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최강 SUV' 투아렉 타고 오프로드 달려보니
  • 전승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4.08.27 13:57
[시승기] 폭스바겐 '최강 SUV' 투아렉 타고 오프로드 달려보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이, 누가 비싼 수입 SUV를 타고 오프로드를 들어가겠어" 

독일 볼프스부르크 폭스바겐 본사에서 오프로드 시승을 앞두고 기다리는데, 기자들이 아는체를 한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SUV를 샀대도 오프로드를 달리는 이가 몇이나 될까. 굳이 험준한 산을 오르내릴 필요도 없으려니와 괜히 비싼 차에 상처라도 나면 속만 쓰리지 않을까. 

▲ 그나마 만만했던 경사 코스

그렇지만 이후 1시간 가량 오프로드를 달리고 나니 생각이 좀 바뀌었다. 수많은 싱크홀로 땅이 꺼지는, 급기야 지구 멸망의 순간이 오더라도 이 차를 탄다면 무사히 빠져 나갈 수 있을것만 같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아스팔트가 곱게 깔린 도로를 앞차 꽁무니만 보고 달릴게 아니라 자연을 찾아 나만의 길을 떠나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굳이 험로를 달리지 않아도, SUV의 오프로드 주행 능력은 무거운 덩치를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만든다는 증명 같은 것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에도 뒤집히지 않고, 뒤틀리지 않는 튼튼한 차체를 갖는게 오프로더의 기본 덕목이기 때문이다. 

▲ 차가 오르막을 오르면 발판이 기울어져 내리막이 된다. 차에 앉아서 시소를 타는건 독특한 경험이다.

◆ 아우토슈타트의 과격한 오프로드 코스…폭스바겐의 자신감

굳이 이렇게 호화로운 오프로드 코스가 필요할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우토슈타트의 ‘올 터레인 트랙’ 투아렉 코스는 하늘을 보며 달려야 하는 급경사부터 대형 시소와 물웅덩이, 기울어진 경사로 등 마치 영화촬영장을 방불케 하는 총 12가지의 험난한 장애물 코스로 구성됐다. 

▲ 이정도 쯤이야 했던 물웅덩이 도하 코스

이런 코스만 무리 없이 주파할 수 있다면, 세상 어떤 지형도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폭스바겐은 조금 과해 보이는 체험 코스를 통해 투아렉에 탑재된 여러 오프로드 능력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차를 운전한 인스트럭터 또한 이 정도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었다.  

▲ 아우토슈타트 오프로드 코스 인스트럭터. 무표정한 얼굴로 우릴 낭떠러지로 몰아붙였다.

우선 인스트럭터와 함께 코스를 파악하기로 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저 정도 쯤이야' 싶었는데, 막상 직접 차에 타니 공포감이 더 커졌다. 오르막 코스를 진입하자마자 차는 뒤집어질 듯 기울어졌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파란 하늘뿐이었다. 좌우로 기울어진 울퉁불퉁한 경사로에서는 숨 쉴 틈도 없이 엉덩이가 들썩거렸고, 옆에 있는 낭떠러지로 떨어질 듯 아슬아슬했다. 차안은 '충격과 공포'로 인한 비명으로 가득찼지만, 인스트럭터는 더욱 거칠게 차를 몰았다.  

◆ 어? 불안하지 않네

인스트럭터에게 화를 낼뻔 했던 것도 잠시. 투아렉을 직접 운전하니 불안했던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졌다. 오히려 묘한 도전의식도 생겨났다. 물웅덩이와 일반 경사로, 계단, 대형 시소 등 국내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수월한 코스는 나름 능숙하게 돌파할 수 있었다. 

▲ 울퉁불퉁 아찔한 둔덕 코스

하지만 어지간히 운전해선 돌파가 쉽지 않은 고난이 코스도 있었다. 둔덕 코스에선 한쪽 바퀴가 공중으로 붕 뜨며 차체가 기울어졌다. 조금 더 가속하니 반대 바퀴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뒤뚱뒤뚱 넘어질 듯 불안했지만 가속페달을 조금씩 밟으니 그리 어렵지 않게 전진할 수 있었다.

