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니로에는 있고 티볼리·트랙스·QM3에는 없는 것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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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14 09:34
[시승기] 니로에는 있고 티볼리·트랙스·QM3에는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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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로를 회사차로 구입한지 벌써 8개월. 뒤돌아보면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뽑을 때부터 ‘법인 출고 1호차’라며 자체적으로 1호차 세레머니(?)를 했고, 같은 하이브리드 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과 1:1 비교 시승도 했다. 또, 부산을 오가며 실제 연비가 얼마나 나오는지도 확인했고, 인제스피디움 서킷까지 끌고가 혹독하게 굴리며 달리기 능력도 시험했다.

 

그러나 니로의 진가는 이런 극단적인 테스트가 아니라, 오히려 업무용으로 이용하는 일상생활에서 나타났다. 한 등급 위인 스포티지 뺨치는 넉넉한 공간, 어떻게 달려도 리터당 17.0km를 넘겨 버리는 우수한 연비, 시끄러운 디젤 SUV와는 비교도 안되는 놀라운 정숙성, 예상보다 뛰어난 주행 성능 등은 ‘왜 니로를 사지 않고 다른 차를 살까?’란 의구심마저 들게 만들었다.

특히, 니로에 탑재된 다양한 첨단 사양들은 놀랍다. 중형차급에서도 최고급 트림에서나 선택 가능한 주행 안전 사양들은 니로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완성도가 매우 높은 데다가, 오히려 차급을 뛰어넘을 정도로 기술적으로도 앞서 있기 때문이다.

# '언제 어디서나 편하다' 완성도 높은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

 

가장 인상적인 기술은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이다. 트랙스나 QM3, 티볼리 등 동급 경쟁 모델에서는 없는 사양으로, 알아서 속도를 조절하니 출근길 도심도로든 뻥 뚫린 고속도로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30km/h 이상에서도 작동되는 데다가, 10km/h 저속까지 유지되니 꽉 막힌 정체 구간이 아니라면 페달을 밟을 필요 없이 스티어링휠만 움직여주면 된다. 참고로 SM6의 경우 작동 조건은 50km/h 이상이며, 속도가 40km/h 이하로 떨어지면 해제돼 도심에서는 거의 사용하기 힘들다.

도저히 불가능할것 같은 굽이진 도로에서도 앞차를 놓치는 법 없다. 집요할 정도로 끈질기게 따라간다. 오죽했으면 모터그래프 내부에서도 이를 믿지 못해 니로를 끌고 험난하기로 유명한 인제스피디움 서킷까지 가서 실험했겠는가. 

 

서킷에서도 니로의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은 기대 이상으로 잘 작동됐다. 헤어핀에서 앞차를 무조건 놓칠 것이라 큰소리치던 한 기자는 포르쉐 박스터를 따라 서킷을 한 바퀴를 돌자마자 마치 24인용 텐트를 혼자서 친 ‘LV.7 벌레’처럼 연신 ‘되는데요’를 외쳤다. 휘어짐이 급한 코너뿐 아니라 오르막 내리막이 굽이치는 코스에서도 별문제 없다는 듯 안정적으로 따라가는 모습은 신기할 따름이었다.

특히, 단순히 앞차를 무식하게 따라가는 것에 그치는게 아니라,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달리고 멈췄다.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 모델답게 급가속 및 급정거를 안 하려는 듯 시종일관 매끄럽게 움직인다. 몸도 편하지만, 효율까지도 복합(19.5km/l)연비를 훌쩍 넘어 23~4km/l까지 좋아지니 이제는 니로를 타면 저절로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 버튼을 누르게 된다. 

 

# '진짜로 멈추네!' 아찔한 긴급제동 경보 시스템

긴급제동 경보 시스템도 기대 이상이었다. 사실, 이 기능은 달려만 있지 일상 주행에서 테스트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사고를 감수해야 하는데, 누가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무모한 도전을 하겠는가. 특히, 제조사까지 ‘어디까지나 보조 시스템’이라고 선을 그어 버리니, 내심 제대로 작동할지 불안하기만 하다. 이왕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 테스트를 하는 김에 자동차 모양의 스티로폼 패널을 만들어 긴급제동 경보 시스템도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시속 40~50km로 달리며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 불안한 마음에 스티어링휠을 잡은 두 손에는 힘이 들어갔고, 나도 모르게 눈을 꼭 감았다. 이게 웬일인가. 진짜 그대로 멈췄다. 몇 번의 테스트를 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멈추는 간격이 동일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일정한 속도 내에서는 안정적으로 멈췄다. 실험을 위해 준비한 패널이 실제 차의 30% 수준으로 작았지만 문제될건 없었다.

