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e-트론 특집②] 전기차를 충전하는 가장 빠른 방법
  • 독일 베를린=강병휘 특파원
  • 댓글 0
  • 좋아요 0
  • 승인 2018.05.01 09:46
[아우디 e-트론 특집②] 전기차를 충전하는 가장 빠른 방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100% 전기차 모델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는 BMW i3가 수입차 최초로 포문을 열었고, 쉐보레 볼트와 현대 아이오닉 EV, 그리고 르노삼성의 트위지도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전기차 전문 업체들도 여러 저속 전기 차량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태동기에 여러 혼란을 겪었던 충전기 타입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가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충전 인프라의 불편함입니다. 충전의 핵심 요소로는 1회 충전 주행 거리, 충전 시설, 중전 시간, 과금 등 네 가지를 꼽습니다. 순수 전기차 모델 전문 브랜드로 주목을 끌고 있는 테슬라의 경우 이 중 주행 거리와 충전 가격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키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90kWh급 또는 그 이상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주행 가능 거리 400km 이상을 갖춰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했습니다.

사실 기존 대형 승용차 시장은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이 주된 파워트레인인데, 실제 연비가 잘 나오지 않는 편이다보니 400km 이상이면 제법 준수한 주행 거리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테슬라 전용 고속 충전기 거점인 슈퍼차저 사용료를 초기 고객들에게 면제해 주면서 무료 충전이라는 달콤한 판매 전략까지 가세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도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10여개 이상 구축하며 조금씩 그 숫자를 늘려나가고 있죠. 테슬라는 제품 자체도 호쾌한 가속력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이러한 충전 인프라의 별도 브랜딩 덕분에 전기차에 대한 반감을 상당 부분 해소시켜 줬습니다.

아우디 역시 첫 번째 전기차인 e-트론 시판을 앞두고 인프라 구축에 대한 많은 고민과 준비를 했습니다. 사실 아우디는 e-트론 론칭을 앞두고 단순 전기차 제조사가 아닌 시스템 제공자로 변모하겠다고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차량 외에도 전기차 시대를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사용자 입장의 솔루션을 준비하겠다는 뜻이죠.

실제로 e-트론을 만나보니 새로운 충전 인프라에 맞춰 차량을 개발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주행 가능 거리 확보를 위해 95kWh 용량의 배터리 팩을 탑승 공간 바닥에 깔았습니다. LG 화학이 공급하는 파우치 타입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12개 들어간 셀 모듈 36개로 구성됩니다. 보수적 인증 기준으로도 최소 400km 이상의 주행 가능 거리를 공인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우디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바로 공용 충전기에서의 충전 시간 단축입니다. 대부분의 전기차 사용자의 충전 환경을 분석하니 약 80% 이상은 가정에서 주차 시간을 이용해 충전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여전히 이동 중 충전이 필요한 경우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충전소에서 한 시간 넘게 발이 묶인다면? 사실 이 부분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번쩍이는 섬락(Flashover)의 400kW급은 아니지만 아우디는 역대 출시한 전기 자동차 중 가장 빠른 수준인 150kW급 충전기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 고출력 DC 충전기를 이용하면 30분 미만으로 고속 충전(고속 충전은 충전량 80% 수준까지 가능)을 마치고 여행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배터리가 40% 정도 남은 상황이라면 10분 남짓 기다리면 되니 잠시 휴게소 들리는 시간으로 충분하단 뜻입니다. 통합 충전 단자인 CCS를 활용하기 때문에 DC 충전이 불가한 곳에서는 AC 전원을 이용해 22kW 충전도 가능합니다.

그동안 고속 충전이 어려웠던 이유는 충전기 차제의 문제라기 보다는 차량 배터리의 열관리였습니다. 강력한 충전이나 방전시 배터리의 발열로 인해 시스템의 효율과 내구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e-트론은 고속 충전 플랫폼을 위해 처음부터 차량의 설계를 맞춘 듯 보였습니다. 배터리 팩은 고성능 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공조 장치와 통합된 네 개의 회로로 연결하고 냉각 및 가열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전면 그릴 뒤에 숨은 라디에이터로 냉각할 수도 있고, 독자적으로 구동 가능한 컴프레서 열교환기로 가는 냉각수 통로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둘을 따로 혹은 같이 구동해 최적의 배터리 온도를 관리하고 실내 온도도 설정하는 통합적 열 관리가 이루어집니다. 거대한 히트 펌프 회로가 완성된 셈이죠.

추운 겨울에는 배터리 팩의 온도를 데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과열 못지않게 과냉 조건도 배터리에게 좋지 않으니까요. 배터리 셀과 하우징 사이는 열전도성이 좋은 겔로 채워져 있고 접착제까지 열전도성 성분을 활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e-트론의 배터리는 고속 충방전시에도 배터리팩 내부 온도를 섭씨 25도에서 35도 사이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고속 충전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 뿐만이 아니라 고속 방전시(고출력을 연속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출력 저하를 방지하는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스마트폰도 많은 부하가 걸리면 배터리가 뜨거워지며 속도가 느려지는 상황을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일반적인 전기차도 모터의 힘을 연속해서 강하게 사용하면 배터리가 과열되어 출력 제한이 작동하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한 e-트론은 배터리 동작시 최적 온도 유지가 가능해져 배터리 사용 수명도 늘어나게 됩니다. 특수한 외부 손상이 없다면 차량을 폐차하기 전까지 배터리를 교환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아우디는 e-트론을 가장 먼저 출시하는 유럽에서 올해 말까지 150kW급 충전소 약 200 곳(약 1200대의 충전기)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 2020년까지 주요 고속도로 노선을 따라 120km 간격으로 충전소를 400로 늘릴 예정입니다. 150kW 고속 충전 시설을 350kW급으로 높이기 위한 연구 개발도 진행 중이라는데 그 땐 이동 중 충전 시간에 대한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