바퀴가 공중에 떠도 살며시 가속페달을 밟아 돌파할 수 있는건 파트타임 4륜락(4WD Lock)을 걸 수 있는 차의 특권이다. 요즘은 랜드로버나 지프도 파트타임 4륜락 기능을 제외하는 경우가 있다. 상시 4륜 SUV도 가속페달을 꾹 밟아 미끄러뜨리면 4륜이 개입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오프로드는 돌파할 수 있게 되지만, 가속페달을 아끼고 아껴 밟으며 돌파해야하는 '진짜 산'에서라면 실격이다. 페달을 꾹 밟으면 약한 돌무더기가 무너져 내릴 수 있어서다. 투아렉은 상시 4륜 구동을 갖추고도, 후륜과 센터의 디퍼런셜을 각기 잠글 수 있는 본격 오프로더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곳의 둔덕은 높아도 너무 높다. 어지간한 SUV는 들어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듯한 높이다. 차 바닥이 땅에 닿을까 걱정도 됐지만, 에어서스펜션으로 차체를 높이니 가뿐했다. 이 차의 등판각은 무려 45도, 진입각은 35도, 램프각은 27도에 달했기 때문이다.  

▲ 용감해서 무식했던 울퉁불퉁 경사로 쿠스

우측으로 크게 기울어진 경사로를 타려니 차가 넘어질것만 같아 공포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여러번 하다보니 나중엔 쉽게 극복할 뿐 아니라 더 거칠게 다루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나중엔 경사로 꼭대기까지 몰고 올라가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앗차, 돌을 밟으며 순식간에 미끄러졌다. 정말 바닥으로 떨어지는 줄 알았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급하게 가속페달을 밟자 이번에는 차가 치솟아 경사로 꼭대기에 한쪽 바퀴가 걸려버렸다.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 그럼에도 인스트럭터는 '쿨'한 표정으로 우리를 봤다. 어쩌면 좀 한심하게 보는 것도 같았다.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 오프로드 연습도 틈틈이 해놓아야겠다. 

▲ 이 정도 기울기면 몇 도쯤 될까

다음은 아득히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급경사 구간. 밖에서 봤을 때는 40도가 채 안 돼 보였는데, 코스에 진입하니 마치 90도 절벽을 올라가는 듯 고개가 뒤로 제쳐졌다. 파란 하늘 이외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태. 게다가 매끈한 도로가 아니라 여기저기 돌이 울퉁불퉁 튀어나와 있고, 땅이 움품 파인 곳이어서 기우뚱거리며 올라가야 했다. 이 코스에서는 어라운드뷰 모니터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단순히 차를 둘러싼 화면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후좌우 중 필요한 부분을 확대해 볼 수도 있어 편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 에어서스펜션을 적용한 폭스바겐 투아렉의 오프로드 주행 능력

◆ 투아렉의 사륜구동 '4X모션'…투아렉을 더 특별하게

아우토슈타트 오프로드 코스를 달리는 투아렉은 국내 판매 모델과 조금 다르다. 3.0 TDI 엔진과 사륜구동 시스템은 같지만, 에어서스펜션 시스템이 옵션으로 장착돼 오프로드 코스를 더욱 수월하게 주행할 수 있었다. 

▲ 폭스바겐 사륜구동 시스템인 4모션과 4X모션의 차이

투아렉에 적용된 사륜구동 시스템은 4X모션 방식으로, 폭스바겐의 다른 모델들이 사용하는 4모션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오프로드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차별을 둔 것이다. 4X모션은 평소에는 평소 앞·뒤 바퀴의 구동력을 50:50으로 배분하다가 상황에 따라 앞바퀴나 뒷바퀴에 100%의 구동력을 보낼 수 있는 방식이다. 페이톤을 제외한 폭스바겐의 4모션은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해 평소는 앞바퀴에 90%의 구동력을 보내다 접지력을 잃으면 뒷바퀴 구동력을 늘리는 방식이다. 페이톤의 경우 투아렉과 마찬가지로 평소 50:50이지만, 노면 상태에 따라 앞뒤에 30:70, 70:30까지 구동력에 변화를 준다. 

투아렉의 경우 네바퀴 중 단 하나의 바퀴에만 100%의 구동력을 집중할 수도 있다. 일렉트로닉 디퍼런셜 락(EDR)을 통해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독립적으로 조절하고, 센터 및 후륜 디퍼런셜을 개별적으로 잠글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접지력이 불규칙한 곳에서도 거침없이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는 이유다. 또, 감속 기어와 오프로드에 유용한 '로우 레인지(Low Range)' 기어도 적용됐다.

▲ 그나마 만만했던 경사 코스

사실 투아렉은 3.0 TDI 모델이든 4.2 TDI 모델이든 온로드 성능이 매우 탁월한 모델로 알려져 있다. 커다란 덩치와 무거운 무게에도 불구하고 세단을 능가하는 날렵한 주행 능력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너무 뛰어난 온로드 성능 덕분에 오프로드 능력은 과소평가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독일 현지에선 투아렉의 뛰어난 오프로드 능력을 경험할 수 있었고, 이 능력을 바탕으로 온로드에서도 그 특출난 주행 성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자갈밭 쯤이야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