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3시리즈의 부분변경 모델을 시승했다. 보통 새로운 차가 나오면 최상위 모델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인데, 이번 3시리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330e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갔다. M스포츠 패키지를 적용하고 오직 뒷바퀴만을 굴리는 조합이 매력적이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특색을 모두 갖춘 330e를 타고 약 1000km를 달렸다.

# 때로는 전기차처럼

먼저 전기로만 주행할 수 있는 '일렉트릭 모드'를 체험했다. 출발 전 배터리는 100%, 주행가능 거리는 60km를 나타냈다. 환경부 인증거리는 40km인데, 실제로는 이보다 50%나 높은 숫자를 보여줬다. 보수적으로 책정된 인증거리보다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겠다.

시동을 켜도 잠잠하다. 엔진이 쥐 죽은 듯 잠들어 있다. 배터리 잔량이 넉넉하기에 별다른 예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조용하면서도 민첩하게 나아간다. 330e의 전기모터는 109마력(83kW)으로 그다지 인상적인 힘은 아니다. 그럼에도 전기모터 특유의 빠른 반응과 강력한 초반토크 덕분에 답답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시내부터 고속도로, 오르막과 내리막을 고루 달렸다. 딱히 연비에 운전을 하지 않았는데도 계기판에 나온 주행가능 거리가 꽤나 정확하게 떨어졌다. 트립 컴퓨터 상으로 정확히 60km를 달린 뒤에 엔진이 개입했다. 배터리 용량은 12kWh니까 평균 전비는 5kWh인 셈이다. 전기차와 달리 주행거리에 대한 압박에서도 자유롭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면 언제든 엔진에게 배턴을 넘기면 된다.

# 배터리 다 떨어져도 '걱정 없어'

배터리를 다 쓴 330e는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바뀐다. 184마력을 내는 2.0리터 직렬 4기통 엔진이 전기모터에 힘을 더한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전기 모드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정숙하다. 급가속을 제외하면 주행 질감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엔진음도 아주 작게 들려 조용한 실내가 그대로 유지된다. 

전기로 마련한 공짜(?) 주행을 포함해 약 100km를 달렸을 때 연비는 29.8km/L였다. 약간의 반칙이 있지만, 보기 드문 숫자에 마음이 뿌듯해진다. 이후로도 계속 달려보니 200km에서는 20.1km/L, 300km에서는 18.9km/L가 나왔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배터리가 바닥난 상태에서 출발하면 어떨까? 0%에서 트립 컴퓨터를 재설정한 결과, 약 60여km를 달렸을 때 리터당 17.4km를 기록했다.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기본 연비가 꽤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완소기능 '배터리 홀드'

대부분의 PHEV와 마찬가지로, 330e 역시 배터리를 우선 소모하게끔 설계됐다. 만약 배터리를 아끼고 싶다면, 또는 내가 원할 때 배터리를 쓰고 싶다면 '배터리 홀드'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기어 레버 옆 배터리 모양 버튼을 누르면 현재 배터리 잔량을 유지하도록 설정된다. 막히는 시내에서는 전기로 주행하다가, 뻥 뚫린 도로를 만나면 엔진을 쓰는 등 상황에 맞게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배터리 홀드 중에라도 온전히 엔진만 쓰는 건 아니다. 내리막이나 브레이크 등 회생제동을 통해 여분 에너지가 축적되면 이를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배터리 상태를 유지하는 하이브리드인 셈이다. 

다만, 엔진을 강제로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는 '차지 모드'는 따로 없다. 잔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뿐 끝까지 충전하진 않는다.

# 달릴 때는 화끈하게

전기모터의 도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드라이브 모드를 '엑스트라 부스트'로 설정하자 엔진과 전기모터가 동시에 힘을 내기 시작했다. 얌전히 달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시원하게 달려나가는 292마력 스포츠세단으로 변신한다. 속도를 높일수록 BMW 특유의 드라이빙 퍼포먼스가 깨어났다. 

운전자의 의도를 그대로 구현하는 듯 차체 거동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부드럽다. 스티어링 휠은 여전히 영민하게 반응하고, 고속에서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안정감을 선사한다. 뒷바퀴만 굴리는 후륜구동 모델인 만큼, 강력한 페달 반응에는 리어가 흐르는 짜릿한 주행도 가능하다.

# 패밀리카로는 글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하며 연비와 성능을 얻었지만 그만큼 잃은 것도 있다. 먼저 승차감인데, 스포츠 주행에서는 만족스러웠지만 일상 주행은 부담스러울 만큼 단단하다. 자잘한 노면은 잘 걸러주는 반면, 방지턱이나 요철 등을 지날 때는 불편한 충격이 시트로 전해졌다. M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됐음에도 일반 서스펜션이 탑재된 점도 아쉽다. 

트렁크 공간도 비좁다(375리터). 고전압 배터리가 2열 밑으로 들어가면서 연료탱크가 트렁크 쪽으로 옮겨지며 적재공간을 잃었기 때문이다. 일반 3시리즈(480리터)보다 105리터 줄었는데, 단순히 용량뿐 아니라 위아래 폭도 좁아져 실용성은 떨어진다. 

다행인 점은 트렁크를 희생한 대신 2열 공간은 잘 살려냈다는 것이다. 174cm 성인 남성에겐 생각보다 여유로웠다.

BMW 330e는 기존 PHEV의 장·단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매일 충전이 가능한 환경이라면 연비 좋고 힘 센 3시리즈를 누릴 수 있겠다. 무거운 무게와 좁은 트렁크 등은 단점이다. 1인가구 또는 2인 가족이 도심 생활과 여가 활동을 즐기기에 어울린다. 가격은 6320~6520만원이다.

저작권자 © 모터그래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