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폭스바겐, '슈퍼 디젤' 개발하고도 쉬쉬하는 까닭은?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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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10 11:27
[이완 칼럼] 폭스바겐, '슈퍼 디젤' 개발하고도 쉬쉬하는 까닭은?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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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1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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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게이트 이후 디젤 언급은 확실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내연기관 시대가 그리 멀지 않은 때 끝날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조금씩 커져가고 있는 요즘 분위기에서 디젤 엔진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폭스바겐으로부터 관심 갈 만한 디젤 소식 하나가 흘러나왔습니다.

 

# 4년간 개발한 디젤 엔진, 연비 효율 최대 30% 증가

폭스바겐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는 신형 디젤 엔진 개발 소식을 전한 곳은 독일 매체 아우토모빌 프로둑치온이었습니다. 폭스바겐 본사가 위치한 볼프스부르크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인구 2천 명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가 나타납니다. 에라 레지엔(Ehra-Lessien)이라는 곳으로, 이곳에는 폭스바겐그룹의 테스트 트랙이 있습니다.

총 코스 길이 96km에 직선주로만 8.7km 짜리가 있는, 냉전 시대에 만들어진 이 엄청난 테스트 트랙은 그 존재만으로도 폭스바겐 그룹의 규모를 느끼게 해주죠. 하지만 에라 레지엔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매년 개최되는 그룹 행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룹의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행사로,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연구한 결과물을 임원들에게 공개하고 설명하는 자리가 3일에 걸쳐 마련됩니다.

올해는 전자, 경험, 그리고 에코를 테마로 자율 주행과 디지털, 그리고 배출가스 및 연비 향상 등을 위한 기술 일부가 공개됐고 현장에는 자동차 저널리스트 50여 명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일명 '슈퍼 전기 디젤'이라 불리는 엔진의 프로토타입이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 폭스바겐의 TDI 엔진

아우토모빌 프로둑치온에 따르면 4년 전, 그러니까 디젤게이트가 터지기 전에 이미 폭스바겐은 연비 효율이 뛰어난 디젤 엔진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2021년부터 제조사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5g/km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디젤 엔진 개발은 필수적인 상황이었죠. 그리고 디젤 엔진의 치명적 문제인 질소산화물 감소 역시 동시에 이뤄내야 했습니다.

개발비 구애받지 않고 쏟아부은 끝에 4년 만에 가솔린 엔진의 경우 연비가 20%, 디젤의 경우 최대 30% 이상 연비가 향상된 엔진을 내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연비가 좋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기름을 덜 소비했다는 것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비례해 줄였다는 걸 의미합니다. 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의 수치 역시 크게 떨어뜨렸다는게 폭스바겐의 주장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실험실 데이터가 아닌, 실제 도로를 달리며 나온 수치라는 게 의미 있었습니다.

폭스바겐의 개발 총책임자인 울리히 아이히호른은 해당 엔진에 대해 "디젤 부흥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혁신적인 엔진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굉장히 복잡한 구조의 3기통 1.5리터 디젤 엔진이 만나 가능해졌는데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디젤 엔진 조합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런 정도의 높은 효율성을 보이는 것이 또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해당 엔진은 골프에 장착돼 계속 테스트 중에 있으며, 골프뿐 아니라 어떤 모델에도 장착이 가능하다고 폭스바겐은 밝혔습니다.

# 양산형 개발에 조심스러워하는 제조사

이처럼 연비가 뛰어난 디젤 엔진을 만들었음에도 폭스바겐은 관련 엔진 기술 및 전망 등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고 아우토모빌 프로둑치온이 전했는데요. 디젤게이트 후유증이 여전한 상황(최근에는 아우디 임원이 디젤게이트 관련 독일에서 구속됨)에서 디젤 엔진에 대한 얘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시의 적절하지 않다고 본 듯합니다. 또 큰 개발비를 들여 만든 만큼 엔진의 경제성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 지난 4월 비엔나 엔진 심포지엄에서 공개된 콘티넨탈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디젤 엔진이 장착된 골프. 질소산화물 감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연비 향상은 대략 2% 수준이었음 / 사진=콘티넨탈

흔히 자동차 연비를 3~5% 정도 개선하려면 자동차 무게를 10% 이상 줄여야 한다고 하죠. 1500kg 중량의 자동차라면 150kg을 줄여야 가능한 수치입니다. 제조사들이 사활을 걸고 차체 중량을 줄이려는 이유가 바로 연비 및 이산화탄소 등 배출가스 감소 때문이죠.

그렇다면 디젤 엔진 개량만으로 30% 수준의 연비 개선을 이룬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뤄냈음에도 폭스바겐은 자신들이 만든 디젤게이트로 인해 지금 만들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며, 제대로 자랑도 못하며 쉬쉬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탓할까요? 디젤게이트 여파가 여러 부분 고민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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