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옴부즈맨 아니라 마케팅 요원이었다”…허울 뿐인 '소통'?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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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14 21:23
“난 옴부즈맨 아니라 마케팅 요원이었다”…허울 뿐인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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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게 이용만 당했어요” 

얼마전까지 H-옴부즈맨으로 활동하던 ㄱ씨가 불만을 털어놨다. “옴부즈맨이라고 해서 참여했지만 결국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마케팅 요원일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본래 옴부즈맨(ombudsman)이란 대통령과 정부 독주를 막고자 고안된 행정 통제 제도다. 시민이 문제 삼은 사안을 입법부의 대리인이 조사하고 처리하는 것을 뜻했는데, 요즘은 ‘대기업의 잘못을 지적받고 개선하는 제도’까지 폭넓게 가리킨다.

▲ 현대차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H-옴부즈맨 행사 사진

그러나 ㄱ씨가 겪은 일은 전혀 달랐다. ㄱ씨는 “쓴 소리를 몇번 전달하고 나니 시승회, 송년회 등 현대차가 진행하는 모든 행사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얼마전 있었던 ‘에코 챌린지’라는 연비 운전 대회는 자신의 이름으로 신청했다가 탈락했는데 아내 이름으로 신청한건 수락 되는 등 의도적으로 배제한 증거는 무수히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수와 수출형의 차이, 안전 문제, 사고시 EDR을 공개해야 한다는 등 현대차에 대한 문제점을 심도 있게 얘기한게 불이익을 받게 된 계기”라면서 “1·2등을 수상한 팀은 현대차 마케팅 아이디어 제안을 했던 팀으로, 마케팅 제안이 ‘옴부즈맨’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채점 점수를 공개해 달라는 요구에 현대차는 끝까지 응하지 않아 현대차에 우호적인 팀을 밀어준게 아니냐는 의구심만 커졌다”면서 “현대차가 더 나아지길 기대하며 열심히 참여했는데, 마케팅적 제안을 원하는걸 진작 알았다면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H-옴부즈맨' 행사 사진 '현대자동차 최신 제품의 시승체험을 지원받게 된 H옴부즈맨'이라는 사진 설명이 붙었다./사진=현대차공식 블로그 'About Hyundai' 캡쳐

# 금전 혜택으로 옴부즈맨, 동호회 길들이기?

현대차는 H-옴부즈맨 중 각 팀의 팀장에게 30만원씩 4차례 후원금을 줬다. 옴부즈맨 참가자들에게는 신차 구입시 5%의 특별 할인을 추가로 제공하기도 했다. 우수한 제안을 한 1등 팀은 북미 여행과 현대차 공장 투어 등을 제공하고 2등 팀에는 중국 관광 및 공장 방문 혜택을 제공했다. 우수한 글을 올린 사람들에게는 JBL 스피커를 제공하기도 했고, 시승행사 때는 시승차와 식사 뿐 아니라 호텔 숙박 등의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H-옴부즈맨 중에는 매체에 속한 기자도 있었다. 한 기자는 현대차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담은 우호적 기사를 써서 네이버 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현대차 국내커뮤니케이션팀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해당 기자들과 우호적 파워블로거들을 위한 비공개 발표회를 개최하기도 했고 기자는 이 또한 네이버 포스트에 올렸다. 기자는 ‘네이버 메인 등극, 진짜 올려주실줄이야’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현대차에 취업 되면 좋겠다’는 내용도 적었다.

현대차가 지원하는 동호회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현대차와 지나치게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유명 동호회들은 현대차로부터 시승차를 받아 회원들에게 무상 시승을 제공하는데, 이때 동호회 임원들이 직접 현대차 국내커뮤니케이션팀 직원과 협의해 차를 받고 반납하는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

동호회에서 진행하는 시승행사에서도 동호회 회장이 모든 회원들의 식사비 등을 일시에 지불하는데, 이 또한 현대차의 후원 없이는 진행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한 동호회 운영자는 서울 외곽에 정직원 10여명과 사무실을 두고 회원 수만~수십만명이 활동하는 동호회 10여개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기업화 됐다. 반면 현대차에 쓴소리를 하는 동호회는 회원들에게 제공 할 수 있는 혜택이 없는 만큼 크게 확장되기 어렵다는게 상식처럼 돼 있다. 

'H-옴부즈맨'이란?

현대자동차가 고객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제도. “고객님들의 쓴소리를 보약으로 삼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 H-옴부즈맨 모집 개시 (6/1~6/23) 

○ 2016년 7월 2일, 1500명 신청자 중 79명을 뽑아 H-옴부즈맨 출범 (7/2, 여의도 콘래드 호텔)   

○ H-옴부즈맨 최종 발표회 (10/29, 도곡동 힐스테이트 갤러리) - 주제별 총 4팀의 우수 제안 팀을 선발

○ H-옴부즈맨 페스티벌 (12/10, 건국대 우곡국제회의장)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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