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는 새로운 SUV를 파리모터쇼에서 공개했다. 당초 예상처럼 기존 렉스턴의 뒤를 잇는 모델이 될테지만 쌍용차는 굳이 이 차에 '렉스턴2'가 아닌 새 이름을 붙인다. 이 차가 출시되더라도 당분간 기존 렉스턴을 병행 생산하면서 이 차가 한단계 큰 차라는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전략이다. 앞서 르노삼성은 지난 달 새 SUV를 내놓으면서 QM6라는 이름을 붙였다. 해외에서는 콜레오스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등 분명 QM5 후속이지만 한단계 이름을 올려 차체가 더 커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 초 SM6를 내놓으면서도 SM5를 함께 생산한 것도 결국 차급 이미지를 끌어 올리는데 큰 몫을 했다.

요즘의 추세를 보면 신차가 나올때마다 이름의 숫자나 차급이 하나씩 올라가는, 말하자면 이름의 인플레이션이 이뤄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름 인플레이션’은 사실 독일 회사들이 먼저 추진해 왔다. 아우디는 2007년 문짝이 두개 달린 A4 쿠페 차량을 내놓으면서 이름을 A5로 바꿨다. 쿠페는 숫자를 하나씩 더한다. A4 세단의 쿠페형은 A5, A6의 쿠페는 A7이라는 식이다. 차 이름의 A4에 숫자 하나만 더했을 뿐인데, 쿠페들의 가격이 높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게 줄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2009년 C클래스 세단(W204)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쿠페 모델에 한 등급 높은 'E클래스 쿠페'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금은 비록 제대로 된 C클래스와 E클래스 각각의 쿠페가 나오지만, 당시는 C클래스 쿠페가 없던 시절이다.  

BMW는 상대적으로 조금 늦은 2012년에 3시리즈 쿠페에 4시리즈라는 이름을 붙였다. BMW는 이전부터 쿠페 전용인 6시리즈나 8시리즈를 내놓기도 했기 때문에 'BMW의 짝수 모델은 쿠페'라는 인식을 거부감 없이 안착 시켰다. X5에 쿠페 스타일을 더한 X6나 X3에 쿠페 스타일을 더한 X4가 더 비싼건 말할 나위도 없다. 이름을 키우는게 가격을 더 받는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이용 되는 셈이다. 

 

쌍용차가 이름을 변경하면서 차급을 기아차 모하비 같은 대형 SUV로 올려 잡겠다고 했을때도 좀 반신반의 했다. 하지만 다행히 쌍용차의 전략은 달랐다.

이름의 급은 높이면서도 가격은 기아차 쏘렌토급에 묶어 두겠다는게 쌍용차 내부 직원들의 설명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값이면 더 고급이고 큰 차를 선호하는 우리 나라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모양이다. 노후된 차종을 파느라 오래토록 고민이 많았는데, 신모델 출시로 인해 쌍용차 안팎의 상황이 전보다 개선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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