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벤츠 E클래스, '허리 통증'의 원인은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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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21 09:14
[이완 칼럼] 벤츠 E클래스, '허리 통증'의 원인은 디스플레이?
  • 독일 프랑크프루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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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2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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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년이 지났네요. 2013년 5월 다임러는 대형 세단 S클래스의 6세대 신형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되자마자 이 자동차가 왜 넘버 원 대형 고급 세단인지를 다시 한번 알 수 있었습니다. 첨단 장치와 편의 장비 가득한 신형 S클래스였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시선을 잡아끈 것은 실내였습니다.

▲ 부분 변경 이전 S클래스 콕핏(조종석) / 사진=다임러

전체적으로 실내는 더욱 고급스러워졌습니다. 무엇보다 거대한 두 개의 LCD 디스플레이가 탑승자의 눈을 사로잡았는데요. 벤츠는 S클래스를 기점으로 E클래스와 최근에 공개된 신형 G바겐 및 2세대 A클래스까지, 대형 듀얼 디스플레이를 브랜드 전체로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후 6세대 S클래스는 부분적인 변화를 가졌습니다. 작년에 공개된 S클래스 부분변경 모델은 두 개의 디스플레이 사이에 있던 몇 가지 버튼들이 사라졌고, 그 결과 두 개의 디스플레이는 더욱 더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마치 계기반과 중앙 디스플레이를 하나의 모듈처럼 구성했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 부분 변경 후 S클래스 콕핏 / 사진=다임러

그런데 이런 디스플레이 변화에 약간의 불편함이 동반됐습니다. 디스플레이 간격을 좁혀 일체감을 높이고 싶었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개의 디스플레이 중심축이 조금씩 옮겨진 겁니다. 참고로 센터페시아에 있는 디스플레이는 차를 중앙으로 나누었을 때 대체로 정중앙에 위치합니다. 또 계기반 역시 운전석 시트 중심과 운전대 중심에 맞춰 좌우 대칭이 되도록 설계됩니다.

▲ 노란 선은 차의 중앙, 빨간색 선은 운전석과 운전대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선으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 출처=다임러
▲ 2006년형 S클래스 실내 / 사진=다임러

그런데 수입차 구조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 도움으로 실측해 본 결과 신형 S클래스 운전대는 운전석 시트 중심에서 10mm, 그리고 운전대 기준으로는 계기반 디스플레이가 우측으로 10mm 정도 중심이 이동돼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운전석 시트와 계기반의 중심이 총 20mm가량 틀어졌습니다.

▲ S클래스 신형 쿠페 계기반 / 사진=다임러

뿐만 아니라 중앙 디스플레이 역시 운전자 기준 좌측으로 중심 이동이 되어 있었는데요. 바로 위의 사진은 신형 S클래스 실내로, 노란 선으로 그어진 곳이 자동차의 중심, 붉은 선은 중앙 디스플레이 각 끝 지점을 나타냅니다. 노란 선과 붉은 선의 좌우 폭이 조금 다른 것을 알 수 있죠? 녹색 점선은 디스플레이의 중심을 나타냅니다.

사진만으로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지만 다행히도 실측을 했기 때문에 사진 속의 차이가 착시가 아니라는 것은 증명이 됐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좌우 대칭이 정확한 중앙 송풍구와 디스플레이 중심 또한 맞지 않았는데 이런 현상은 신형 A클래스나 G바겐 모두에게서 나타납니다.

▲ 신형 G바겐 / 사진=다임러
▲ 신형 A클래스. 중앙 디스플레이 위치가 확연하게 중앙 기준 좌측으로 가 있다 / 사진=다임러
▲ 신형 A클래스. 사진상으로는 운전대와 회전계 및 속도계의 경계 지점이 약간 다름 (참고용) / 사진=다임러

중앙 디스플레이가 운전석 쪽으로 옮겨진 것은 화면 일부가 약간 운전대에 가려지는 정도의 불편함이겠지만 계기반 디스플레이 중심이 우측 동반석 쪽으로 이동을 했다면 운전자 몸이 미세하게나마 우측으로 틀어진 상태로 운전을 하는 게 되고, 그렇게 계기반을 바라보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인체공학적 설계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후륜 기반의 9단 변속기를 사용하는 벤츠의 경우, 브레이크 페달 위치가 전륜 모델들보다 상대적으로 좌측으로 더 이동해 있기 때문에 앉는 자세에 민감하거나 허리가 안 좋은 분들이라면 상체와 하체가 비틀려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올 초였죠? 허리 통증 논란이 있었던 E클래스는 어떨까요?

▲ E클래스 실내 / 사진=다임러

우선 붉은 선으로 표시를 한 중앙 디스플레이는 S클래스와는 달리 송풍구 및 중앙 터널 중심과 잘 맞습니다. 그렇다면 운전석 앞에 있는 계기반 디스플레이 역시 문제가 없는 걸까요? 사실 실제로 측정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떻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그래도 약간의 힌트, 참고가 될 만한 사진은 있습니다.

▲ E클래스 롱바디 LCD 디스플레이 / 사진=다임러
▲ E클래스 롱바디 LCD 디스플레이 / 사진=다임러

두 사진 모두 중국용 모델인 E클래스 롱바디 계기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설정에 따라 보이는 내용이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측 정보창과 운전대 사이의 간격(노란 선), 그리고 좌측 속도계와 운전대 사이의 간격이 서로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한두 장으로 단정 지을 문제가 아니지만 일체형 디스플레이 구조의 문제라면 E클래스 역시 S클래스처럼 중심이 안 맞을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E클래스 역시 S클래스처럼 실제로 측정을 해보고 확실하게 확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구형 E클래스 계기반 / 사진=다임러

허리 통증 논란이 보도된 이후 혹시나 해서 독일에는 우리나라처럼 E클래스 허리 통증 관련한 이야기가 없나 하고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2016년 초에 올라온 글 외에는 볼 수가 없었는데요. 거기다 글 속 E클래스는 구형 모델이었기 때문에 논란이 된 E클래스(W213)와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 E클래스 일체형 디스플레이 모습 / 사진=다임러

그럼에도 일부 운전자들이 동일한 문제를 호소한다면 제조사나 수입사가 왜 고객들로부터 이런 불만이 나오는지 조사해 그 결과를 밝혀주는 노력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오늘 설명 드린 것처럼 페달 위치와 디스플레이 위치의 복합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제조사가 스스로 이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자동차가 전장화되면서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계기반 및 중앙 디스플레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전기차, 자율차, 전장화라는 세 가지 흐름에 맞는 디자인이 이뤄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늘 사용자 편의, 안전하고 안락한 구조라는 기본 틀 속에서 발전해야 한다는 거, 제조사들이 잊지 않았으면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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