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연비' 집단소송, 승소 가능성 낮아…고의·과실 입증 어려워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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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03 12:37
'뻥연비' 집단소송, 승소 가능성 낮아…고의·과실 입증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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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와 산업부가 6개 차종에 대해 연비 부적격 판정을 내리자 소비자들이 제조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섰다. 그러나 제조사의 고의·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승소 가능성이 낮은 전해졌다.

국토부는 지난달 26일, 연비 사후관리 결과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가 허용치(5%) 이상 차이가 발생해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산업부도 사후관리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는 문제 없지만, 아우디 A4와 폭스바겐 티구안, 미니 컨트리맨, 지프 그랜드 체로키 등 수입차 4종이 허용치를 넘어 과태료 대상이라고 밝혔다.

▲ 연비 과장광고 집단소송 대상 모델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토부와 산업부가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지만, 어쨌든 국내에서 연비 부적격 판정을 받고 과징금을 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연비 과장 관련 소송도 탄력을 받았다. 

국토부의 사후관리 결과가 발표되자 법무법인 예율은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연비과장광고 집단소송' 카페를 통해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 소송 참가자를 모집했다. 이후 산업부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아우디 A4와 폭스바겐 티구안, 미니 컨트리맨, 지프 그랜드 체로키 등 수입차 4종도 소송 대상에 포함시켰다. 

소송 비용이나 패소 비용도 모두 예율 측이 내기로 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의미다. 예율 소속 김웅 변호사는 "공익적인 차원에서 더 많은 소비자들이 소송에 참가할 수 있도록 착수금을 전혀 받지 않고, 성공 보수만 20%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상 청구 금액은 차종 별로 65~300만원이다.

▲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연비과장광고 집단소송' 카페

그러나 승소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재판은 결과가 나와봐야 아는 문제지만,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만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승소하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진행된 연비 소송에서 소비자들이 승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 역시 제조사에서 과징금을 무는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우선 승소를 하기 위해서는 제조사가 연비를 속였다는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돼야 한다.

이번 소송은 민법 제 750조(불법행위의 내용)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를 근거로 한다. 그런데 제조사가 일부러 연비를 과장했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현대차와 쌍용차의 경우 국토부에서는 부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관리·감독을 받았던 산업부에서는 문제 없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고의·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 연비 측정 과정

민법 제 390조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에 근거한 소비자들 피해 주장도 소송 쟁점이다. 여기서 채무란 제조사에서 내논 표시연비다. 소비자들은 이 연비를 믿고 차량을 구입했는데, 연비가 과장돼 채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도 워낙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어 인과관계를 밝히기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법부법인 행복마루의 성원영 변호사는 "최근 미국에서 연비 과장으로 인한 소비자 보상이 이뤄졌지만,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제조사 고의·과실을 입증하기도 어려울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피해가 제각각이어서 일괄 보상금을 주도록 판결 내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연비 관련 소송은 모두 제조사 승소로 돌아가 소비자 승소 판례도 없다"면서 "재판부에서도 갑자기 이런 급진적인 판결을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현대차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비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현대차가 도로 상태 등에 따라 실주행 연비와 차이가 날 가능성을 고지했다"면서 "회사 측이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선택을 방해해 공정거래를 저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비자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 집단소송 참여 양식

게다가 만약 승소하더라도 청구한 보상금을 모두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율에 따르면 전부 승소 시 소비자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개인당 싼타페 150만원을 비롯해 코란도스포츠 250만원, A4 65만원, 티구안 90만원, 컨트리맨 100만원, 그랜드 체로키 300만원 수준이다. 싼타페의 경우 판매량을 감안하면 전체 보상금은 수천억원에 달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부처의 혼란으로 발생한 문제에 제조사가 수천억원의 보상금을 내야 할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국토부와 산업부에서 부과한 과징금을 내는 수준에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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