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년전만 해도 자동주차 시스템은 먼 미래의 얘기와도 같았고, 엄청난 첨단 기술로 여겨졌다. 차가 스스로 스티어링휠을 돌려 좁은 공간도 어렵지 않게 주차가 가능하다니... 주차에 서툰 소비자들에게 한줄기 빛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주차도 못하면서 차를 끄는게 말이 되냐는 반론도 이어졌다.

여전히 의견은 분분하지만 자동주차 시스템은 자율주행 자동차 제작을 위한 첫걸음처럼 인식돼 거의 모든 브랜드가 이를 도입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후방 주차 센서마저 일반화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후방 카메라도 꽤 시간이 지난 후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도요타는 현재의 자동주차 시스템과 거의 동일한 기술을 2003년 프리우스를 통해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도요타는 세계 최초라는 대대적인 홍보를 감행했고 큰 주목을 받았다. 

이에 앞선 1990년대 초반 폭스바겐은 자동주차 시스템을 장착한 프로토타입을 연구센터에서 개발했다 하고, 프랑스 자동차 업체 리지에(Ligier)도 이에 성공했다지만 공개적인 발표는 없었다.

도요타는 렉서스 LS에도 자동주차 시스템을 탑재하며 적용 범위를 넓혔다. 이에 자극 받은 많은 제조사들도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요타처럼 완벽한 자동주차 시스템을 선보이는덴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유럽 브랜드는 자동주차가 불필요한 시스템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유럽의 실력파 운전자들에겐 주차를 못한다는게 우스꽝스럽게 보였기 때문이다. 또 주차공간이 넉넉한 미국 상황도 비슷했다. 현대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와 관련된 연구를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개발은 만도가 주도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2006년 BMW는 ‘리모트 파크어시스트’란 주차보조 시스템을 내놨다. 완벽한 자동주차 시스템은 아니지만, 꽤 독특한 발상이었다. 문을 열기 공간이 부족한 주차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시스템이다. 주차공간에 차를 가져간 후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리모콘을 조정하면 차는 주차공간으로 스스로 들어간다. 오로지 직진만 가능하고 차는 센서가 아닌 카메라로 위치를 파악했다. 또 주차장에는 카메라의 지형 인식을 위해 꼭 반사경이 탑재 돼야 했다. 여러 제약이 많았기 때문에 이 시스템은 아주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잊혀졌다. 

이에 반해 폭스바겐은 자동주차 시스템을 대중화 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티구안과 파사트, 골프 등 거의 전차종에 자동주차 시스템을 탑재했다. 국내 최초로 소개된 자동주차 시스템도 2008년 출시된 티구안을 통해서다. 당시 국내에는 주차를 보조하는 음성 안내 시스템 정도가 최신 기술이었다. 티구안은 이 자동주차 시스템을 통해 단번에 이름을 알렸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불과 몇달 후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가 적용된 B클래스를 국내에 선보였다. 티구안이나 B클래스 등은 일렬 자동 주차만 가능했다.

제네바모터쇼에서 스포티지의 자동주차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2010 스위스 제네바=김한용기자

국산차 최초로 자동주차 기능이 탑재된 모델은 기아차 스포티지R이다. 하지만 당시 국내서 판매되는 모델에는 이 기능이 빠졌다. 스포티지R이 최초로 공개된 ‘2010 제네바 모터쇼’에서 기아차 유럽법인장 폴필포트는 세계 최초로 일렬 및 직각 주차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현대차 투싼ix에도 도입을 검토한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소개된 것은 2010년 7월 출시된 아반떼 MD를 통해서다.

자동주차 시스템은 IT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카메라나 센서를 통해서 작동하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이젠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스마트폰으로 차를 조종하거나 차가 스스로 모든 주차 과정을 해결하기도 한다.

볼보가 최근 소개한 자동주차 시스템(Autonomous Parking)은 운전자 없이도 스스로 빈 공간을 찾아 주차하고, 호출하면 운전자가 내렸던 장소로 찾아온다. 도로와 주차장에 마련된 인프라를 통해 통신을 주고 받아 가능한 일이다. 또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본적인 기술도 깔려있다. 

BMW는 i3를 통해 완벽에 가까운 자동주차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이미 i3에 적용돼 많은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주차 공간을 확인하고 시스템을 작동시키면, 운전자의 아무런 조작없이도 스스로 주차한다. 심지어 운전자가 차 창문을 열고 뛰어 내려도 주차는 계속된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포드, 재규어랜드로버 등의 대다수의 브랜드는 기본적인 자동주차 시스템에서 벗어나 IT 기술을 이용한 쌍방향 통신이나, 무선조종, 자율주행 등을 기반한 시스템을 제작하고 있다. 결국 주차장에서 사용되던 자동주차 시스템이 점차 도로로 범위가 확대되고,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드는 첫걸음으로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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