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운전석에서 보고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전투기에서 온 기술이라는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뿐만 아니다. 기본적인 차체 설계 기술을 비롯해 내비게이션과 터보엔진, 안전벨트도 모두 비행기에서 시작됐다. 모터그래프에서 자동차에 사용된 항공 기술을 간략히 살펴봤다.

#GPS를 쓸 수 있는 이유는 대한항공 때문?

테슬라 모델3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주행관련 정보 / 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3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주행관련 정보 / 사진=테슬라

우리가 내비게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의 정확한 명칭은 '위성 항법 시스템'이다. 지구 궤도의 위성을 이용해 현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로, 이제는 내비게이션을 넘어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GPS는 사실 미국 정부가 군사 목적으로 개발한 기술이었다.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 그리고 발사체의 궤도 추적을 위한 목적이었다. 

이 기술이 민간에 개방된 건 1983년 이후다. 소련군이 대한항공 007편을 격추한 이후 항공 안전 문제가 대두됐고, 현재까지 항공기를 넘어 이동 수단의 중요한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전투기에서 왔다고?

현대차그룹 헤드업 디스플레이=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 헤드업 디스플레이=현대자동차

이제는 국산 차에서도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전투기에서 왔다. 비행 중 수많은 정보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최초의 HUD를 적용한 항공기는 미국 보우트(Vought)가제작한 경공격기 A-7이며, 1970년대 이후 생산된 전투기들부터 대거 탑재되기 시작했다. 

자동차에도 불과 10여 년 만에 관련 기술이 적용됐다. HUD가 최초로 제공된 자동차는 제너럴모터스(GM) 산하 올즈모빌 커틀러스였으며, 1998년 쉐보레 콜벳에 최초의 풀컬러 HUD를 탑재하기에 이른다. 

#볼보의 3점식 안전벨트와 비행기의 상관관계

볼보 안전벨트=볼보
볼보 안전벨트=볼보

안전벨트도 자동차에 앞서 항공기에 적용되던 안전 장비였다. 1910년대의 비행기는 캐노피가 없는 구조였고, 조종사가 항공기에서 이탈하는 걸 막기 위해 설계된 구조였다. 

항공기에 안전벨트를 처음 장착한 사람은 미국 최초의 비행 장교 벤자민 파울루아로 알려졌으며, 이후 독일의 칼 고타가 항공기용 2점식 안전벨트를 고안했다. 

지금의 3점식 안전벨트가 자동차에 적용된 건 1959년 볼보를 통해서다. 당시 3점식 안전벨트를 고안한 닐스 볼린은 사브의 항공기 엔지니어로 근무한 바 있는 인물로, 이 또한 전투기의 비상 탈출용 좌석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터보차저, 독일군 전투기가 처음이었다

아우디 RS6·RS7 퍼포먼스에 탑재되는 4.0 V8 가솔린 터보 엔진
아우디 RS6·RS7 퍼포먼스에 탑재되는 4.0 V8 가솔린 터보 엔진

과급기의 일종인 터보차저도 항공기의 터보제트 엔진에서 유래됐다. 이는 실린더에서 연소한 고온의 배기가스가 터빈을 재순환시키는 기술로, 1921년 프랑스에서 관련 개념이 도입됐다. 첫 비행에 성공한 건 1939년 독일에서 개발된 HE178을 통해서다.

이후 2차 세계대전 들어 독일군의 주력 전투기 메서슈미트가 터보제트 엔진을 적용했고, 최초의 제트 추진 여객기 코멧은 물론,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에도 탑재됐다. 

자동차에 터보가 접목된 건 1962년 GM 산하 올즈모빌을 통해서다. 이후 BMW 2002(1973)에 터보가 적용됐고, 현대적 의미의 터보차저는 1974년 사브 99와 포르쉐 911을 통해 선보여졌다. 

#모노코크 섀시, 로켓에도 쓴다

볼보 SPA 플랫폼을 통해 개발된 V90의 골격
볼보 SPA 플랫폼을 통해 개발된 V90의 골격

자동차의 골격 구조로 흔히 적용되고 있는 모노코크 섀시도 항공기의 동체 설계 및 로켓 제작 공정을 응용한 아이디어다. 

항공기 제조 과정에서 모노코크 구조가 적용되는 이유는 응력 때문이다. 비행 중 발생하는 응력을 항공기 동체로 분산시켜 금속 피로도를 최소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무언가를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인건 똑같다. 모노코크 구조는 프레임바디 보다 충돌 안전성에서 유리하다. 가해지는 충격이 차체 곳곳으로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량화돠 실내 공간 확보에 유리한건 덤이다. 

자동차에 모노코크 개념이 처음 적용된 건 1922년 란치아 람다가 최초였다. 이후 1934년 시트로엥 트락숑 아방을 통해 대중화됐는데, 참고로 트락숑 아방은 최초의 전륜구동 승용차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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