장에 B세그먼트 SUV를 출시할 예정이라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판매에 들어간 현대차 ix25나 최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i20 CUV의 디자인 및 사양을 변경한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ix25의 차체 크기는 길이 4270mm, 너비 1780mm, 높이 1630mm, 휠베이스 2590mm다. 경쟁 모델인 QM3에 비해 길이는 148mm 길지만, 휠베이스는 15mm 짧다. 트랙스와 비교해 길이와 휠베이스가 각각 25mm, 35mm 길다. 

▲ 현대차 ix25

파워트레인은 1.6리터 감마 및 2.0리터 누우 엔진이 탑재됐으며, 강성 및 안전성 확보를 차체의 33%를 고장력 강판으로 제작했다. 또 사이드 커튼 에어백, 차체 자세 제어장치(ESP), 경사로 밀림 방지(HAC), 급제동 경보 시스템(ESS), 후방감지센서 등의 안전사양이 적용됐다.

i20 CUV의 경우 최근 개발한 카파 1.0 터보 GDI 엔진이 탑재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10월 열린 '2014 현대·기아 국제 파워트레인 컨퍼런스'에서 1.0 터보 GDI 엔진으로 1.2~1.6리터급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할 예정이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1.0리터급 3기통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17.5㎏·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아반떼에 탑재된 1.6 엔진(140마력, 17.0kg·m)과 비교해 동력 성능은 다소 낮지만, 연료 효율이 우수해 I20 CUV 같은 소형차에 사용하기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 기아차 KX3는 어떤 차? 

기아차 11월 중국에서 열린 '2014 광저우모터쇼'에서 공개한 KX3 콘셉트는 현대차가 중국에 출시한 ix25같은 초소형 SUV로, 양산차 수준의 완성도를 갖췄다.

▲ 기아차 KX3 콘셉트

차체 크기는 길이 4270mm, 너비 1780mm, 높이 1630mm며 휠베이스는 2590mm다. 전체적으로 직선 위주 디자인이 적용됐지만, 차체 곳곳에 볼륨감을 강조했다. 최근의 기아차와 달리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분리한 전면부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파워트레인은 1.6리터와 2.0리터 엔진, 1.6리터 터보 엔진 등 3가지 가솔린 엔진 라인업을 갖췄으며,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6단 변속기가 적용됐다. 안전·편의 사양은 6 에어백 시스템, HID 헤드라이트, LED 주간주행등, 파노라마 썬루프, 히티드 스티어링 휠, 차체 자세 제어장치, 전동식 시트 등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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