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용 칼럼] 현대기아차 형님들, 같이 좀 삽시다!
  • 전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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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02 15:20
[전승용 칼럼] 현대기아차 형님들, 같이 좀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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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이야기는 모두 제가 멋대로 상상한 소설입니다. 설마 1년에 800만대나 파는 현대기아차가 일부러 그랬겠습니까.

업계에는 '보도자료'라는 것이 있습니다. 업체에서 자신들의 정보를 일정한 형식에 맞춰 작성 후 언론에 뿌리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보는 기사의 60~70%는 보도자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하루에만 10~20개의 보도자료가 나올 정도로 많은 업체들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보도자료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됩니다만, 일반적으로 구분하자면 3가지입니다. 첫 번째로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자신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널리 알리는 것이죠. 우리 이런 차를 내놨다, 이런 서비스를 실시한다, 이런 사회활동을 펼쳤다 등 말 그대로 홍보성 자료를 내보내는 것이죠.

두 번째는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기사를 덮을 때 사용합니다. 회장님이나 고위 임원에 대한 안 좋은 기사나 회사가 도덕적으로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기사가 나왔을 때 소위 말하는 ‘밀어내기’를 위해 보도자료를 내놓기도 합니다.

오늘의 주제인 마지막 세 번째는 다른 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도구로도 사용되는 것입니다. 자사의 경쟁 모델이 나오거나, 특정 브랜드가 긍정적인 이슈를 선점하는 경우 맞불작전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이죠.

어제(1일) 르노삼성에서 클리오 출시에 앞서 사전계약을 실시한다는 보도자료가 나왔습니다. 르노삼성에서 ‘삼성’을 떼고 내보내는 첫 번째 모델입니다. 원래 작년 중순에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내부 사정상 1년 가까이 미뤄지다 이제야 나오는 것이죠. 앞으로 별다른 신차가 없는 르노삼성 입장에서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중요한 모델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날 현대차가 클리오의 경쟁 모델인 2018년형 엑센트를 출시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11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가솔린 모델의 가격을 앞세워 ‘가성비 최고’임을 강력히 어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엑센트 자료는 클리오의 한계를 너무도 아프게 찔렀습니다. 클리오는 전량 수입하는 모델이다 보니 국내 생산인 엑센트에 비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죠. 또, 다양한 트림을 가져오기 어려워 고급 트림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짤 수밖에 없습니다. 엑센트 보도자료만 보면 당연히 소비자들은 1990~2350만원인 클리오가 비싸다고 생각하겠죠. 사실, 엑센트도 클리오와 비슷한 기준으로 ‘1.6 디젤 5도어 풀옵션’을 선택하면 2100만원까지 올라가는데 말이에요.

올해 초에는 한국GM이 당했습니다(?). 지난 1월15일 한국GM은 2018년형 쉐보레 볼트 EV 사전계약을 실시한다고 자료를 내놨습니다. 작년에 물량 부족 및 미숙한 사전계약 진행으로 곤혹을 당한 한국GM이 제대로 팔아보자고 마음을 먹고 내놓은 모델이었죠.

공교롭게도 또 현대차는 같은날 코나 EV 사전계약을 실시한다고 보도자료를 뿌렸습니다. 볼트는 150~200km 밖에 못 달리던 전기차와 달리 400km에 달하는 주행거리를 갖춘 기대작이었죠. 그러나 같은날 비슷한 주행거리를 뽐내는 코나 소식이 전해지면서 볼트의 장점이 희석돼버린 겁니다. 참고로 코나는 1월 사전계약을 시작한 이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차를 제대로 팔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쌍용차는 기아차에 피해 아닌 피해(?)를 봤습니다. 쌍용차는 작년 3월30일 열린 ‘2017 서울모터쇼’에서 야심작이었던 G4 렉스턴을 공개한 후 4월14일 바로 사전계약에 들어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그 중간쯤인 4월6일에 기아차가 G4 렉스턴의 경쟁모델인 2018년형 모하비를 출시했습니다. 2017년 4월에 2018년형 모델을 내놓다니 무척, 매우, 좀, 빠릅니다.

더 찾아보면 이런 상황은 아마 더 많이 나올 겁니다. 현대기아차가 일부러 그랬든 그러지 않았든 의심받기 충분한 상황입니다. ‘오얏(자두)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마라’는 말이 있죠.

뭐, 일부러 그랬다 하더라도 현대기아차란 회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게 기업이죠. 이는 르노삼성이나 한국GM이나 쌍용차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남습니다. 우리나라에서 7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브랜드가 겨우 이렇게 나온다면 정말 실망입니다. 현대기아차는 르노삼성·한국GM·쌍용차를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 다른 차도 아니고 클리오, 볼트 EV, G4 렉스턴에 이러는건 좀 아닙니다. 이들은 잘 팔리더라도 현대기아차에 생채기도 못 내는 그런 모델입니다.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쥐를 잡을 때도 도망갈 구멍을 남기고 쫓는다고 하는데, 너무 숨 막히게 몰아붙이는거 아닌가 싶네요. 르노삼성·한국GM·쌍용차가 좀 살아야 현대기아차에도 발전이 있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너무도 잘 나가는 그런 브랜드입니다. 큰 형답게 대인의 면모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이야기는 모두 소설입니다. 제가 멋대로 상상한 추측성 칼럼에 불과합니다. 설마 1년에 800만대나 파는 현대기아차가 일부러 그랬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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