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보호 무역' 트럼프 당선…현대기아차엔 어떤 영향?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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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09 15:52
미국 대선, '보호 무역' 트럼프 당선…현대기아차엔 어떤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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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다. 평소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던 트럼프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대미 수출을 주력으로 삼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직격탄이 떨어진 셈이다. 

 

8일(현지시각) 진행된 미국 대선 선거인단 확보 선거에서 사실상 트럼프가 당선됐다.

트럼프의 당선은 여러 부분에서 국내 정치뿐 아니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나친 보호주의 노선을 택한 탓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무엇보다 자동차 산업, 특히 연 800만대를 판매하는 세계 5위 자동차 회사인 현대기아차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트럼프는 대통령 공약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약속했다. FTA가 재협상될 경우 사라졌던 관세가 다시 부활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현대기아차가 생산하는 차량의 약 19%는 미국에서 판매 되고 있는 상황, 판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대기아차의 현지 생산이 차근차근 진행 돼 왔다는 점이다. 작년 미국에서 판매된 138만7528대 중 현지 생산량은 66만0505대로 47.6%에 달했다. 현대차는 42만8635대로 56.3%, 기아차는 23만1870대로 37.1%다. 덕분에 현대차 쏘나타, 아반떼, 싼타페를 비롯, 기아차 K5(현지명 옵티마), 쏘렌토 등의 주력 모델들은 전량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제외한 나머지 차종들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FTA 협상이 폐기 될 경우 2017~2021년 사이에 자동차 산업에서만 약 133억달러(약 15조4000억원)에 달하는 수출손실액이 발생할 전망이다. 또, 11만9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속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당선 후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는 정책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아차는 지난 9월 멕시코에 연 4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의 준공식을 열었다. 당시 준공식에 참석한 정몽구 회장은 “멕시코공장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세계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해 세계 각국에 수출할 계획”이라며 “멕시코공장은 현대·기아차가 지금까지 쌓아온 높은 수준의 품질 경험을 통해 자동차 생산에 있어서 세계적인 명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멕시코산 제품의 수입을 견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인 현대차 엑센트 후속과 최근 완공한 기아차 공장의 프라이드 후속 또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검토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미국에 론칭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어려움은 더 크다. 현재 G80과 G90(국내명 EQ900)은 전량 울산공장에서 생산돼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전문가는 "미국의 통상 문제는 행정부가 아닌 의회가 결정하기 때문에 의회를 누가 장악하느냐가 문제"라면서도 "트럼프가 당선된 데다가 의회까지 트럼프가 소속된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국내 자동차 산업에 큰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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