 

다만, 60~70km/h 이상의 고속에서도 잘 멈출지는 조금 의문이었다. 볼보의 시티세이프티처럼 ‘드르륵’ 소리와 함께 급정거를 하는게 아니라 운전자가 평소 브레이크를 밟는 것처럼 부드럽게 멈추는 탓이다. 속도가 빠를수록 제동거리는 급격히 늘어나고, 그만큼 사고 위험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조금이라도 브레이크를 빨리 밟을 수 있다는것 만으로도 사고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쌍용차도 티볼리에 긴급제동 경보 시스템을 탑재했지만, 시스템 수준이나 완성도는 니로가 더 우수해 보인다. 티볼리는 카메라로만 전방의 물체를 확인해 멈추지만, 니로는 카메라뿐 아니라 레이더까지 사용해 멈추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먼 거리에 있는 물체를 대략적으로 식별하고, 레이더가 가까이에 있는 물체를 정교하게 판독해 멈추는 방식이다.

 

# '넘어선 안될 선을 넘으셨습니다' 단호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은 이제 경차인 스파크에도 탑재될 정도로 대중화돼 그리 특별할것 없지만, 일상에서는 꽤 유용하게 사용된다.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은 운전자의 부주의로 차선을 넘어갈때 경보를 통해 알려주는 것으로, 혹시 모를 돌발 상황을 미연에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운전자가 ‘삑삑’거리는 경보음이 싫어 이 기능을 꺼놓을 때가 많은데, 안전을 위해서는 상시 켜놓는게 좋다.

 

또, 초보 운전자의 경우 차로를 잘 유지하지 못해 차선을 밟고 주행하기도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은 도움이 되겠다. 

경쟁 모델인 티볼리에는 단순한 경고뿐 아니라 스티어링휠을 돌려주는 적극적인 차선유지 보조 기능이 탑재됐다. 니로보다 한 단계 발전된 사양이지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결합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더욱 완성된 시스템을 위해서 니로는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을, 티볼리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추가할 필요가 있겠다.

# '뒤에도 눈이 달렸다' 꼼꼼한 후측방 경보 시스템 

후측방 경보 시스템은 배테랑 운전자에게는 거의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시스템 자체가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무척 조심스럽게 보수적으로 만들어진 탓이다. 아마 서울 시내를 이 시스템에 의존해 달린다면 평생 직진만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배테랑 운전자여도 사각지대는 늘 존재하는 법이다. 차로를 바꿀 때마다 매번 어깨체크를 할 수도 없는 노릇. 사이드미러만 보고 무심코 차로를 변경하다가는 사고가 날수도 있는데, 경보 시스템 덕분에 이를 면할 수 있다.

또, 주차장에서 후진으로 차를 뺄 때도 유용하다. 사이드미러나 후방카메라에 보이지 않는 스텔스 모드의 차가 접근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니로의 후측방 경보 시스템은 이런 차까지 확인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이런 첨단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니로의 드라이빙 세이프티 패키지의 가격은 200만원이다. 2500만원짜리 차를 사는데 있어 200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단 한 번이라도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면, 또는 대형 사고를 작은 사고로 줄일 수 있다면 결코 비싼 금액은 아니다. 

게다가 니로는 하이브리드 특전이 있다. 취득세 140만원에 하이브리드 보조금 100만원 등 240만원이 기본으로 지원된다. 또, 지금은 사라졌지만, 니로를 구입할 때 개별소비세 인하 129만원에 사전계약 할인 30만원 등 총 400여만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할인받는 금액을 안전에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만일을 위해 과감하게 선택하는 것도 좋은 마음가짐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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