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e-트론 특집①] 전기차,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로 충전한다고?    
  • 독일 베를린=강병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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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28 11:31
[아우디 e-트론 특집①] 전기차,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로 충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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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시대가 성큼 다가온 듯 하지만, 여전히 가장 크게 작용하는 심리적 저항은 충전의 불편함입니다. 충전할 수 있는 장소도 쉽게 찾기 어렵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부분은 바로 충전에 필요한 시간입니다.

아우디 e-tron
아우디 e-트론

배터리가 다 떨어진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데에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그보다 수천배 무거운 몸집을 굴리기 위한 전기차의 허기를 채우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가솔린이나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은 주유소에서 급유 작업을 마치는데 평균 5분, 그리고 결제를 하기 위해 평균 2분 정도가 걸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레이스카는 조금 더 빠릅니다. 얼마 전 출전한 뉘르부르크링 내구레이스의 피트(경주차를 정비하거니 급유하는 공간)에서는 100리터의 연료 탱크를 재급유 하는데 약 1분 남짓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기름이 바닥날 때까지 달린 후에 주유를 하면서 다음 드라이버로 교대를 하기도 합니다. 연료를 넣는 동안 어차피 차는 못 움직이니까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30초 이상 소요되는 운전자 교체를 헤치우는 것이죠.

지금까지의 평균적인 전기차 충전 속도라면 운전자 교대가 아니라 피트 안에서 영화를 한 편 감상하고 돌아와도 될 수준입니다. 실제로 100% BEV(배터리 전기 자동차) 형태의 레이스카가 나오는 포뮬러 E 시리즈는 지난 시즌까지 피트에 들어와서 미리 충전을 해둔 다른 경주차로 갈아타고 나가 충전을 위해 서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기도 했습니다. 전기 자동차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려면 충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불가피하다는 반증이기도 했죠.

아우디 e-tron
아우디 e-트론

지난 6시간 내구레이스를 마친 후, 저는 뉘르부르크에서 베를린으로 약 670km를 운전해 이동했습니다. 지멘스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위치기어(고압 개폐 장치) 시설에서 흥미로운 시연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시원스럽게 뚫린 아우토반에서 몇 대의 테슬라 모델 S가 눈에 띄었습니다. 편도 670km의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선 분명 충전 시설을 꼭 들러야 하는 차죠. 어디선가 꼭 한 번은 멈출 그 전기차를 안쓰럽게 바라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몰던 휘발유 엔진의 컴팩트 SUV는 베를린까지 가는데 주유소를 두 번이나 들렀습니다. 물론 출발할 때 연료가 1/4 정도밖에 없기는 했지만, 평균 130km/h가 넘는 아우토반의 페이스로 맞추다보니 생각보다 빨리 연료계 바늘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아우디 e-tron
아우디 e-트론

마침내 패러데이 케이지가 마련된 커다란 지멘스 연구소 시설 앞에 도착했습니다. 별다른 특색이 없는 건물 외관과 달리 내부에 들어가자 여러가지 크기와 알록달록한 색상의 기계 뭉치가 눈에 들어옵니다. SF 영화 세트장 같기도 하고 아이들 놀이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군데 군데 빨간 경광등과 함께 고압 주의 표시가 있고 전자기파에 의한 카메라 손상이 있을 수 있으니 촬영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는 설명까지 합니다.

전고가 25미터나 되는 포물선 형태의 실험실 내부 중앙에는 아우디 e-트론 프로토타입이 홀로 서 있었습니다. 지난달 열린 '2018 제네바모터쇼'에서 베일을 벗은 순수 전기차 SUV 모델로 당시 위장 상태까지 그대로 유지되어 있습니다. 차량 주변에는 어떠한 충전 장치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채 주차되어 있었는데 곧 충전 시연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실내 조명이 꺼지고 차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저주파의 웅웅거림과 함께 차의 지붕 위로 번개가 내리칩니다. 어둠을 가르는 섬광은 약 2초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충격적이고도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정확히는 번개가 아니라 섬락(Flashover) 시현이었습니다. 50만 볼트의 전압이 e-트론 프로토타입 지붕 위로 방전된 것이었죠. 실제 이곳 지멘스 테스트 시설에서는 350만 볼트의 섬락을 시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우디 e-tron
아우디 e-tron

e-트론 프로토타입은 2초간 0.22kWh를 충전했습니다. 500,000V×0.8A÷3600초×2초=0.2222kWh의 전력량이 전선의 연결 없이 충전된 셈입니다. 배터리의 용량이 95kWh니까 1초에 약 0.1% 이상의 충전이 이루어진 것이고 단순 계산으로 15분이면 95kWh 배터리를 다 채울 수 있습니다.

물론, 주유소에서 대기하는 시간보다 좀 더 걸리겠지만 아름답게 춤을 추는 강렬한 섬락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를 듯 합니다. 400kW급으로 빠른데다가 번거롭게 케이블을 연결할 필요도 없죠.

아쉽게도 이 기술은 아직 실현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모터쇼에 등장하는 컨셉트카처럼 미래 충전 기술에 대한 일종의 컨셉트 모델이라 해야 할까요?

짧은 미래에 만나볼 수 없겠지만 언젠가는 이러한 무선 충전 방식이 상용화되는 시점이 있을거라는 기대감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아우디 e-트론 프로토타입은 이르면 8월부터 유럽에 시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우디 브랜드로는 최초의 100% 전기차 모델인 만큼, 배터리 전기차 충전에 대한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몇 가지 준비 방안을 함께 공개했습니다. 새로운 충전 인프라의 요소에 대해서 다음 편에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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