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푸조 5008…'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 문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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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08 16:27
[시승기] 푸조 5008…'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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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08을 시승했다. 3008을 기반으로 만든 모델이라 그런지 기대가 꽤 컸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주행 성능은 만족스럽지 못했고, 3열 시트도 그 용도가 애매했다. 디자인을 뺀 나머지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엔진은 힘겨워 했으며, 서스펜션은 갈피를 잡지 못해 이리저리 헤맸다. 덩치 큰 차체를 소화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했다. 몰면 몰수록 드라이브 트레인과 차체와의 궁합이 그리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5008은 3008에 최적화된 엔진과 서스펜션 세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차체를 키운 차다. 더 많은 사람과 짐을 싣는 데에만 집중했다. 주행 성능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시 말해, 널찍한 실내 공간을 필요로 하는 소비층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차란 얘기다. 균형 잡힌 달리기 실력을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1.6L 디젤과 6단 자동으로 구성됐다. 이 파워트레인은 최고 120마력, 최대 30.6kg.m를 낸다. 길이x너비x높이 4640x1845x1650mm, 공차중량 1640kg의 차체를 끌기에 모자란 감이 없지 않다.

참고로 5008은 3008 대비 190mm 길어졌고, 5mm 넓어졌으며, 25mm 높아졌다. 무게도 50kg 늘었다. 엔진 제원을 제외한 모든 수치가 상승한 것. 그래서인지 초반 가속은 답답했고, 고속 영역까지 꾸준히 힘을 이어가지 못했다. 체력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살이 찌면 운동 성능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서스펜션도 3008의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과 리어 토션빔 세팅이 그대로 적용됐다. 코너 진입 또는 추월 가속과 같은 무게 이동 시 롤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좌우로 '기우뚱'거리는 차체는 불안감을 키웠고, 민첩성도 기대 이하였다. 균형이 살짝 깨진 듯한 느낌이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무늬만 의자'인 3열 시트였다. 레그·헤드룸은 너무나 비좁았고, 심지어 운전석 방향 좌석 아래에는 소화기까지 있어 다리를 놓을 공간 조차 없었다.

어린 아이라면 모를까 이런 좌석에 앉는 걸 반길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았다. 무리에서 앉아보려고 하면 기형적인 자세가 나오기 일수였다.

 

때문에 트렁크로 쓰는 게 더 나아 보였다. 5008의 기본 적재 용량은 780L고, 2, 3열을 모두 활용하면 최대 2150L까지 확장된다. 조수석까지 접을 경우, 앞뒤로 최대 3m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크고 작은 짐을 싣고 나르는 데 무리가 없는 크기다. 푸조는 '7인승 SUV'를 강조하지만, 5인승일 때 그 진가가 나왔다.

디자인은 나무랄 것이 없었다. 3008과 판박이긴 하지만 푸조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했다. 특히, D필러를 뒤로 길게 쭉 뺀 측면부는 기함(?)다운 담대한 모양새를 띄었다.

 

푸조는 5008이 푸조의 첫 7인승 SUV라는 점을 내세웠다. 아울러 가격까지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차의 값은 4290만~5390만원. 수입 7인승 SUV 중 가장 저렴하긴 하다. 

다만, '7인승'이라는 시트 레이아웃에 얽매여 다른 건 챙기지 못 한듯했다. 반박자 느린 달리기 실력과 왜 있는지 의문이 드는 3열 2시트는 이런 생각을 확고히 해줬다. 덩치를 키웠으면 그에 합당한 드라이브 트레인을 얹고, 또 7인승에 알맞은 좌석 및 공간을 확보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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