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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포르쉐 신형 파나메라 터보…300으로의 초대
독일=김상영 기자  |  sy.kim@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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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9  09: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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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260. 가로등 하나 없는 고속도로에서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쉴새 없이 빛의 방향과 거리, 높낮이를 바꿨다. 오른쪽 차선을 달리고 있는 차들은 마치 멈춰서 있는 것 같았다. 270, 280. 물리적 한계에 다다른 타이어는 끼리릭, 얕은 비명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90. 어느새 모두들 손잡이를 부여잡았고 침묵이 흘렀다. 300. 파나메라 터보는 늦은 밤 독일 아우토반을 쏜살같이 달리며, 우리를 시속 300km의 영역으로 인도했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것보다 그 후가 더 걱정이었는데, 승객을 모두 태운 파나메라 터보는 가속할 때와 마찬가지로 겉으론 아주 평온하게, 하지만 아주 급격하게 속도를 줄였다. 21인치 휠 안쪽은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꽉 찼다. 포르쉐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PCCB)를 선택하면 따라오는 노란 캘리퍼는 마치 거대한 바나나 같았다. 바나나 속 10개의 피스톤은 16.5인치에 달하는 디스크를 꽉 조였다. ‘내리꽂다’란 표현을 이젠 쉽게 쓰지 못할 것 같았다.

 

파나메라 터보는 숨고르기 조차 격정적이었다. 빠르게 줄어드는 속도에 따라, PDK 변속기는 바쁘게 기어를 낮췄다. 계기 바늘이 절도있게 움직이는 동안 파나메라 터보의 새로운 엔진은 날선 소리로 그 시점을 시시각각 알렸다.

기어 단수가 하나 늘었을 뿐, PDK는 PDK였다. 패들시프트에 중지손가락을 갖다대기도 전에 변속은 이미 끝나있었다. 번쩍하는 순간에 계기바늘은 제위치를 찾아가며, 엔진을 들볶았다. 1980년대부터 레이스카에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탑재했던 포르쉐답게 PDK 변속기를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8단 PDK는 파나메라가 최초고, 포르쉐를 넘어 폭스바겐그룹이 두루 사용할 계획이다. 단수는 늘었지만, 변속기의 부피는 줄었다. 6단에서 최고속도가 발휘되며, 기어비를 늘려 효율도 향상됐다. 최대 대응 토크는 102kg.m에 달한다.

▲ 포르쉐 최초의 8단 PDK 변속기. 크기는 더 작아졌고, 구조도 개선됐다. 벤틀리도 신형 컨티넨탈 GT를 시작으로 포르쉐의 8단 PDK 변속기를 쓰게 됐다.

포르쉐는 지난해 파나메라 터보를 선보임과 동시에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 랩타임도 함께 공개했다. 파나메라 터보는 약 20.6km에 달하는 ‘그린 헬’에서 7분 38초를 기록했다. 페라리 458 이탈리아와 같은 기록인데, 긴 서킷을 달리면서 PDK 변속기의 수동 조작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PDK 변속기 외에도 폭스바겐그룹이 포르쉐에게 기대한 것은 꽤 많았다. 마치 아주 오래전 독일 정부가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에서 ‘폭스바겐 프로젝트’를 의뢰했던 것처럼, 포르쉐는 폭스바겐그룹의 대형세단과 쿠페가 사용할 모듈형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MQB 플랫폼을 폭스바겐이 주도했다면, MSB(Modularer Standardantrieb-Baukaste) 플랫폼은 포르쉐가 담당했다. 새로운 플랫폼은 알루미늄의 비중이 높아져 기존의 뼈대보다 가벼워졌다. 무엇보다 모듈형 플랫폼이 가져야 할 ‘유연성’이 강조됐다. MSB 플랫폼은 프론트, 미들, 리어 등 세부분으로 나뉘는데, 가운데 부분의 길이를 매우 손쉽게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쿠페, 세단, 롱휠베이스 세단 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미 벤틀리 신형 컨티넨탈 GT가 MSB 플랫폼을 통해 제작됐고, 아우디도 MSB 플랫폼으로 갈아탈 계획이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제작된 신형 파나메라는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길이는 34mm, 너비는 6mm, 높이는 5mm, 휠베이스는 30mm 커졌다. 하지만 오히려 더 날씬해 보였다. 그리고 이젠 제법 스포츠카처럼 보이기도 했다.

 

여러 세부적인 부분의 디자인 변화도 컸지만, 루프 라인과 테일램프의 새로운 모습이 그동안 파나메라를 따라다니던 ‘오명’을 씻겨줄 것 같았다. 곱추 같았던 등이 과감하게 깎였다. 덕분에 불륨감 넘치는 리어 팬더와 더불와 911의 ‘플라이라인’을 떠올리게 했다. 양쪽의 테일램프는 가늘고 길게 연결됐고, 포르쉐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는 4포인트 램프도 존재감이 커졌다.

