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최대 딜러사 한성자동차에서 파업이 일어났다. 본사에는 수천억의 배당을 하면서 직원 대우에는 형편없다는 이유다. 수입차 서비스센터에서 파업이 발생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성자동차 노조는 26일, 성수 서비스센터에서 출정식을 열고 오후 정비 업무를 멈추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한성자동차 성수, 성산, 인천 서비스센터가 조업을 중단됐다. 특히, 전시장 딜러 및 비영업직 종사자들이 동참하는 등 파업 및 업무 거부에 참여한 인원이 3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노조, "본사 배당 4000억, 직원 2000명에겐 100억?"

한성자동차 노조 측은 "한성자동차가 모기업인 말레이시아 화교 자본 레이싱홍에 3년간 배당한 금액은 무려 4000억원에 달한다"면서 "반면, 2000여 명에 달하는 근로자 임금 인상안에 반영된 총액은 100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착취에 가까운 임금 제도와 열악한 근무 환경을 더는 참을 수 없었다"며 파업 이유를 밝혔다.

26일 성수 서비스센터에서 진행된 한성자동차 노조 파업 출정식 (한성자동차 노조 제공)
26일 성수 서비스센터에서 진행된 한성자동차 노조 파업 출정식 (한성자동차 노조 제공)

이들은 급여 및 인센티브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단 식대 10만원 신설, 설·추석 여름휴가 상여금 지급, 근속 수당 신설 등을 공통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영업직에서는 판매 인센티브 인상, 서비스직을 포함한 비영업 직군에서는 기본급 20만원 및 자격 수당 10만원 신설·증액 등을 원했다.

근로자들은 올해 초부터 사측과 대화를 이어왔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파업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1월 첫 임금협상을 시작한 이후 13차례의 단체교섭이 진행됐고, 4차례의 실무교섭 및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회의도 거쳤다. 이달 중앙노동위원회 협상이 최종 결렬됨에 따라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확보됐고, 이에 따라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26일 성수 서비스센터에서 진행된 한성자동차 노조 파업 출정식 (한성자동차 노조 제공)
26일 성수 서비스센터에서 진행된 한성자동차 노조 파업 출정식 (한성자동차 노조 제공)

노조에 속하지 않은 직원들도 회사 내부 제도에 상당한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근로자는 "1년차와 2년차 직원의 기본급 차이가 5만원이 채 되지 않다"면서 "6년 차와의 차이도 겨우 2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10년차 이후 연봉이 급격하게 오른다고는 하지만, 이런 체계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내부적인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여부를 묻는 임의 투표에서 97%가량의 찬성표가 나왔다. 통상 자동차 업계의 파업 찬성률이 60~70% 수준임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 사측, "경영 환경 어렵다"…강경대응 시사

한성자동차 측은 협의를 계속 이어가는 한편, 노조의 활동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위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가능성도 남겨뒀다.

26일 오후 업무를 중단한 한성자동차 성산 서비스센터
26일 오후 업무를 중단한 한성자동차 성산 서비스센터

한성자동차는 파업 발생 하루 전인 25일 내부망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발송한 메시지에서 "최근 불안한 글로벌 경제 상황은 회사의 경영 환경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이 이러한 내·외부 환경과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대화보다는 파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매우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교섭에 성실하게 임했다는 입장이지만, 이 과정에서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말도 나왔다. 마지막까지 상호 조정 가능한 제안을 하고자 했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파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협상이 결렬의 책임이 노조에 있다는 주장이다.

물리적 충돌과 불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여지도 남겼다. 쟁의 활동 과정에서 노조의 위법한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회사가 적절한 조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성자동차는 24개 전시장과 27개의 서비스센터, 9개의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구축한 전국 최대 규모의 공식 딜러이기 때문이다. 성산, 인천 서비스센터에서 추가 부분 파업이 예정된 만큼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별개의 회사인 딜러사(한성자동차)의 노조 활동에 대해 언급하는건 적절치 않아보인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성자동차 성동 서비스센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한성자동차 성동 서비스센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수입차 딜러사 직원들의 노조 결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포르쉐 공식 딜러사인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 영업사원들이 노조 결성을 주도한 이후, 도이치모터스 산하 도이치아우토, KCC 산하 아우토슈타트 등 모든 포르쉐 딜러사가 노조를 갖고 있다. 참존(벤틀리), SQDA(람보르기니), 비젼오토모빌(스텔란티스) 등이 금속노조 수입자동차지회에 소속되어 있고, 벤츠에서는 한성에 앞서 더클래스 효성도 노조를 결성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모터그래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