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640i 그란 투리스모 “보기 좋은 떡”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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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5 18:24
[시승기] BMW 640i 그란 투리스모 “보기 좋은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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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알아보기 힘들었다. 여러 BMW와 함께 서있던 6시리즈 GT는 예전처럼 크게 도드라지지 않았다. 그만큼 BMW의 패밀리룩은 더 교묘해졌고, 6시리즈 GT는 신수가 훤해졌다. 덩치에 비해 작았던 키드니 그릴은 제크기를 찾았고, 마지못해 달린 것처럼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던 헤드램프도 제위치에 놓였다.

 

이젠 5시리즈 혹은 7시리즈와 단번에 분간이 안될 정도로 얼굴은 비슷해졌다. 패밀리룩 남용에 대한 반감도 커지는 상황이지만, 최근 BMW가 내놓은 몇몇 콘셉트카의 실험적인 디자인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패밀리룩 남용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겠다. 숱한 놀림을 받았던 5시리즈 GT와 달리 6시리즈 GT는 트집 잡을 곳이 눈에 띄지 않았다.

 

BMW GT의 가장 큰 특징인 루프 라인은 ‘진짜 쿠페’처럼 날렵하게 다듬어졌다. 머리 공간 확보를 위해 볼록하게 튀어나왔던 부분이 사라졌다. 5시리즈 GT는 세단, 쿠페, SUV 등이 평등하게 공존하던 ‘크로스오버’였는데, 6시리즈 GT는 쿠페의 입김이 더 세졌다. 실루엣 외에도 과감한 캐릭터 라인과 프레임리스 도어, 측면 유리의 모양이나 C필러의 디자인 등은 6시리즈 GT를 한층 더 맵시있게 만들었다.

 

6시리즈 GT는 차체 길이가 86mm 늘어났고, 높이는 34mm 낮아졌다. 덕분에 비율이 한결 스포티해졌다. 더 이상 껑충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호했던 방향성도 정리됐고, 더 많은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기 충분해졌다.

BMW의 새로운 모듈형 플랫폼 CLAR(CLuster ARchitecture)를 통해 무게도 줄였다. 특히 신형 엔진과 서스펜션 등에 알루미늄 사용을 늘렸다. 5시리즈 GT에 비해 최대 120kg 가량 가벼워졌다. 고강도 강철을 주요 부위에 적용하면서 비틀림 강성은 높아졌다. 또 시트 위치를 재조정했다. 그래서 루프 라인이 날렵하게 깎였음에도 여전히 넉넉한 머리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어쩌면 6시리즈 GT에게 ‘멋’은 필수조건이 아닐 수도 있다. 비록 ‘외모 지적’을 받았지만, 5시리즈 GT는 잘 팔렸다. 특유의 실용성과 고급스러움으로 승부를 걸었던 전략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덕에 앞자리 숫자가 높아진 셈이고, 6시리즈 GT는 자연스럽게 그 부분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졌다.

 

그렇다고 신형 5시리즈와 큰 격차를 두진 않았다. 분위기의 차이가 컸다. 나뭇결이 뚜렷한 원목을 집어넣기도 했고, 화사하거나 혹은 차분한 톤의 가죽으로 실내를 꾸미기도 했다. 시트의 바느질이나 꾸밈도 신형 5시리즈와 차별을 두기 위해 노력했다.

 

실내 공간은 6시리즈 GT의 가장 큰 장점이자, 신형 5시리즈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넓고 쾌적한 공간은 7시리즈에 필적할 수준이었다. 큰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는 공간을 더욱 쾌적하게 만들었고, 뒷좌석까지 이어진 고급 소재의 사용은 6시리즈 GT를 더욱 안락하게 만들었다. 급격하게 루프를 깎았지만, 머리 공간의 여유로움도 그대로 이어졌다.

커다란 게이트가 통째로 열리는 6시리즈 GT의 적재 공간은 마치 SUV를 떠올리게 했다. 이전 세대보다 조금 공간의 손해를 봤지만 여전히 광활했다. 골프백이 문제가 아니었다. 뒷좌석을 접으면 커다란 살림살이도 충분히 집어넣을 것 같았다.

 

무거운 냉장고가 실려 있어도, ‘640i xDrive GT M Sport Package’는 힘든 기색없이 고속도로를 질주할 것 같았다. BMW의 직렬 6기통 엔진의 강력함과 청량함은 여전했다. ‘그란 투리스모’에 걸맞았다. 단순히 힘만 센게 아니라, 부드러운 면도 존재했다. 8단 자동변속기는 눈치가 빨랐고,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7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고급스러운 존재기 때문에, 극단적인 격렬함은 거세됐다. 계기바늘이 레드존에 가까워져도 박진감은 크지 않았다. 서스펜션도 5시리즈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안전을 위해 장착한 겨울용 타이어를 감안하더라도, 서스펜션은 다소 물렀다. 또 세단의 감각과 미묘한 차이점이 있었다.

 

 

주행성능이나 성격은 5시리즈 GT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플랫폼, 섀시, 엔진도 코드명이 달라졌지만 이전 세대와의 차이는 미미했다. BMW 뿐만 아니라, 많은 브랜드의 최근 풀체인지 모델은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예전 풀체인지와는 달라지고 있다. ‘기본기’보다는 자율주행, 전동화 등에 대한 변화와 발전이 더 집중되고 있다. 아마도 미래의 풀체인지는 섀시, 엔진의 변화가 아닌, 프로그램의 업데이트가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6시리즈 GT의 반자율 주행기술은 BMW가 7시리즈에 최초로 적용했을 때보다 더 똑똑해졌고, 시스템이 유지되는 시간도 길어졌다.

 

6시리즈 GT는 BMW의 전통적인 세단에서 벗어난 모델이지만, 그로 인해 얻은 매력으로 BMW에게 새로운 소비자들을 선사한 모델이기도 하다. 신형 모델은 그동안 지적받았던 단점을 극복하면서, 보수적인 BMW 마니아들도 충분히 인정할 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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