 

또 파나메라 터보만의 백미인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는 면적이 더 넓어졌고, 더 절도있게 펴졌다. 뒷날개는 고속에서 자동으로 펴지고, 속도에 따라 각도가 조절된다. 물론 버튼으로도 조작이 가능하다. 룸미러를 통해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리어 스포일러를 보는 것은 파나메라 터보만의 특권이었다.

 

실내는 더욱 놀라운 변화를 겪었다. 포르쉐의 전통과 미래 디자인이 절묘하게 섞였다. 여전히 스티어링 왼편에 시동 스위치가 놓였다. 계기반 전체를 디지털로 꾸밀 수 있었음에도, 중앙의 회전속도계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됐다. 그동안 디지털에 인색했던 포르쉐가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훌륭한 IT 환경을 제공했으며, 센터 콘솔의 수많은 버튼이 사라지고 터치패널이 적용됐다. 패널을 누를 때마다 진동과 소리가 동반됐다. 조작했다는 느낌을 확실히 주기 때문에 터치패널의 변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련되고 미래적으로 느껴졌다.

 

오른발에 큰 힘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리어 스포일러는 아주 곧게 세워졌다. 계기바늘은 어느새 시속 200km를 가리키고 있었다. 으레 생각하는 550마력의 세단과 파나메라 터보의 보폭은 달랐다. 8단 PDK 변속기를 통해 엔진회전수는 극도로 제한됐지만, 속도는 쉬이 높아졌다. 엔진의 부하가 느껴지지 않고, 외부 소음이 차단된 파나메라 터보의 실내에서 속도감는 조금씩 상실돼갔다.

▲ 4.0리터 V8 바이터보 엔진. 포르쉐는 두개의 터빈은 양쪽 실린더 사이에 올려놨다. 실린더와 터빈이 가까워짐에 따라 스로틀 반응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었다. 또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었고, 엔진을 차체 밑바닥으로 더 끌어내릴 수 있게 됐다.

이런 특징 때문에 파나메라 터보는 극단적인 고성능이라기 보단, 양면성이 큰 모델이라 느껴졌다. 특히 주행모드 변경에 따라 달라지는 성격은 포르쉐 중에서도 가장 극명했다. 노멀 모드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독일이 아닌, 미국의 대형 세단을 타는 느낌이었다. 포르쉐 뿐만 아니라 독일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세단도 이처럼 굉장히 소프트한 세팅을 다시금 꺼내들고 있다. 아무래도 중국 시장을 고려한 것 같았다.

 

스포츠 모드에서부터 스포츠카의 성향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포르쉐의 움직임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스로틀 반응은 한층 날카로워졌고, 스티어링도 민감해졌다. 포르쉐가 새롭게 고안한 3챔버 에어 서스펜션은 스스로 차체를 낮췄다. 숨통을 막고 있었던 플랩도 열리면서 파나메라 터보는 괴성을 질렀다.

 

파나메라 터보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6초만에 도달하는 괴력을 지녔지만, 흔한 패밀리카처럼 다루기 쉬웠다. 다양한 신기술이 탑재되면서 산길이나 서킷에서 크기와 무게의 부담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는 48V 리튬 이온 배터리를 활용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 했다. 좌우로 각기 독립된 안티롤 바는 전기모터로 이어져있고, 전기모터는 스티어링, 속도, 횡력 등에 따라 각각의 안티롤 바를 반대방향으로 회전시켜 타이어의 접지력을 높였다.

▲ 48V 리튬 이온 배터리의 탑재로 전자식 안티롤 바 시스템을 할 수 있었다. 롤링을 막고, 타이어의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좌우 롤 바가 반대로 회전한다. 포르쉐는 유압식보다 전자식이 더 반응이 빠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기술은 아우디가 주도해 개발됐다. 파나메라의 서스펜션은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4링크며,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에어 서스펜션의 에어 챔버가 2개에서 3개로 늘어난 까닭에 서스펜션 성격의 변화폭이 넓어졌고, 마치 911처럼 단단한 느낌까지 담겼다. 든든한 사륜구동 시스템과 좌우 뒷바퀴의 토크를 제어하는 토크 벡터링 플러스까지 맞물렸고, 뒷바퀴 조향 시스템은 더 민첩하고 정밀한 코너링을 가능하게 했다. 파나메라 터보는 독일 아이펠 산맥의 험난한 와인딩 로드를 경쾌하고 사뿐하게, 하지만 빠르게 통과했다.

 

판매는 폭발적이었지만, 그동안 파나메라는 숱한 비난을 받아야 했다. 포르쉐의 배지를 달고 있지만 많은 부분이 포르쉐답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2세대 신형 파나메라는 모든 면에서 괄목할 발전을 거뒀다. 당당히 포르쉐를 새롭게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포르쉐를 넘어, 누구도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완벽한 ‘그란 투리스모’의 면모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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