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말까지 전기 승용차 보조금을 최대 100만원 더 지급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수입차 업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혜택을 받는 수입차가 단 한대도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골적인 현대기아차 몰아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 생산라인
현대차 아이오닉5 생산라인

환경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전기승용차 구매 국비보조금 확대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자동차 제작사가 차량을 할인하면 국비보조금을 차등적으로 확대한다. 예를 들어 당초 680만원을 보조받는 차종을 300만원 할인하는 경우 60만원을 추가 지급받아 74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최대 보조금은 현재 680만원에서 최대 780만원까지 늘어난다.

이와 관련해 수입차 업계는 정부가 노골적으로 국산차 제조사를 밀어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미국의 IRA와 뭐가 다르냐"라며 "이건 명백한 한국판 IRA"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번 정책으로 혜택을 보는 수입차는 단 한 대도 없다. 환경부 발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보조금'을 최대 100만원 늘리는 것이 아니라 보조금 이외에 지급되는 '인센티브'를 현재 최대 18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애초에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는 차라면 이번 혜택 대상이 아니다.

현대차그룹 E-피트
현대차그룹 E-피트

환경부는 현재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를 달성한 기업(140만원), 최근 3년 내 100기 이상의 급속충전기를 설치한 기업(20만원), V2L 기능을 탑재한 차량(20만원)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대상 기업은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한국GM,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 토요타코리아, 혼다코리아 등 10곳이다.

문제는 수입차다. 추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차량 가격이 5700만원 미만이어야 하는데, 벤츠와 BMW, 렉서스는 5700만원 미만 차량이 없고 토요타와 혼다는 국내 판매중인 전기차가 없다. 명단에 들 수 있는 자동차는 폭스바겐 ID.4와 미니 일렉트릭 뿐이다.

그러나 추가 인센티브는 제작사의 차량 할인 금액에 비례해 책정된다. 즉, 미니 일렉트릭이나 ID.4의 가격이 인하되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두 차량 모두 최근 연식변경을 진행하며 오히려 가격을 올렸다. 가격을 내릴 이유도, 여력도 없는 셈이다.

현대차 양희원 부사장(오른쪽)이 2022 자동차안전도평가 우수상을 수상하고 있다. 수상 차종은 아이오닉6.
현대차 양희원 부사장(오른쪽)이 2022 자동차안전도평가 우수상을 수상하고 있다. 수상 차종은 아이오닉6.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국산 전기차 판매를 장려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지난해 미국의 IRA 발표 이후 "한미FTA 및 세계무역기구(WTO) 국제 통상 규범에 어긋나며 한국을 포함한 외국 친환경차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서를 미국 측에 전달한 바 있다. 그때와 정반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 IRA가 타국 친환경차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 우리 정부의 이번 정책도 타국 친환경차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라며 "차라리 국산 전기차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솔직하게 밝혔으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환경부는 4일 "전기차 가격 인하 유도를 목표로 제작사 가격할인 노력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확대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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