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디젤 시대의 종말? 50% 벽 무너진 유럽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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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03 17:13
[이완 칼럼] 디젤 시대의 종말? 50% 벽 무너진 유럽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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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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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자동차 시장으로는 유일하게 디젤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높은 곳은 유럽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과 경제성 등을 이유로  디젤차가 권장되면서 점유율은 끝모르고 올라갔죠. 이런 성장 분위기 속에서 한쪽에선 인체 유해한 질소산화물 배출에 대한 문제 제기가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계속돼 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015년 미국발 디젤 게이트가 터졌죠.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럽에서조차 이 사건 이후 디젤은 부정적으로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잠재돼 있던 디젤차 문제가 표면화된 결정적 계기였고, 계속해서 디젤은 비판에 시달렸습니다. 자연스럽게 반디젤 정서가 힘을 얻으며 내연기관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본격 나타나기 시작했죠.

 

그리고 디젤 게이트 이후 2년 만입니다. 유럽에서 디젤차의 판매량이 가솔린차 판매량에 추월당하고 말았습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EU-15개국의 2017년 상반기 신차 판매는 가솔린 자동차가 365만8088대, 디젤 자동차가 349만1430대였습니다. 디젤의 경우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만대 이상 줄었지만, 가솔린은 33만대나 늘어난 결과입니다. 

이런 판매량 역전은 점유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가솔린은 48.5%, 디젤은 46.3%, 그리고 하이브리드(2.6%), 전기 차량(1.3%) 및 가스 차량 (1.3%) 순이었습니다. 2009년 이후 디젤이 신차 점유율에서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간 것입니다. 그나마 SUV의 붐, 그리고 여전한 업무용 차량의 디젤 선호 현상 등이 디젤의 하락을 이 정도 선에서 막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흐름으로 보면 디젤이 과거의 영광을 유럽에서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디젤에 대한 세금 혜택을 줄이는 추세이고, 독일의 경우 도시별로 노후한 디젤차의 통행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이게 소비자들에게 디젤차 소비보다는 가솔린 등으로 돌아서게 만드는 또 다른 동기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디젤의 약세는 유럽이나 제조사에겐 또 다른 고민거리입니다. 바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디젤차는 질소산화물 배출이 문제인 반면 가솔린 자동차는 디젤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으로 CO2 배출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상황에서 디젤의 감소와 가솔린의 증가는 제조사와 각국 정부에게는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 사무총장 역시 이 점을 강조했죠. 내연기관을 대체할 만한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에 제조사들은 전사적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EU 전역에 충전 인프라 구축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이, 더 빨리 보완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전기차 등의 보급률이 낮게 되면 디젤에서 가솔린으로 쏠림 현상이 계속될 것이고, 이는 CO2 배출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EU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곳곳에 전기차 충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네덜란드는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는 국가 중 하나 / 사진=이완

유럽에서 디젤 전성기는 생각만큼 길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실질적 디젤 왕조의 몰락은 2015년 9월, 디젤 게이트가 세상으로 터져 나오며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디젤 점유율은 떨어질 것이며, 새로운 대안을 찾아 소비자들의 움직임도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이런저런 이유로 대안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전기차의 경제성에 대한 우려, 인프라 미비 등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들은 가솔린으로 향합니다. 인체 유해한 질소산화물을 적게 배출한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연료 소비 측면,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인한 문제를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엔진 시대를 끝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게 유럽 전체, 더 나아가 글로벌 전체로 봤을 때 과연 언제쯤 현실화될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자동차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가솔린이나 디젤이냐 아니면 전기차냐, 분명하게 무엇 하나를 선택하기 어렵게 각각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법 긴 시간 이 고민을 안고 가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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