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년이 지났네요. 2013년 5월 다임러는 대형 세단 S클래스의 6세대 신형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되자마자 이 자동차가 왜 넘버 원 대형 고급 세단인지를 다시 한번 알 수 있었습니다. 첨단 장치와 편의 장비 가득한 신형 S클래스였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시선을 잡아끈 것은 실내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실내는 더욱 고급스러워졌습니다. 무엇보다 거대한 두 개의 LCD 디스플레이가 탑승자의 눈을 사로잡았는데요. 벤츠는 S클래스를 기점으로 E클래스와 최근에 공개된 신형 G바겐 및 2세대 A클래스까지, 대형 듀얼 디스플레이를 브랜드 전체로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후 6세대 S클래스는 부분적인 변화를 가졌습니다. 작년에 공개된 S클래스 부분변경 모델은 두 개의 디스플레이 사이에 있던 몇 가지 버튼들이 사라졌고, 그 결과 두 개의 디스플레이는 더욱 더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마치 계기반과 중앙 디스플레이를 하나의 모듈처럼 구성했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디스플레이 변화에 약간의 불편함이 동반됐습니다. 디스플레이 간격을 좁혀 일체감을 높이고 싶었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개의 디스플레이 중심축이 조금씩 옮겨진 겁니다. 참고로 센터페시아에 있는 디스플레이는 차를 중앙으로 나누었을 때 대체로 정중앙에 위치합니다. 또 계기반 역시 운전석 시트 중심과 운전대 중심에 맞춰 좌우 대칭이 되도록 설계됩니다.
그런데 수입차 구조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 도움으로 실측해 본 결과 신형 S클래스 운전대는 운전석 시트 중심에서 10mm, 그리고 운전대 기준으로는 계기반 디스플레이가 우측으로 10mm 정도 중심이 이동돼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운전석 시트와 계기반의 중심이 총 20mm가량 틀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앙 디스플레이 역시 운전자 기준 좌측으로 중심 이동이 되어 있었는데요. 바로 위의 사진은 신형 S클래스 실내로, 노란 선으로 그어진 곳이 자동차의 중심, 붉은 선은 중앙 디스플레이 각 끝 지점을 나타냅니다. 노란 선과 붉은 선의 좌우 폭이 조금 다른 것을 알 수 있죠? 녹색 점선은 디스플레이의 중심을 나타냅니다.
사진만으로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지만 다행히도 실측을 했기 때문에 사진 속의 차이가 착시가 아니라는 것은 증명이 됐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좌우 대칭이 정확한 중앙 송풍구와 디스플레이 중심 또한 맞지 않았는데 이런 현상은 신형 A클래스나 G바겐 모두에게서 나타납니다.
중앙 디스플레이가 운전석 쪽으로 옮겨진 것은 화면 일부가 약간 운전대에 가려지는 정도의 불편함이겠지만 계기반 디스플레이 중심이 우측 동반석 쪽으로 이동을 했다면 운전자 몸이 미세하게나마 우측으로 틀어진 상태로 운전을 하는 게 되고, 그렇게 계기반을 바라보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인체공학적 설계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후륜 기반의 9단 변속기를 사용하는 벤츠의 경우, 브레이크 페달 위치가 전륜 모델들보다 상대적으로 좌측으로 더 이동해 있기 때문에 앉는 자세에 민감하거나 허리가 안 좋은 분들이라면 상체와 하체가 비틀려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올 초였죠? 허리 통증 논란이 있었던 E클래스는 어떨까요?
우선 붉은 선으로 표시를 한 중앙 디스플레이는 S클래스와는 달리 송풍구 및 중앙 터널 중심과 잘 맞습니다. 그렇다면 운전석 앞에 있는 계기반 디스플레이 역시 문제가 없는 걸까요? 사실 실제로 측정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떻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그래도 약간의 힌트, 참고가 될 만한 사진은 있습니다.
두 사진 모두 중국용 모델인 E클래스 롱바디 계기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설정에 따라 보이는 내용이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측 정보창과 운전대 사이의 간격(노란 선), 그리고 좌측 속도계와 운전대 사이의 간격이 서로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한두 장으로 단정 지을 문제가 아니지만 일체형 디스플레이 구조의 문제라면 E클래스 역시 S클래스처럼 중심이 안 맞을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E클래스 역시 S클래스처럼 실제로 측정을 해보고 확실하게 확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허리 통증 논란이 보도된 이후 혹시나 해서 독일에는 우리나라처럼 E클래스 허리 통증 관련한 이야기가 없나 하고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2016년 초에 올라온 글 외에는 볼 수가 없었는데요. 거기다 글 속 E클래스는 구형 모델이었기 때문에 논란이 된 E클래스(W213)와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운전자들이 동일한 문제를 호소한다면 제조사나 수입사가 왜 고객들로부터 이런 불만이 나오는지 조사해 그 결과를 밝혀주는 노력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오늘 설명 드린 것처럼 페달 위치와 디스플레이 위치의 복합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제조사가 스스로 이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자동차가 전장화되면서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계기반 및 중앙 디스플레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전기차, 자율차, 전장화라는 세 가지 흐름에 맞는 디자인이 이뤄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늘 사용자 편의, 안전하고 안락한 구조라는 기본 틀 속에서 발전해야 한다는 거, 제조사들이 잊지 않았으면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